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I
식인 작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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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라는 작가가 최근 개인전을 열었다. 개인전의 제목은 <Eatable>이었고 전시장 내에는 여러 아기자기한 조각들이 놓여있었다. 제목에 걸맞게 전시장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중앙에는 여러가지 음식 모형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오프닝 날의 케이터링 또한 제목에 걸맞게 아주 수준이 높았고, 이 케이터링들은 중앙에 놓인 음식 모형 각각에 대응하고 있었다. 오프닝에 참석한 많은 인원들은 일단 케이터링이 맛있어서 다들 너그러웠다. 음식 모형들도 꽤 앙증맞고 귀여워서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금 궁금한 점이 남는 것은 전시장 여기 저기 동물 조각들이나 인체 두상들이 각자 한 구역씩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시를 보러 온 여러 미술인들은 J작가가 개인전이 다급했는지 컨셉이 좀 깨지지만 어쩔 수 없이 여러 구작들을 데려온 것 같다는 의견을 주고 받기도 했다. 뭐 사실 정확한 분석이었으나 J는 최대한 못 들은 척 바쁘게 전시장 여기저기를 누비며 방문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렇게 오프닝은 지나가고 전시 또한 마지막 날을 향해 가고 있었다. 전시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갤러리 측의 제안으로 전시 부대행사로서 작가와의 대화를 하기로 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이번 전시에 놓인 음식 모형들이 아주 귀엽습니다. 이 작업은 그 전에는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J는 비록 떨리고 할 말은 없었지만 자신에게 뚜렷한 비전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
“저는 먹는 것을 좋아하기에 자연스레 음식을 조각하게 됐습니다. 비록 제가 깎은 조각들은 먹을 수 없지만 제가 조각하는 대상은 오로지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 손을 들며 질문을 던졌다.
“ㅈㅓㄴ시.. 저기 마이크가.. 아 감사합니다. 저기 전시장 내에는 음식 말고 동물 조각 등도 있는데, 작업을 설명하는 틀이 너무 작은 건 아닌가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질문을 받은 J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물론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J는 뜸을 들이며 잠시 생각했다. 사실 되는대로 말한 경향이 있었기에 말을 어떻게 꿰어나갈지 말하면서 정해지는 감이 있었다. 물론 계속 뜸을 들인다고 정리가 될 사안은 아니었기에 이대로 되는대로 말을 꿰어나가기로 했다.
“앞서 얘기했듯이 저의 작업은 오로지 먹는 것, 음식으로 엮을 수 있습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다면 저는 동물과 음식으로 나눈다기 보다는 조리되지 않은 음식과 조리된 음식으로 나누는 편입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심하다 여겨져서인지 J의 답변 이후 잠시 전시장 내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사회를 맡은 큐레이터H는 이 어색한 공기가 이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여 조심스레 농담 같은 것을 건넸다.
“J작가님 그럼 저기 인체 두상들도 혹시..?”
J는 사실 많은 사람들 앞에 앉아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에 너무 긴장이 되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H의 농담을 캐치하지 못하고 우물쭈물대고 있었다. J가 우물쭈물 대답을 지연하는 것과 비례하여 관객들의 공포와 의구심은 서서히 고조되었고 드디어 J가 입을 벌리는 순간 한 관객이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남을 기점으로 행사는 아사리판이 났다.
그 후 ‘J작가는 자신의 먹은 것들을 조각하곤 하는데 조리된 음식 뿐만 아니라 조리되지 않은 음식, 동물친구들이나 심지어는 자신의 사람친구도 먹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와 함께 ‘갤러리의 큐레이터H 또한 J의 식인에 동참하여 주기적으로 미식회를 연다’는 소문 또한 돌았다. 그 뒤로는 J건 H건 커리어가 망가져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기에 소문은 거의 진실처럼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