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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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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지만 제 2차 탄핵소추안 표결 또한 투표인원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했다. 의장을 빠져나와 한 곳에 모여있던 여당 의원들은 “이렇게만 가면 곧 상황이 정리될 것입니다.” 따위의 말을 하며 서로 격려하며 음흉한 미소를 머금었다. 여전히 국회 앞의 집회에는 100만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지만, 그것은 그들에게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해볼 새도 없이 어김없이 토요일은 왔고 3차 탄핵안이 발의됐다. 역시나 여당 의원들은 또다시 집단 퇴장을 하고는 본회의장 한 층 아래 본관 246호실에 모였다. 하지만 3주째 이어지는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집회로 그들의 낯빛은 분명 저번주보다 어두웠다. ‘이대로 버티고 있어도 될까?’라든가 ‘나도 당에 찍히긴 하겠지만 앞선 회차의 3명처럼 의장에 복귀하여 투표에 참여하는 편이 신변에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와 같은 의문과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뒤섞인 채 그들은 그렇게 방구석에 모여 그들만의 항거를 하고 있었다. 방 안의 TV로 생중계를 지켜보던 그들은 3차 탄핵안 또한 투표 불성립이 된 것을 확인하고는 확실히 앞선 두번 보다는 가라앉은 톤으로 화이팅 따위의 구호를 외치며 의지를 다지며 해산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문고리를 연신 돌리고. 문을 두드리고 차며 소리질러봤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혼란과 격앙 속에 그들은 간신히 창문으로 나가자는 생각에 도달했지만 창문은 이미 눈치채지도 못한 사이에 두께조차 가늠하기 힘든 묵직한 철판으로 막혀버렸다. 아우성을 치는 여당 의원들을 봐주는 사람은 누구도 없는 듯 했다. 문을 두드린다거나 소리지르고 운다든가 기물을 던져대며 땡깡을 부린지도 너댓시간이 지나고 지친 여당 의원의 한밤 중 소란은 점차 누그러지다 이내 잠잠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설치된 스피커로 방송이 들렸다. ‘여러분 잘 지내십니까? 계속 그렇게 투표 안하고 모여계시니 그냥 앞으로는 거기 계속 지내세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내용의 방송이었다. 방송을 들은 이들의 분노에 찬 고성과 욕설로 방 안엔 다시금 활기가 돌았다. “얼른 문 열지 못해?! 지금 우리를 국회에 감금한 것만으로도 너희들 모조리 감방에 쳐 넣을 수 있는거 몰라?!”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터무니 없었다. “감금이라뇨? 누가요? 그나저나 국회의원이 국회에 있는 것이 뭐가 문제라고 이렇게 소란을 부리는지요? 한번만 더 지껄이면 246호실 배전반 내려버립니다.” “야!! 뭐라는 거야?!!” 말이 채 끊기기 전에 246호실은 암전됐다. 어둠 속에서 여당 의원들은 울부짖으며 불 좀 키라고 고래고래 외쳐댔다. 그러던 와중 드디어 누군가가 자신에게 핸드폰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의원들에게 진정하고 전화를 해보자고 한다. 이 명석한 제안을 한 사람이 누구였을까? 의원들은 심히 감동했으나 아직 핸드폰을 켜지 않아서 어두운 나머지 이 똑똑한 의원이 누구였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다들 핸드폰을 켜고 전화를 걸고 인터넷을 확인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이상하게 핸드폰이 먹통이었다. 왜일까? 휴대폰 상단에 도미노처럼 늘어선 바가 한칸도 떠있지 않았다. “망할 시위대놈들 잔뜩 모여서 전화 안되는거 아니야?!” 그들은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지만 곧장 시위대 탓을 하고 그게 기정사실인 것처럼 여겼다. 그들이 먹통이 된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후레시 전등 켜기와 인터넷 없이 실행가능하다고 해서 다운로드 받아놨던 게임 뿐이었다.


“당장 문 열지 못해!.”에서 “제발 불 좀 켜줘.”그리고  “너무 배고파요…”로 가는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얼마가 지났을까? 그라인더로 철 자르는 굉음이 울려 어두운 방 안에 감금된 여당 의원들은 화들짝 놀라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내 어두운 방 안에 튀기는 불똥이 보였고, 문에는 작고 네모난 구멍이 뚫려 거기로 빛이 들어왔다. 뭐야 뭐야 하며 없는 기운을 내가며 문 앞에 옹기종기 모인 의원들에게 누군가 네모난 구멍 밖에서 말했다. “다들 식사하세요.” 누가 뭐라 할 새도 없이 작은 구멍으로 먹을 것이 들어왔다.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무리를 보고 먹이를 주려고 집어넣은 손은 도로 나가버렸다. ‘어디가?! 그거 빨리 내놔!’ 등의 아우성이 한차례 몰아쳤고 밖에서는 “얌전히 안 굴면 아무 것도 주지 않을 겁니다.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고 배식을 받은 분들은 더 달라는 둥 징얼대지 말고 문 앞에서 퇴장해주세요. 이를 어긴다면 배식은 거기서 중단될 거에요.” 


이렇게까지 얘기해줬지만 참을성이 부족한 이들은 네모난 구멍 앞에서 소란을 떨고 음식을 더 달라고 생떼를 부리며 배식을 종결시켰다. 뒤에 기다리던 의원들은 허기와 분노에 휩싸여 어둠 속에서 드잡이질을 했다. 이렇게 몇번의 끼니 때를 놓치며 결국 246호실의 여당 의원들은 드디어 좀 사람답게 얌전하고 공손해졌다. 질서 정연한 이들이 기특했던지 처우가 조금 나아졌다. 곧 모두 배식을 받을 수 있었고, TV는 밖에서 선을 끊었는지 방송이 나오진 않았지만 다시 방에 불도 들어왔다. 그러던 중- 비록 먹은 것도 별로 없고 스트레스 상황이 이어진 탓에 화장실 문제로 바지에 실례한 의원은 없었으나- 아무래도 105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화장실도 없이 한 방에 모여 일을 본다면 이는 너무 큰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난처해진 의원들은 조심스레 네모난 구멍을 향해 “저희들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하나요?” 물어봤다. 여기서 소란을 일으키면 얄짤 없다는 것을 그동안 사건들을 통해 학습한 의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히 숨소리조차 죽인 채 대답을 기다렸다. 숨을 참고 기다리던 의원들이 모두 혼절한 사이 드디어 문이 열렸다. 하나 둘 정신을 차린 이들은 방 문이 열린 것을 보고는 의심과 안도를 하고 이내 다시 분노했다. 하지만 문을 나와보니 복도에는 이미 언제 시공을 해놨는지 화장실을 향하는 길까지만 열려있었고 그 뒤로는 벽이 둘러져 있었다. 또다시 소란이 일었으나 이내 의원들은 얌전히 화장실도 다녀오고 그저 갇힌 공간에 있을 뿐이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구금상황에 순순히 굴종하기까지는 단지 몇차례의 배식제한과 중앙 난방 제어로도 충분했다. 이미 엄청난 자유를 빼앗긴 이들이었지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준 것에 감사하는 이들이 많았다. 체념한 이들을 위해 난방도 좀 더 지펴주고, 기본적인 생활용품을 배급하거나 밥도 맛있게 해주는 정도면 적당했다. 이렇게 비일상은 곧 일상이 되었다. 이제는 배식을 하는 와중 의원들이 감사 인사도 하고 사담을 나누기도 했다. “어제 주신 스프가 너무 맛있었는데, 뭐로 만든 건가요? 옆의 최의원은 소고기 같다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어제 드신 스프는 바다거북 고기로 조리한 스프입니다. 입에 맞으시다니 앞으로도 종종 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잘 먹을게요!” “네, 비누나 치약 등등 소모품 다 떨어지면 한번 얘기주세요.” 뭐 이런 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밥도 잘 먹고 따뜻한 방에서 모자람이 없이 생활하게 되자 다시금 의원들 사이에서는 부당한 구금에 대한 분노와 바깥 세상의 소식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물론 전처럼 난리를 부리면 이제 겨우 누릴 수 있게 된 모든 것을 다시 잃을 것이라는 불안이 더 컸다. 그렇기에 그들은 단지 소극적으로 배식을 받는 중에 “혹시 대통령 탄핵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정도의 질문을 하는 데에 그쳤다. “그저께 토요일 오후에는 제 10차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졌습니다. 아쉽게도 투표인원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으로 안건은 폐기됐습니다.” 


당연한 소리였다. 왜냐면 여당의원 105명이 구금된 상황에서 정족수가 채워질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야죠! 다음 주도 탄핵!” 배식을 받던 여당 의원들은 의아함에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후릅대며 스프를 먹던 중에 한 의원이 뭔가 깨달았다. 여기 갇힌 여당 의원들이 몇몇 죽고 나면 분모가 줄어들어 결국 바깥의 야당의원들 만으로도 탄핵안을 가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이를 깨닫고는 여당 의원들은 분노와 슬픔에 휩싸였다. 금수만도 못한 야당놈들. 우리가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대통령님께서는 얼마나 외로울지 가늠할 수도 없겠다. 등등의 얘기들. 이내 그들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기필코 여기 105명 모두 살아나가서 대통령을 수호하고 야당 놈들을 싸그리 잡아넣자고, 그렇게 정권을 지켜내며 그동안 공모하고 저지른 모든 범죄들도 모두 어둠 속에 묻어버리자고. 한편 의문이 들기도 했다. 저 샌님같은 놈들이 어쩜 이렇게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릴 수 있었는지. 기껏 100만명이 모여도 평화로운 시위를 하자는 자들이 지지하는 정당에서 어떻게하면 이렇게 법에서 벗어난 일을 할 수 있었는지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그들은 혀를 내두르며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 구금된 여당 의원 일곱명이 죽은 날, 제 100회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고 한다. 구금된 98인의 여당 의원은 국회에서 바로 감옥으로 이송되며 대통령이 탄핵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호송차에 실려가며 바라본 바깥엔 벚꽃이 흐드러지게 휘날리는 따뜻한 어느 봄날이었다. 멍하니 바깥 풍경을 바라보던 한 의원의 시야에 “2025년 제 21대 대통령 선거”라는 문구가 들어왔다. 


‘아직 바깥 세상이 1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건가? 제 100회 탄핵안은 뭐였지? 이렇게 나라가 들썩이는데 왜 대통령님의 소식은 깜깜무소식일까?’ 등등 궁금한게 너무 많았으나, 장기간의 구금생활로 인해 그는 생각을 조리있게 전개하지 못하고 다시 어두운 감방으로 향했다. 어쨌건 간에 결과적으로 반란수괴와 핵심 공범들은 사형과 함께 기록말살형이 집행됐다 한다. 탄핵될 때까지 투표를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여당의원들 역시 모조리 내란 가담으로 사형 아님 무기징역이었다. 몇 십년의 수용 생활 동안 그는 바다 거북 스프의 맛이 그리워서 기회가 닿을 때면 바다거북 스프를 먹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그 음식은 더 이상 먹을 수 없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2024년의 계엄 선포가 역사 책에 실리고도 한참이 지나, 이제는 더이상 군, 검 출신은 대통령 출마조차 할 수 없게 된지도 꽤 된 시점에 얼마 남지 않은 내란 공범들 중 한 명이었던 그가 가석방됐다. 이미 너무 늙었고, 역사의 범죄자로 낙인찍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비루한 삶에 마지막 위안으로 수십년 전에 맛봤던 바다거북 수프를 다시금 맛보고자 했다.


한 남자가, 어느 바닷가 레스토랑에서 바다거북 수프를 주문했으며 그 남자는 바다거북 수프를 한 수저 먹고는 주방장을 불렀다. “죄송합니다. 이거 정말로 바다거북 수프인가요?” 

“네, 틀림없는 바다거북 수프 맞습니다.” 


남자는 계산을 마친 뒤 집에 돌아가서 자살했다. 왜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