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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몰하는 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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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기음 phantom fundamental, 또는 잔여 음고 residual pitch 현상은 고조파의 구성 요건인 음향적 정합성, 즉 주파수의 배열이 서로에 대한 산술적 곱셈 또는 나눗셈 값의 집합으로 구성되는 것에서 기인한다. 일련의 배음이 그것이 존재해야 하는 것처럼 배열되어 있으면, 그 소리는 들린다. 철학사에서 오래도록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온 토대론 대 정합론의 대립을 떠올리면, 정합성이 그 자체로 토대가 출몰하는 요건이 된다는 사실은 마치 뗏목 위에 피라미드를 짓는다는 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유령 기음은 우리의 청각 신경이 동시에 들려온 두 소리의 파동을 서로의 주기에 동기화하는 과정에서 합성된 서브하모닉스를 통해 우리가 음조라고 여기는 것이 감지된다고 주장하는 발리 이론 volley theory 에 의해 부분적으로 뒷받침된다. 여기에는 달팽이관 내부의 생리학적 배치인 토노토피tonotopy 구조가 관여한다. 음조 ton- 와 장소 -topy의 합성어가 암시하듯, 들려온 소리를 각각의 주파수에 따라 구분하도록 돕는 토노토피 구조로 인해 우리는 하나의 소리를 다른 소리로부터 구분할 수 있게 된다 — 또는 음향학자 알프레드 브레그먼의 표현에 따르면 흐름 분절 stream segregation 할 수 있게 된다.
전화기의 강한 하이패스 필터를 통과한 남성의 목소리가 여전히 여성이나 어린이의 목소리로부터 구분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귀가 통과된 소리의 짐작된 기저음을 복원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실재하는 소리가 순전히 가설적으로 존재할 따름인 기음의 들러리가 된다. 출몰하는 토대는 들리는 것보다 낮고 넓은 사인파의 주기를 암시하면서, 빼돌릴 수 있는 한 시대의 토대가 고갈되기 직전까지 존재하는 여타의 소리 들을 비-토대non-fundamental 로 격하한다.
그 모든 과정은 흐름 분절이 일어나기 직전 소리 자극을 마이크로초 단위에서 인코딩하는 시간적 미세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토대를 구축하는 일과 허무는 일이 결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혁명이나 연대보다는 일종의 신경 단위의 시간 전쟁에 가까우리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유령적 기음이 출몰할 정도의 스펙트럼적 정합성이 확보될 때까지 상이한 주기의 매 시작점을 일치시키는 이 운동에 우리의 주기는 강제로 동기화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마침점의 비동기화, 다른 말로 ‘ 프롤레타리아의 밤' 이 유서 깊은 반역의 양식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