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테를 찾아서
내 친구는 기발한 도구를 만들었다. 만듦새가 엉성해 들고 다니는 내내 부품들이 땡그랑 소리를 내며 튀어 올랐다. 탐지기라고 불렀다.
그리고 여신을 찾아 떠나간다고 했다. ‘레테’. 그녀를 만나면 영원한 스위치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말려봤지만 이미 그는 모든 채비를 마치고 그 도구를 앞세워 떠났다. 내 친구의 눈은 아주 파랗게 반짝였다.
레테는 너무 또렷해서 지우고 싶은 기억 때문에 괴로운 사람을 돕는다고 했다. 그는 한 번도 자신의 기억에 대해 말한 적 없었다. 친구는 그리 멀리 가지 못하고 몇 주에 한 번씩 나를 찾아와 못하는 술을 따랐다. 자신이 얼마나 큰 바위를 지나왔는지, 그사이 어떤 괴물과 괴인을 대처했는지 신나게 떠들었다. 나는 모든 말을 믿지 않았다. 그의 발명품들이 파란 불을 천천히 깜빡이며 진동했다. 그 틈으로 스위치가 보였다. 그는 끝내 누르지 않았다. 나는 그가 현실보다 더 조용하고, 덜 무서운 환상을 위해 스위치가 필요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모아 수건으로 감았다. 소리는 멎지 않았지만 덜 울리게 되었다.
<레테를 찾아서>, Acrylic on panel, 22x66cm, 2025
<흥분 탐지기>, Acrylic on plywood, 63x73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