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지만, 넌 좀 심한데."
루겐이 바닥에 쓰러진 반곰을 발로 툭툭 밀며 말했다.
"닥쳐."
"시체가 말도 하는군. 말세야."
"이미 세상따위 망해버린지 오래라고."
"누구 덕분에."
"거참 고맙네."
반곰 박사는 죽은채 비아냥거렸다.
"그래서,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는거야?"
"뒷감당은 무슨. 망한거지. 내 인생 최초 실수다."
"최초?"
루겐이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시선을 반곰에게로 향했다.
"내가 인정하는."
"그럼 맞네."
루겐은 다시 시선을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붉은 달이 천천히 솟아오르고 있었다.
"어쩌지."
반곰이 중얼거렸다.
"뭘 어쩌긴, 시체는 그냥 편하게 누워있으라고."
"말이 좀 심하네. 시체라니."
"송장씨."
"네."
반곰이 낄낄거렸다.
"킬리 박사는 뭐라고 했어?"
"뭔가 어렵고 쓸데없는 말만 중얼거리던데."
"타스 박사는?"
"어라. 그러고보니 못본거 같은데."
루겐이 턱을 긁적였다.
"같이 나온거 아니였어?"
"나? 그렇긴 한데, 타스 박사는 아니였어."
"누구랑 나온거야?"
"나."
"그럼 타스 박사는 어디있는거야?"
"시설에서 못나온거 같은데."
루겐은 고개를 돌려 무너져가는 하얀 건물을 바라봤다.
"죽진 않았겠지?"
"네가 그런말 하니까 좀 웃긴데."
"망할, 난 진지하다고."
"안죽었어."
"확실해?"
"음, 절반정도."
"확실하네."
반곰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매일 골칫덩이만 줬었는데 마지막까지 주고 가는군."
"그것도 존나 큰걸로."
"하하하."
"그만 누워있고 일어나. 네가 싼 똥은 네가 치워야지."
"타스 박사가 해결하게 두면 안될까."
루겐은 말없이 반곰을 노려봤다.
"알았어. 그런 눈으로 보지마."
반곰은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일으켰다.
"얼굴은 좀 피해주지."
반곰은 얼굴에 붙은 종이를 만지작거렸다. 한쪽에 생긴 총알구멍과 탄 자국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나였으면 권총으로 안끝났지."
"샷건?"
"벅샷으로 갈아버렸겠지."
반곰은 낄낄 웃었다.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일하러 가볼까."
"일? 네가?"
루겐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반곰을 바라봤다.
"죽을때까지 일 안한다고 했잖아. 죽었는데 해야지."
루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종이는 그대로 둘건가?"
"종이?"
"얼굴."
"그렇지 뭐."
반곰 박사는 피식 웃었다.
"일할 시간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