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

Stop Following Me


청각적 내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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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내 시장 부근을 걷던 중에 길가의 정육점에서 SG워너비의 Timeless가 흘러나와 내 귓 속에 침투했다. (사실 멜로디와 가사가 익숙한 느낌은 있었으나 기억이 나질 않아 검색해봤다) 순간 모래내 부근의 약간 예스런 풍경이 함께 나는 약 20여년 정도의 과거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누군가가 나의 뒷덜미를 잡아채서 뒤로 가는데, 나는 팔다리를 허우적거리고 버둥거리지만 속절없이 끌려가는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어쩌다가 원하지도 않고 고지받지도 않았는데 나는 연행되어 가는 것일까? 이것은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청각적 긴급체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현행범이 아닐 뿐더러 다른 요건도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청각적 불법체포라고 할 수도 있겠다. 2025년에 이런 발라드를 듣는 고통을 누가 예상했을까? 그런데 나는 과거로 끌려 들어가는 와중, 이 일이 우연하고 개인적인 비극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웃들도 이 정육점에 고기를 사러 오거나 아니면 그냥 어쩌다 이 앞을 지나기만 해도 나와 같은 방에 구금될 처지인 것이다. 심지어 이런 타임리스한 노래는 여기 정육점에서만 트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핸드폰 판매점에서도, 길거리 노점에서도 나온다는 점에서 이 비극은 온 국토를 어지럽히고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고, 국헌문란이란 점에서 청각적 내란죄를 범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생각을 하긴 했어도, 이런 예스런 발라드를 즐기는 무리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심지어는 나의 친구조차도! 어떻게하면 이런 청각적 극우세력들을 끌어안고, 또는 내치고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어서 대한민국에 청각적 내전이 종료되어 평화를 누리고 싶은 것이 옥 중에 부당하게 구금되어있는 나의 한가지 간절한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