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그 권총에서 손부터 떼라고. "
반곰은 양팔을 머리옆으로 들어올린채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머피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들고. 반곰을 겨냥하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거에요!"
머피는 소리쳤다.
"그러니까, 다 설명할 수 있다고. 제발! 좀! 그 권총좀 치워!"
"거짓말이면요. 지금 제가 알고있던 상식들이 모조리 부정당한지 5분도 안지났어요. 그런데 박사님을 믿으라고요?"
"그래. 이해하기 힘든건 알겠지만, 내가 모든걸 설명할 수 있을거야."
반곰은 아랫입술을 물어뜯으며 머피에게 말했다.
"그럼 지금 말해도 되는거잖아요. 말하는덴 지장 없으니까."
머피는 잡고있던 권총을 고쳐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곰은 뭐라 반박하려 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내가 설명하는 도중에 네가 날 쏠거라고 난 확신할 수 있어."
반곰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뭐라고요?"
"내가 말하면, 네가 날 쏠거라고."
"그걸 어떻게 알아요!"
"글쎄, 나라면 쐈을테니까."
반곰은 머피의 시선을 피해 그녀의 등 뒤 저 멀리서 불타며 무너져내리는 건물을 바라봤다.
"그럼 그냥 쏠래요. 말해요."
머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총에 맞는 취미는 없는데."
"저도 사람 쏘는 취미는 없어요. 애초에 총이라곤 기초 교육때 표적 상대로 잠깐 쏴본게 끝이에요. 이렇게 사람을 겨눌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하지만 백발백중이였지."
"잘 아시네요. 그러니까 이제 농담은 그만하고 말하세요!"
머피가 소리쳤고 때마침 어딘가에서 가스통이라도 터진것인지 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말할께. 말한다고."
반곰은 침을 삼켰다.
"팔은 내려도 괜찮지? 슬슬 팔이 아파서 말이야."
"허튼짓 하면 바로 쏠거에요."
반곰은 팔을 내려 한쪽 어깨를 잡고는 팔을 빙빙 돌리며 스트레칭을 했다.
"좋아, 어디서부터 말하면 좋을까."
반곰은 가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작은 통조림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건 뭐죠?"
"감자 튀김 통조림."
반곰은 통조림을 만지작거리며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머피에게로향했다.
"이런걸 전에 본적이 있나?"
"감자튀김도 통조림으로 만든다는건 처음듣는 이야기네요."
반곰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머피는 인상을 찌푸렸다. 권총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것때문에 세상이 멸망했지."
반곰은 마치 어제 아침밥으로 토스트를 먹었다고 말하는듯이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과거의 내가, 이 망할 물건을 열었지."
반곰은 통조림을 고쳐잡았다.
"그리고 지금 내 손에 하나 더 남아있지."
반곰은 싱긋 웃으며 통조림의 캔따개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근데 지금은 별로 열고싶지는 않은걸. 도와주겠어?"
반곰은 여전히 캔따개에 손가락을 집어넣은채 머피를 바라봤다. 그녀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이내 무언가 깨달은듯 동그래진 눈으로 반곰을 바라봤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머피는 방아쇠를 당겼다.
통조림이 쇳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머피는 통조림을 집어들고는 잠시 그것의 라벨을 바라봤다.
'감자 튀김 통조림.'
그녀는 한쪽 구석에 붉은색으로 타이핑된 글자또한 읽을 수 있었다.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