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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oting Like 도자기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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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장인은 멋있다. 도자기 장인이라 할 때 흔히 떠올릴 법한 이미지는 매일 열심히 빚은 도자기를 자신의 까탈스런 기준에 맞지 않아 전부 깨부수는 모습일 것이다. 이런 까다로움이 바로 그의 도자기가 흠결이 없는 비결일 것이다. 하루 종일 앉아 물레를 차서 만들어댔지만 그걸 다 까부수는 것이 과격하게 멋있기도 하다.


도자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것에 매진했던 적이 있는가 생각하면 아니올시다란 대답이 나올 뿐이지만 응가를 누고 물을 내리며 나 또한 도자기 장인과 같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농담이었다. 하지만 한번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괜히 물을 내리기 전에 응가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실망하는 과정을 추가하고 싶어졌다. 음, 응가를 눌 때는 앉아서 누니까 앉아서 도자기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여기고 싶던 것일까? 괜히 물을 내릴 때, 어떤 분노와 좌절을 담은 목소리로 “이건 아니야!”라고 외치며 물을 내리기 시작했다. 비록 어떠한 결과물이 남진 않지만 어짜피 도자기 장인도 매일 도자기를 깨부수기에 결과물이 없는 것은 매한가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런 안일한 정도의 사고로 도자기 장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도자기 장인은 마음에 안드는 도자기는 가차없이 까부수지만 마음에 드는 도자기를 만들게 되면 그건 부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변기 위에서 하는 나의 작업은 결국 물을 내리며 모두 사라진다. 만약에 너무 완벽한 모양의 응가를 빚어낸다 하더라도 그걸 물에서 건져내고 싶지는 않다… 


약간 궁리를 하다가 3D 스캐닝 변기를 D.I.Y. 제작하였다. 이 특별한 변기는 안에 360° 스캐닝이 되는 장치가 달려 있다. 센서 감지를 통해 변기 안에 뭔가 들어오면 스캔이 되고 바로 앞의 컴퓨터에 스캔된 모습을 돌려가며 볼 수 있다. 조금 더 세밀하게 자신의 결과물을 들여다 볼 수도 있고 만약에 마음에 드는 조형이라면 이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이제서야 도자기 장인과 어깨를 좀 견줘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드니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만족하며 매일 “이건 아니야!”를 반복하며 외치던 나날이 흘러 내려 갔다. 사실 매일 이건 아니라며 물을 내렸지만 그동안의 데이터는 모두 남아있었다. 마음에 드는 결과물만을 남기기엔 이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든 노력이 크단 생각에 모든 데이터를 저장했기에. 변기에 3D 스캐닝이 되기 전까지는 마치 화면보호기처럼 그동안의 이미지들이 흘러 나오는데, 그 날도 한참을 앉아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열중하던 와중 흘러 지나가는 이미지들을 바라보니 어떤 회의감이 밀려 들어 왔다. 


뭔가 모든 덩어리들이 다 그냥 추상조각을 하는 어떤 자의 작업 모음이라고 해도 무방하게 각각의 덩어리가 그냥 변별력이 없는 어떤 일정하게 애매한 덩어리들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건 손으로 빚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 매우 큰 실망을 하였기에 그 날 이후로 한동안 “이건 아니야!”라는 소리 대신 “이게 아닌가?”라는 읇조림을 하곤 했다. 그리고 결국 나의 신체와 어떤 화해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엉덩이가 손만큼 잘 빚지는 못하더라도 어떤 면에서는 손 또한 마찬가지라 여기기로 했다. 내가 나의 몸을 원하는 대로 조정 할 수 있다는 환상은 20대 초중반에 깨버렸어야 한다. 


그러고 나니 할 일은 분명해졌다. 나는 변기를 몇가지 버전으로 제작을 했다. 원래 쓰던 양변기 외에 물이 고여있지 않은 쪼그려 앉아 이용하는 변기, 고양이 모래가 깔린 변기 등등. 사실 진짜로 원하는 한 가지는 무중력 변기로 응가가 물에 풀어지거나 바닥에 철푸덕 떨어져 모양이 흐트러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뭐 하여간에 아쉽게도 더 이상은 “이건 아니야!”라고 외치진 않게 되었고, 여러 가지 변기에 돌아가며 작업을 하며 스캐닝 데이터에는 어떤 변기에서 작업을 했는지, 전날 무얼 먹었는지 등을 기입하고 분류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