LXXXIII
로봇 신호수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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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린이가 별 생각 없이 비둘기를 발로 뻥 찼다가 비둘기가 럭비공처럼 날아가는 걸 보고 놀라서 울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얘기를 듣고 한동안 비둘기를 차보려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역시 별 생각 없이 해야 이뤄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의 없이 만들어 낸 기획이 뽑히는 법이다. 문제는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신호수 로봇을 만드는 일은 어렵고 예산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건 많이들 몰랐겠지만, 보고용으로 만든 프로토타입 외엔 모두 그 안에 사람이 들어있었다.
신호수 로봇 알바들은 새벽에 봉고차에 실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중간중간 신호수 로봇이 있는 곳마다 한 명씩 내려서 로봇 안에 들어가서 경광봉을 흔들었다. 이 알바의 좋은 점은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움직임을 구현한다는 명목하에 좀 대충 흔들다가 쉬었다가 중간에 바짝 열심히 흔들었다가 하는 노동 강도를 알바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속도로를 달리던 많은 시민이 신호수 로봇이 너무 경광봉을 대충 흔들어서 불쾌하다는 민원을 올렸고, 다시금 예전처럼 분절되고 일정한 움직임의 신호수 로봇을 원하게 됐다. 그래서 다시 예전 기계를 가져와 설치했는지 신호수 로봇 알바들에게 분절된 움직임을 지시했는지는 차로 들이 받아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