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X
매일 열리는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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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지가 아무리 물에 잘 풀린다 하더라도 변기에 휴지를 넣지 말라는 안내문을 붙일 수밖에 없는 슬픈 사연이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굉장히 다양한 것을 변기에 넣을 수 있는데 一 가볍게는 남은 음식물부터, 담배꽁초라든가. 내가 입시학원을 다니던 시절, 누군가가 변기에 굳은 흙덩이를 처넣어서 원장이 학원생을 모두 불러 놓은 자리에서 분통을 터뜨린 일도 기억이 난다. 그게 어떻게 흙인지 알게 됐을지는 더 생각하지 않기로 하며… 一
이들을 저지할 방법이라곤 겨우 안내 문구 한 줄 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휴지를 변기에 버려달라는 안내문을 붙인다면 휴지를 변기에 버리겠지만, 휴지를 시작으로 물휴지, 양말, 비닐봉지, 알루미늄 캔, 플라스틱 병, 택배 박스, 월수금 쓰레기 버리는 날, 미떼 핫초코 등등 상상하기도 어려운 다양한 것들이 휴지를 따라 변기에 들어갈 것이고 필연적으로 배관이 막힐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변기에 똥도 버리지 말라고 하고 싶고, 화장실을 아예 폐쇄하고 싶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한가지 생각에 이르렀다.
화장실에 가는 것은 민주시민의 권리와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닐까? 우선 공용 화장실이라는 것은 투표소와 닮아있다. 변기마다 칸막이로 막혀서 혼자 들어가야 한다는 점은 기표소를 연상시킨다. 그렇기에 기표소에 들어간 사람을 마음대로 끌어내거나 같이 들어가서 누구를 찍었는지 확인하면 안 되는 것처럼 화장실 칸막이에 들어간 사람이 그 안에서 무슨 짓을 하나 확인하고 제지하는 것은 위법하다 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화장실에 다녀오는 일이 투표를 하는 것보다 더 민주적인 성격을 띠었다고 할 수도 있다. 투표는 몇 년에 한 번 할 뿐이지만 화장실은 매일 간다. 一 며칠에 한 번 가는 사람도 있지만 하루에 서너 번 가는 사람도 있으니 별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一 그리고 선거 날에 정치 성향이 맞지 않은 가족들을 놀러 가게 하는 등 투표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일을 따진다면, 민주주의를 향한 마음만은 갸륵하지만, 행위는 비민주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가 화장실에 가지 못하게 막을까? 누구든 그 개인실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화장실과 투표소는 비슷하다.
그렇기에 동료 시민이 좀 미덥지 않고, 어쩌면 극우세력이고, 변기에 뭔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을 투기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화장실에 보낼 수밖에 없다. 다만 힘없다 할지라도 끝없이 옳은 일이 무엇인지 얘기하고 마음을 돌리도록 노력할 뿐이다.
* 전문: www.postype.com/@fart-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