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시화공장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입장
– 반복되는 산업재해는 구조적 실패의 결과다
[성명서]
2025년 5월 19일,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노동자가 30년 된 냉각 스파이럴 컨베이어 벨트에 협착되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우리는 먼저 이번 사고로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고인의 명복을 깊이 빌며, 유족에게 진심 어린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같은 현장에서 함께 일한 동료 노동자들이 겪었을 심리적 충격과 트라우마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적절하고 충분한 심리 회복 지원이 시급히 제공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SPC 계열사에서 발생한 세 번째 사망사고이며, 2022년 평택 SPL 공장, 2023년 성남 샤니공장에 이어 같은 유형의 사망사고가 반복된 것이다. 이와 같은 반복은 예외적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우리는 이 사고를 단순한 현장 부주의의 결과가 아닌, 체계적 안전관리 실패와 기업의 책임회피, 제도의 미비가 복합된 결과로 분석한다. 이번 사고를 통해 확인된 중대재해의 구조적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후설비의 장기적 방치다. 이번 사고는 30년이 넘은 설비에서 발생했으며, 방호덮개, 비상정지장치 등 기본적 안전장치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미 여러 건의 유사한 사고가 있었음에도, SPC는 설비 교체나 안전 시스템 개선에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둘째, 안전관리 시스템의 형식화다. 사고 당시 설비는 작동 중이었고, 윤활 작업이 수동으로 진행됐다. Lockout/Tagout(LOTO) 절차가 적용되지 않았고, 협착 위험구간에 대한 통제조치도 미흡했다. 자율안전검사와 TBM(작업 전 위험성 점검) 역시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셋째, 사고 이후에도 기업과 국가의 대응은 미흡했다. SPC는 사망사고 발생 이후에도 그룹 차원의 책임 회피로 일관했고, 정부는 명백한 중대재해임에도 실효성 있는 수사·처벌에 이르지 못했다. 실제로 2022년 평택 사고 책임자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 다른 사건은 검찰 송치조차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취지와 국민적 기대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법이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는 제도의 실패이자 정치의 책임이다. 이에 중대재해전문가넷은 다음과 같은 실질적 조치와 제도개선을 강력히 요구한다.
1.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SPC 본사 및 그룹 경영책임자를 철저히 수사하고, 반복된 사망사고에 대한 실질적 책임을 묻는 형사절차에 착수하라.
2. 고용노동부는 SPC 계열 전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즉시 시행하고, 노후설비 교체계획을 수립·이행할 것을 명령하라.
3. 모든 고위험 설비에 대한 LOTO 시스템 도입, 가용한 비상정지장치와 방호덮개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하라.
4. 2인 1조 작업 원칙, 단독작업 금지 등 실질적 예방규정을 제도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사업주 책임을 명확히 하라.
5.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집행 강화와 보완입법에 즉시 착수하라. 개악 논의를 전면 중단하고, 처벌 실효성을 확보하라.
우리는 또한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엄중히 촉구한다. 모든 후보는 산업재해 감축을 위한 정책 비전과 구체적 실행계획을 국민 앞에 제시하라.
중대재해는 막을 수 있는 사회적 비극이다. 노동자의 생명권 보장을 위한 국가 정책은 정권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우리는 각 후보의 정책을 면밀히 분석하고, 실천 의지를 평가할 것이며, 국민과 함께 그 약속 이행 여부를 끝까지 검증할 것이다.
더 이상 죽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유감의 말이 아니라 실질적 변화다. 우리는 모든 중대재해의 원인을 사회 구조와 정책의 실패로 인식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지식과 실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5년 5월 20일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
노동건강정책포럼, 노동권연구소,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민주노동연구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사회건강연구소, 시민건강연구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 예술인연대.
노동자의 생명안전을 외면하는 반도체특별법에 반대한다
[성명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법과 제도는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의 지속과 성장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때 가능하다. 반도체 산업은 이미 많은 노동자들을 산업재해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반도체 기업의 산업안전을 감시하고 규제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위험을 가중하도록 허용해 달라는 기업의 눈치만 보고 있다. 여야는 삼성만을 위한 바닥으로의 경쟁을 멈추고 모든 일하는 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라.
여당은 "52시간제 예외가 반도체특별법 핵심"임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야당은 여기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3일, 더불어민주당이 개최한 반도체특별법 정책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반도체 노동자들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몰아서 일하기”가 왜 안 되냐며 반도체 산업 종사자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 적용을 허용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어떤 조건의 노동자도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보장받을 권리의 예외가 될 수 없다. “특정 중요 산업의 특정 연구개발 분야, 그중에서도 고소득의 전문가, 그들이 동의할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물론 더불어 민주당 내부의 비판을 의식한 듯 여야정 국정협의체에서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뺀 나머지를 먼저 처리하자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우리는 여야의 노동시간에 대한 몰이해가 향후 노동정책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 “주 52시간제 예외를 소프트웨어 산업 전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을 보라.
노동시간의 재조직의 이유가 기업의 이윤이어서는 안 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시간의 재조직은 노동시간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는 목적일 때 한 해 가능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52시간제는 이미 장시간에 관대한 제도임을 확실히 해 둔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노동시간 연장은 형태를 막론하고 건강권을 보장하기보다는 그 위험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장시간 및 연장 노동은 뇌졸중, 심장질환, 심방 세동, 고혈압, 당뇨, 피로, 알코올 중독, 우울증, 불안, 수면 및 인지 장애, 암, 그리고 안전, 사망과 자살에 이르기까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동시간의 배열의 유연화의 부정적인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야간노동은 2급 발암물질로 규정될 만큼 건강에 해롭다. 교대 근무 경우 사고, 당뇨, 체중 증가, 관상 동맥성 심장 질환, 뇌졸중, 암, 수면 장애, 성재생산건강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몰아서 일하기와 같은 비표준적(nonstandard) 근무 스케줄과 근무시간에 대한 낮은 예측 가능성 역시 수면장애, 스트레스, 불안, 비만, 뇌졸중, 위장장애, 심혈관질환, 근골격계질환, 만성 피로, 암, 당뇨 위험을 높인다.
노동시간의 건강 영향은 장기적으로 누적되어 ‘몰아쉬기’로도 회복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반도체 노동자에 대한 52시간제 예외는 노동강도 강화를 강요하고 노동자의 자기 착취를 유도함으로써 이들의 삶을 위태롭게 할 뿐이다. 반도체 산업도, 연구개발 분야도, 고소득도, 동의 여부가 이 위험을 줄인다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더욱이 반도체 산업의 위계적 구조와 공정 과정을 고려할 때, 장시간 노동과 몰아서 일하기의 건강 위험이 전체 반도체 산업 노동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위계의 아래에 있을수록 그 위험의 크기가 더욱 커진다는 점 역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2022년 국제노동기구 총회는 결사의 자유, 차별 금지,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금지의 기존 4대 노동기본권에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추가했다. 노동시간은 가장 기본적인 노동조건 가운데 하나이자,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위한 기초다. 한국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역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 종사자의 안전이나 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주문하고 있다. 건강 위험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동시간이 재조직되는 경우,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의 요구는 기업과 자본의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과 자본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장시간 노동이 위기의 반도체 산업을 구원할 것이라 맹목적으로 믿고 있다. 혁신은 노동자를 쥐어짜는데서 일어나지 않는다. 삼성은 자신의 무능을 ‘52시간제’로 비약하지 말라. 정부와 여야는 반도체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허용할 것이 아니라, 특별 연장근로와 같이 과로를 허용하는 제도를 손보는데 애쓰는 것이 주어진 책무임을 알아야 한다.
2025년 2월 10일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
노동건강정책포럼, 노동권연구소,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민주노동연구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사회건강연구소, 시민건강연구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 예술인연대.
제주항공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위한 중대재해전문가넷
[성명서]
2024년 12월 29일 발생한 항공기 참사와 관련하여,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는 깊은 슬픔과 비통한 마음으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1. 유가족의 피해 회복을 위한 기본적인 권리를 지속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항공사고는 어떤 다른 재난에 비해 국제적 표준이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관련 지침인 ‘항공기 사고 희생자 및 유족 지원 지침(Circular 285)’에 따르면 사고에 대한 통보 방법부터, 심리 상담, 개인정보보호, 즉각적인 재정 지원, 정보제공, 가족과의 연락, 법률자문, 가족 협의회, 추모관 등에 관한 세세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국의 유족 지원은 이러한 국제표준을 기본으로 유족들이 감당하고 있는 슬픔과 상실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취해야 할 것입니다.
첫째, 수습 과정에서 인도적 처우를 받을 권리, 즉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 차별받지 않고 혐오에서 보호받고 필요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의 경우 십여 일 만에 시신이 모두 수습되고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되었지만 임시 안치소 설치 및 냉동차량 제공의 지연, 유가족의 사생활 보호 등 인도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재난대응지침은 마련되어 있지만 재난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경험을 가진 인력과 조직을 중심으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는 반성이 필요하며 개선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문제는 아직도 심각합니다. 언론사는 댓글 관리가 안 되면 댓글 창을 닫아야 하는데 그러한 기본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상에 대해서 언론이 미리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재난보도 준칙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언론은 유가족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지 않도록 재난보도준칙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합니다. 경찰 사이버 수사대는 1월 7일 현재 144건에 대하여 수사 중입니다. 정부는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대하여 선처 없이 엄벌하여야 합니다.
둘째, 유가족들이 일상을 회복할 때까지 의료지원, 심리치료 지원, 치유 휴직, 생활지원, 고용 유지 지원 등이 충분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안전사고는 드물게 겪는 개인의 불운한 사건이 아닙니다. 복잡하고 위험이 많아지는 사회에서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는 특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권리입니다.
참사 이후 유가족에 대한 심리치유 지원이 이루어졌지만 국가트라우마센터 상담 차량은 공개된 장소에 놓여 있어 접근성에 제한이 있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기업들에 휴직을 수용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수용하지 않은 기업도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유가족에게 필요한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충분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셋째, 유가족들은 사고 원인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유가족은 수습과 대응 과정, 사고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의 전과정에서 주체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초기 수습과정에서 피해자 신원 등에 대한 브리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점과 유가족에게 별도의 사전 브리핑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유가족이 독립적으로 안정적으로 정보를 제공받고 의견을 개진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합니다.
넷째, 유가족이 기억, 추모, 애도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야 합니다.
정부는 1월 4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적으로 분향소 설치하였고, 현재 피해자가 있는 서울시와 경기 오산시 등은 분향소 운영 기간을 오는 10일까지, 참사 현장이 있는 무안과 전남도청 합동분향소는 희생자들의 49재에 맞춰 다음 달 15일까지 운영할 예정입니다.
분향소의 운영을 중단하더라도 참사를 기억하고 애도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전라남도는 무안공항 인근에 추모공원 건립계획을 밝혔지만 건립비용을 명시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으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추모를 위한 공간 마련은 유가족의 뜻을 반영하여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추모공간 마련보다 더 시급한 과제가 있습니다. 진정한 추모는 참사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까지를 포함하는 것이기에 이 모든 과정에 유가족이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고, 지속적으로 모임을 할 수 있도록 공간, 인력, 예산 등을 지원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이러한 유가족의 지원을 체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의 경우 유족 지원, 진상조사, 재발방지 대책 등을 규정하는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참사의 성격에 따라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현실도 극복해야 합니다.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는 2016년부터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해왔습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시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그리고 재난상황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유사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2. 참사의 구조적 원인까지 규명하기 위한 독립적인 조사를 보장해야 합니다.
사회적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것입니다. 섣부른 원인 추정이나 무책임한 보도, 정치적 조작과 선동을 경계하고 사고조사가 목적에 충실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기술적인 원인뿐 아니라 구조적인 원인까지 들여다보고 그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언급한 생명안전기본법(안)에도 독립조사 기구의 상설 설치 운영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항공기 사고의 경우는 항공ㆍ철도 사고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재 국토부 소속 상설 조사기구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에서 사고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권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먼저 항철위가 항공사 또는 감독 당국인 국토부로부터 온전히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미국의 관련 당국인 교통안전위원회(NTSB)가 교통부(DOT)로부터 독립된 조직이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국토부 전현직 관료인 항철위의 위원장과 상임위원에 대한 제척 의견을 냈고, 정부는 이들 관계자를 배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위원장은 사퇴하였고 항공정책실장인 상임위원은 위원직을 유지하고 업무에서 배제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항공정책실장은 이번 참사와 관련하여 책임을 규명해야 하는 국토부 소속이므로 위원직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습니다. 유가족이 추천하는 전문가를 위원장과 위원으로 새롭게 항철위를 구성하여 항철위가 독립적인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항철위의 이번 제주항공 참사 조사는 기술적 원인뿐 아니라 기술적 원인을 초래한 구조적 원인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항철위는 항공사고에 관한 전문성은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지금까지 조사 관행을 보면 주로 직접적·기술적인 원인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항공기 사고는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꼼꼼하게 살펴 모든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항철위의 사고 조사 과정에서는 또한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객관적이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조사 과정과 결과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개되어야 합니다. 항공철도사고조사법에는 관계인 등의 의견청취에 관한 조항이 있지만 이는 유가족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지 못합니다.. 항공기 사고에 관한 국제표준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사전에 별도의 브리핑을 정기적으로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요컨대 이번 제주항공 사고는 유가족이 추천하는 전문가를 포함하여 국토부로부터 독립적으로 구성되는 항철위에서 실시해야 하며, 사고의 기술적 원인뿐 만 아니라 구조적 원인을 포함하여 조사해야 하며, 그 과정과 결과는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2) 국회 특별위원회는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합니다.
국회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진상 규명·피해 지원 활동을 위한 특별위원회 본격 가동하기로 하였습니다. 특위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소위원회와 유가족 지원 및 추모사업 지원 소위원회를 산하로 두고 6월 30일까지 활동할 계획입니다. 특위에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며 안건은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항공기 사고조사가 통상 일 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생각할 때 몇 달간의 소위원회 활동을 통해 항공기 사고의 기술적 원인을 모두 포함하여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으나, 적어도 이번 참사에서 제기된 주요 문제, 공항의 조류 감시 체계와 둔덕 등 시설관리의 문제 등을 야기한 구조적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국토부가 시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를 철저하게 가려야 할 것입니다. 국토부는 항공안전법상에 항공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이행 여부에 대해서 승인하는 부처이며, 전국의 공항을 관리하는 주무 부처입니다.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안테나 둔덕의 설치 과정에서 국토부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또한 참사의 구조적 원인 조사를 위해서는 한국공항공사와 제주항공의 안전보건학보의무가 준수되었는지, 그리고 안전보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사고의 계기로 추정되는 조류감시체계의 경우 조류감시원이 한국공항공사의 자회사 소속으로 적정인원이 배치되지 않았으며 원청에 의해 직접 업무지휘감독을 받는 불법적 관행이 있으며, 제주항공의 운항 일정이 무리하여 정비사들은 장시간 노동 고강도의 노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조종사와 승무원 역시 장시간 야간 비행 등 과로에 노출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참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이번 참사에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할지라도 앞으로 항공사고 예방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번 무안공항과 제주항공뿐 아니라 전국의 공항과 항공기 회사에서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준수에 대해서도 그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 정비를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회 특별위는 항철위의 조사가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서 모든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할 수 있도록 감시를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현재 항철위는 국토부 소속기관으로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조사하고 개선을 권고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제주항공 참사는 중대시민재해이며 중대산업재해입니다. 한국공항공사와 제주항공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다하지 못해 중대재해가 발생했는지에 대하여 제대로 수사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항철위와 국회의 참사 원인에 대한 조사가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라면 중대재해에 대한 수사는 기업이 어떠한 책임이 있는지를 가리고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경찰은 179명의 시민의 사망을 초래한 중대시민재해에 대하여 한국공항공사와 제주항공의 경영책임자 등에 대하여 이 법이 정한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하고, 참사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지를 수사해야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제주항공 직원의 중대산업재해에 대하여 제주항공 측이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다했는지 살펴보고 참사의 원인과 관련이 있는지 밝혀야 합니다.
이번 사고는 국내에서 가장 첨단인 항공안전 부문에서 1997년 대한항공 801편 참사 이후 이례 없었던 참사급 재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국가안전관리체계를 돌아보게 하는 중대한 경고입니다.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사고 조사와 교훈 도출이 필요합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이러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약속드리며 유족들께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2025년 1월 10일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
노동건강정책포럼, 노동권연구소,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민주노동연구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사회건강연구소, 시민건강연구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 예술인연대.
[사회적 재난을 일으킨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중대재해전문가넷 성명서]
위헌적,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 윤석열은 즉각 탄핵되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스스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자 하였고, 본인이 저지른 잘못해 대해 12월 4일 대국민 담화와 12월 12일 긴급담화에서 어떠한 반성도 없이 계엄령을 규탄한 국민들을 호도하고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한국사회에 씻을 수 없는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였다.
우리 중대재해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 전문가 네트워크(이하 중대재해전문가넷)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계기로 중대재해 예방과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 안전을 위해 활동하는 연구자, 활동가, 법률가가 모여 활동하는 네트워크이다.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내내 우리는 이태원 참사, 아리셀 참사 등을 경험했고, 반복되는 산재와 참사의 피해자들과 만나면서 우리는 윤석열 정부 하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와 사회적 참사를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대화와 반성하지 않으며 오히려 중대재해와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을 불순한 정치 세력으로 매도하는 등의 위험성을 이미 경험하고 있었다.
2024년 12월 3일 대통령 윤석열은 정당한 요건과 절차를 결여한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전 국민을 사회적 재난상태에 빠지게 하였다. 헌법 제30조에 의해 국민은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명ㆍ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았을 때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고 이를 위임된 권력으로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이가 바로 대통령인 윤석열이다. 하지만 윤석열은 국민에게 총구를겨누는 사회적 재난을 일으켰다. 12월 3일에 발표 된 계엄포고령에 의하면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행위 금지, 자유민주주의 체제 부정과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 행위를 금지,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 금지, 언론 통제, 병원에서 사직한 의료인의 본업 복귀 및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하겠다는 내용을 담았고 국회에 군인을 투입하여 기능 정지를 의도함으로써 전 국민의 입을 닫고 아무런 말도 못하게 하는 폭거를 자행했다.
12월 12일 담화에는 계엄에 대한 어떤 사과 없이 현재 상황이 ‘망국적 비상상황’이고 계엄에 항의하고 막은 국민은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주도한 세력과 범죄자 집단’이고 자신의 비상계엄 조치를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고 발표함으로써 이러한 현실 인식 능력이 떨어지는 판단력으로 그 동안 국정운영을 해왔고 그로 인해 재난이나 참사가 발생해도 국민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는 자임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 판단능력이 없는 대통령에 대비하여 가장 슬기로운 것은 여전히 국민들이었다. 계엄이라는 사회적 재난을 통해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만든 대통령에 대응하여 민주주의의 수호자인 국민들은 국회로 가서 군인들을 막고 평화적인 촛불시위를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다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 그 자격을 잃어버렸음을 깨닫게 한 윤석열의 12월 12일 담화는 오히려 국민들이 연대하여 민주주의 수호와 민생 안정을 위해 대통령 윤석열에게 더 이상 어떤 권한도 행사하도록 해서는 안되고 즉각 탄핵하도록 다시 거리로 나오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윤석열은 스스로가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권력으로 사회적 재난과 위험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함에도 비상계엄과 1212담화로 오히려 민주주의를 부인하고 위험에 빠뜨림으로써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이미 잃었다. 우리 중대재해전문가넷 구성원들은 탄핵을 통해 대통령 윤석열의 권한을 즉각 정지시키는 것이 민주주의 질서를 회복하는 길임을 천명한다. 나아가 윤석열과 그 수하로서 내란에 부역한 부역자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거쳐 처벌해야 할 것이다. 불법적으로 국민의 권리를 침탈하여 반민주적·반사회적 범죄행위에 대한 단호한 처벌만이 현재 사회적 재난으로 혼란스러운 국민의 사회적 건강과 안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며 이후에도 윤석열 같은 대통령이 절대 선출되어서는 안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의 요구
1. 국회는 내란죄 피의자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 소추안을 즉각 의결하라.
2. 여당은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을 방해하여 사회분열을 획책하는 반민주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3. 사법 당국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고 국민들을 사회적 재난 상태에 빠지게 한 윤석열과 그 부역자들의 범죄행위를 철저히 수사하여 엄중 처벌하라.
4.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서로 협력하여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여의도 및 전국 각처에서 모여 촛불시위를 하는 국민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고, 추운 날씨와 인구 밀집으로 인해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라.
2024. 12. 13.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
※노동건강정책포럼, 노동권연구소,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민주노동연구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사회건강연구소, 시민건강연구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예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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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건강한 노동 시간 보장에 대한 성명서]
정부는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을 보장하는 방안을 다시 마련하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에 부쳐
12월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연구회)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권고문은 윤석열 정부가 이 미 표방한 노동시장 유연화의 국정기조를 뒷받침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 확실하다. 연구회는 이 권고문이 “공정한 노동시장,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 노동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 안하는 것이라 하였다. 노동시장 개혁이 미룰 수 없는 국가적‧시대적 과제라는 점에는 동의한 다. 그러나 연구회 권고안의 목표가 정말 공정하고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위한 것인지 전혀 납득할 수 없다. 이미 연구회를 구성하는 전문가들의 면면에 대해 큰 우려가 제기되었듯이, 권 고안 내용은 예상대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지향하는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을 고스란히 대변하 고 있어 ‘답정너’를 충실히 수행한 결과로 이해된다.
권고안은 노동시장이 직면한 세 가지 변화와 그로 인한 사회문제, 즉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따 른 불평등 문제, 인구구조 변화와 저성장으로 인한 불완전 고용문제, 그리고 기술혁명과 경제 구조 변화로 인한 중층적 고용관계의 문제를 해소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런데, 미래노동의 정책처방은 그 문제들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심화・확대할 것이 분명하다. 연구회 개 혁방안은 누구에게 공정한 노동시장이고, 누구의 자유와 건강을 위한 ‘개혁’인가? 이 권고안 이 정말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며, 누구를 보호한다는 것인가?
연구회가 밝히는 노동시간 및 임금체계 개혁과제의 기본방향과 세부 과제는 자가당착 그 자체 이다. 장시간노동 문제를 단순히 ‘노동시간의 자율적 선택’ 문제로 축소하는 것은 다분히 의도 적이다. ‘노사 자율’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저임금 구조를 은폐하 기 때문이다.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개혁과제를 별개의 과제로 분리해서 제안하는 것은 대다수 노동자들의 고통스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많은 연구와 현장 증언으로 밝혀지듯이 노동자 들이 장시간노동을 ‘선호’해야만 하는 현실은 비정상적인 임금체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권고문 어디에도 낮게 책정된 기본급으로 인해 초과근무로 임금을 ‘보충’해야 하는 노동자의 고달픈 현실은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임금체계 개혁과제에서는 기본급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일언반 구 하고 있지 않다. 국정과제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죽도록 일해야 만 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그저 도외시하려는가?
권고안에서 다뤄지는 노동시간 개혁방안은 장시간 허용범위를 둘러싼 논란을 유발하는데, 그 논란의 핵심으로 노동자들의 통제 권한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들의 통제 권한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제안하고 있 다. 사용자들이 통제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정부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을 전방위적으로 탄압하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조합이 (양적으로) 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율화와 규제완화를 내세우는 것은 연구회 가 기업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하고 있음을 명징하게 방증해준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 노동시 간 체제를 전면 재조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재조직 방향은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고 해소 하는 것으로 설정되어야 합당하다. 그런데, 연구회 권고안은 도리어 그 부정적인 영향을 강화 하고 있다. 연장근로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관리하는 것과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등의 보호방안 마련이 노동자 건강 보장을 위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장시 간 노동을 보장하려는 개악의 대안이라는 점이 명약관화하다. 권고문에서도 인정하듯이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이 일하는 사람의 건강에 현저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는 사실은 국제적인 상식이 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 및 야간노동이 고통의 원인이 라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노동개혁이어야 한다. 장시간 노동을 제한하는 족쇄를 풀어주면서 휴 식을 보장하는 것은 워라밸의 국민적 여망을 거스르는 노동개악의 술수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 인가?
기술 변화와 다양한 근로형태 확산에 맞춰 근로시간 제도를 현대화하겠다는 것 역시 기업의 필요에 따라 유연근무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고용주에 대한 규 제와 노동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에 대한 구체적 방안의 제시 없이 유연근무를 확대하는 것은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강도 강화라는 우려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또한 시간제 노동자들 에게는 유연근무가 인력 보충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 임금 감소, 노동조건 악화 등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노동시간의 유연화’는 기업과 사용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지 노동자의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다.
임금체계 개혁과제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고용’이 충분한 소득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 서 문제 해결책이 잘못 제시되고 있다. 예컨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 임금격차가 구조 적인 문제임에도 권고안에서는 개인의 직무 및 숙련 등 자격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타당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또한 업종별 임금체계 개편, 공정한 평가 및 보상 등도 마찬 가지로 그 결정 권한이 경영계에 치우쳐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임금 삭감 정책으로 활용되지 않을까 의심스럽다.
연구회 권고문은 대한민국 노동현실의 핵심 문제인 장시간노동, 저임금, 고용불안 등의 문제를 노동자 개인의 탓으로 돌린 채, 그들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더욱 나쁜 노동을 조장할 뿐이 다. 연구회 권고문은 후진적 노동현실을 개혁하기보다 오히려 후퇴시키는 개악을 제안하고 있 다. 권고문이 지향하는 자유경제 기반의 노동시장이야말로 자본이 지배하는 ‘낡은 제도의 철 창’이고 불안정노동이 판치는 위험한 노동시장이다. 정부는 기업의 이해만을 대변하려는 청부 형 연구회의 용역 결과를 폐기하고 노동자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을 보장하는 진정한 노동 개혁방안을 제대로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2. 12. 14.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
※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약칭 ‘중대재해전문가 넷’, 공동대표 권영국, 강태선, 김현주, 신희주)는 13개 전문가·연구자 단체와 개인 회원 130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단체회원 : 노동건강정책포럼, 노동권연구소,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민주노동연구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 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사회건강연구소, 시 민건강연구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문의: 문다슬(010-3012-9103)
[화물연대 투쟁 연대 및 안전운임제 지지에 대한 성명서]
도로 위 안전을 위한 안전운임제를 지지한다!
올해 말 일몰 규정으로 사라질 위험에 놓인 안전운임제를 지키기 위한 화물연대의 파업이 윤 석열 정부의 전방위적 탄압으로 중단되고 지난 9일부터 농성 투쟁으로 전환되었다. 정부는 지 난 6월 화물연대와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적용 품목 확대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의하 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을 빌미로 합의를 파기하고 안전운임제를 폐기하겠다 는 입장을 밝혔다.
2018년에 도입된 안전운임제는, 실제 화물운송을 수행하는 화물차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적정 운 임을 보장하여 과속・과적・장시간 운송에 내몰리지 않도록 함으로써, 화물차 노동자는 물론 도로 위의 모든 사람의 안전을 지키는 제도이다. 다단계 하도급이 구조화된 화물운송업에서 차 량 운행에 따른 제반 경비를 스스로 부담하며 운송건당 보수를 받는 화물차 노동자들은, 부족 한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또는 화주나 운송사의 강요로 과속・과속・장시간노동에 내몰려왔다. 고속도로 통행량의 27%에 불과한 화물차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체의 51%를 넘는 현실 은, 화물차 노동자의 안전한 노동조건 보장이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과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0년부터 안전운임제의 적용을 받은 시멘트,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차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개선되었다는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결과도 국회에 보고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효과가 불분명하고, 화주의 비용 증가가 크다는 이유로 안전운임제를 아예 폐지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또한 OECD 국가 중에서 안전운임제와 같은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가 없다면서 시장경제에 반하는 제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2019년 ILO는 「운수부문 양질의 일자리와 도로안전 증진을 위한 ILO 지침」을 채택하 면서, 도로화물운송업의 모든 화물차 기사에게 노동조건과 안전보건을 증진시킬 수 있는 보수 제도를 수립할 것을 각국에 제시한 바 있다. 공급 사슬(다단계 도급 구조)을 통해 화주로부터 말단의 화물차 기사에게 전가되는 운임 삭감 압박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장시간・위험 노동으 로 내몰리는 구조적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일종의 최저임금제를 시행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또한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미국, 네덜란드 등에서 전국적 내지 지역적 안전운임제 를 시행하고 있다.
작업건당 보수를 받는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최저보수를 보장함으로써 장시간 노동과 과로라는 위험요인을 구조적으로 줄이려는 안전운임제 시도는 노동안전보건의 근본적 위험요인에 대처 하는 대응책이라 할 만하다. 올해 산업재해 신청 기업 중 1, 2위를 차지한 배달플랫폼의 노동 자들이 화물운송업의 안전운임제와 같은 최저운임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우리는 안전운임제를 지키기 위한 화물연대의 투쟁이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 의 적정 보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는 점에서 전폭적 지지와 연대의 입장을 밝 힌다. 정부는 노조 길들이기를 위해 안전운임제를 폐기하려는 소탐대실 정책을 폐기하고, 도로 위 모든 사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안전운임제를 지속, 확대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 구한다.
2022. 12. 13.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
※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약칭 ‘중대재해전문가 넷’, 공동대표 권영국, 강태선, 김현주, 신희주)는 13개 전문가·연구자 단체와 개인 회원 130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단체회원 : 노동건강정책포럼, 노동권연구소,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민주노동연구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 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사회건강연구소, 시 민건강연구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문의: 윤애림(010-6656-5828), 박다혜(010-3612-8507)
[기재부의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시도에 대한 성명서]
기재부는 재계의 민원 창구인가? 소원 수리 부처인가?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 철회하라
지난 25일 언론에 통해, 기획재정부(기재부)가 최근 자신의 소관도 아닌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에 관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뒤 이를 토대로 시행령 개정방안을 마련하여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방안에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해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내용과 ‘사업주가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인증을 받으면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본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기재부의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방안 제출은 절차적으로 정부부처로서의 직분을 망각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1) 기재부 개정방안은 그동안 기업들과 경총 등 재계에서 기업 최고경영자의 법적 책임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 줄기차게 주장해온 핵심사항들로 재계의 요구사항을 사실상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해당사자들로부터 공정하게 의견을 수렴해야 할 정부부처가 재계의 민원 창구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의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직분을 현저히 망각한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기재부가 재계의 소원 수리 기구로 전락한 모양새다.
2) 중대재해법에서 기업의 ‘경영책임자’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관련 사항은 사업장의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으로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의 소관사무다.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법률상 위임 규정이 없어, 시행령에서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재계의 소원 수리를 위해 기재부를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재부의 행위는 부처간 소관업무를 무시한 월권이 아닐 수 없다.
3) 기재부는 개정방안 마련에 참고했다는 연구용역 자료를 노동부는 물론 국회에도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는 물론 연구용역 계약 관련 서류나 제목까지도 비공개라는 답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기재부가 자산의 소관법령이 아닌 법시행령 개정방안을 제출했다면 왜 연구용역을 실시하게 되었고, 연구자들은 누구이며, 연구 내용은 무엇인지 공개해야 하는 것은 공개행정의 원칙상 당연하다. 국가기밀사항이 아님에도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재계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의혹에 신빙성을 더해 주고 있다.
다음으로, 기재부 개정방안은 실체적인 내용에서 시행령으로 법률을 무력화하려는 위헌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그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고 하겠다.
1) 기재부 개정방안은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해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내용을 시행령에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재계는 법이 만들어진 직후부터 기업 대표이사의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사람(CSO)’을 경영책임자로 정의하고 위임받은 자가 선임되어 있는 경우에는 사업의 대표자는 법령상 의무이행의 책임을 면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위 기재부 개정방안은 재계의 요구와 완전히 동일한 내용이다. 1981년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되었으나 산업안전분야는 기업 경영책임자가 아닌 안전보건관리자들의 책임인 것으로 운영되어 왔다.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선임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왔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결정권한을 가진 최고경영자는 안전의무와 책임으로부터 사실상 벗어나 있었다. 기업의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 문제는 결정권한을 가진 자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구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제정된 법률이 바로 중대재해법이다. 이 법을 통해 기업경영의 실질적인 결정권한을 가진 경영책임자에게 직접 안전의무를 부과하고 그 의무를 위반해 사람이 사망하면 처벌한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에 대한 의무와 법적 책임을 통해 기업의 안전의식과 조직문화를 바꾸자는 취지이다. 따라서 재계의 주장을 반영한 기재부 개정방안은 ‘이 법이 없었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보다 직책상 한 단계 더 높은 임원(CSO)을 두면 그 임원이 대표자를 대신해서 처벌받도록 하자는 것이어서 이 법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과 다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법체계상으로도 재계와 기재부의 시행령 개정의견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주장으로 위헌적 발상이다. 모법인 중대재해법에서는 이 법의 의무주체인 ‘경영책임자’에 대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정했을 뿐 별도의 위임규정을 두지 않았다. 시행령은 법률에서 위임 내용과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경우 그 범위 내에서 정할 수 있는데, CSO를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방안은 모법의 위임 없이 임의로 만드는 조항으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해 위법하다. 법체계상 용인될 수 없는 방안이다.
2) 주요 기재부 개정방안의 다른 하나는 시행령에 ‘사업주가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인증을 받으면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본다’는 간주 규정을 두자는 것이다.
위 안은, 지난 6. 16. 정부가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법무부 주도로 이 법의 시행령을 개정하여 “법무부장관의 인증을 받은 기업의 경우 산재가 발생해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과 그 다음날인 6. 17. 국민의 힘 박대출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법 개정안에서 역시 소관부처의 장이 아닌 ‘법무부장관’이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기준을 고시하고, 그 기준에 적합한지 인증을 받으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 법안과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중대재해법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대해 안전보건공단에서 운영하는 안전보건경영인증을 받으면 이를 갈음해야 한다는 재계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광주 학동 참사와 화정동 아파트 붕괴 참사로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현대산업개발은 안전보건경영 인증을 받은 대표적인 기업이다. 참사 후 고용노동부의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특별감독 결과 총 636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드러났다. 이는 안전보건인증의 허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시행령으로 서류 위주의 인증제도를 도입해 경영책임자로 하여금 실질적인 안전보건확보의무로부터 면책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기재부 개정방안은 재계의 요구를 기업 규제완화 명분으로 포장한 청부안으로 중대재해법을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정부가 국회 입법권과 법의 체계를 무시하고 안전한 사회와 일터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국민적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지난 노동절에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노동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사회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정부는 안전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의무와 책임을 면책하려는 시행령 개악 추진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2022. 8. 29.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
※ 중대재해예방과 안전권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약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 권영국, 강태선, 김현주, 신희주)는 13개 전문가·연구자 단체와 개인 회원 130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단체회원 : 노동건강정책포럼, 노동권연구소,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민주노동연구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사회건강연구소, 시민건강연구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문의: 권영국(변호사, 010-2742-1201), 문은영(변호사, 010-7747-9772)
피플스토리컴퍼니와 몬스터유니온은 <미남당> 제작 스태프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하여 법정 노동시간을 준수하라
KBS드라마 <미남당>의 제작사인 피플스토리컴퍼니와 KBS 자회사인 몬스터유니온은 제작 현장에서 법정근로시간 준수와 휴게시간 보장을 요구한 스태프들에 대하여 재계약 거부를 통보하였다. 지난 6개월여 동안 <미남당>의 스태프들은 이동시간을 포함하여 하루 15~16시간 노동하였다. 스태프들은 새벽 6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현장으로 출근하면, 밤 12시에 촬영을 끝내고 새벽 2시에 집에 귀가했다. 6개월 간 겨우 3시간, 4시간씩 자고 주 4일 촬영하는 무리한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이에 <미남당> 스태프들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하여 노사협의를 통하여 제작사에 연장근로시간한도 12시간을 준수하는 방식의 노동시간 단축과 휴게시간과 식사시간의 보장을 요구하였다. <미남당>을 촬영해왔던 다수의 스태프들은 5월 31일 재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제작사는 노사협의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한 스태프들에 대하여 재계약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심지어 피플스토리컴퍼니제작사는 "스태프들이 개별용역계약을 맺었기에 근로자가 아니라”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스태프들의 요구를 무시하였다.
이미 고용노동부는 2018~2019년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드라마 촬영 스태프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법원에서도 수차례 감독급을 포함한 드라마 제작현장 스태프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바도 있다. 드라마 제작 현장은 노동관계법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스태프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제작사가 근로기준법 제53조를 준수하여 1주간에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근로시간을 연장할 것, 스태프들이 수면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근로일간의 적정한 연속 휴게시간을 보장할 것, 그리고 식사시간을 보장할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현장 스태프는 “하루에 3시간 4시간 자는 스태프들에게 촬영을 강행하는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는, 실수가 나기 마련이고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아집니다. 저는 안전한 노동환경에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 존중받는 촬영 현장에서 일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얘기한다.
2022년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와 영화산업노조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05명 중 절반이 넘는 110(53.7%)이 업무와 관련해 다치거나 질병을 겪었다고 답했다. 부상‧질병을 경험한 응답자 110명 중 60.9%(67명)는 미끄러지거나 넘어진 적이 있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낙하나 추락사고를 경험한 비율도 각각 14.5%와 12.7%에 달했다. 2020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진행한 '방송현장 노동안전실태조사'에서도 넘어짐에 대한 증언이 많았다. 촬영 현장에서 유독 넘어짐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은 적정한 수면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과로를 이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도 이미 드라마 촬영 중 목숨을 잃은 스태프들이 있다.
안전보건공단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근로시간 연장은 사고재해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근로시간이 늘어날수록 노동자가 사고로 다치거나, 우울, 불안 등의 심리적인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1). 연구 내용에 따르면 노동자가 하루 4시간의 수면 시간을 겨우 확보한 채 촬영을 이어가야 했던 <미남당> 촬영현장은 언제 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사업장이다.
과로가 재해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스태프들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에 스태프들의 노동시간 단축 요구는 다치지 않기 위한, 아프지 않기 위한 절규였다.
<미남당> 제작사는 6개월 간 스태프들의 안전을 담보로 위험한 촬영을 강행했다. 끝없는 근로시1) 산업재해예방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2011). 근로시간이 근로자의 건강 및 사고에 미치는 영향 연구 간 연장과 스태프들의 만성 수면부족으로 <미남당> 제작 현장은 언제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위험한 사업장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남당> 스태프들은 언제 다칠지 모르는 위험한 촬영을 강행하고 있다.
그리고 <미남당> 제작 현장뿐 아니라 수많은 드라마 제작 현장들이 방송 스태프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운영되고 있으며, 방송사들은 스태프들의 최소한의 안전조차 보장하지 않은 채 촬영된 드라마들을 버젓이 방영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와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2021년에 방송시장 내 근로환경에 대한 실태 파악과 방송제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이에 제작사 피플스토리컴퍼니와 몬스터유니온, 방영사인 KBS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피플스토리컴퍼니와 몬스터유니온은 지금이라도 스태프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인권과 법정 노동시간을 준수하여 스태프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여 촬영하라!
또한 몬스터유니온과 피플스토리컴퍼니 정당한 권리를 요구한 스태프들을 다시 현장으로 복귀시키고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노동조건 개선안을 수용하라!
<미남당>을 방영하는 KBS는 제작사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아라! 그리고 <미남당>이 계속하여 위법하고 위험하게 촬영된다면 6월 27일에 예정된 방영을 중단하라!
2022. 6. 16. 중대재해예방과 안전권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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