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성 이야기 中 점자 가르치는 대목


때는 1913년 1월 6일 앞 못보는 맹인들과 말 못하는 농인들을 가르치는 제생원이라는 기숙학교에 맹인들의 눈을 밝힐 한 교사가 부임하니 호는 송암이요 이름은 박두성이라.

어의동 보통학교에서 수 많은 아이들을 가르쳤으나 앞 못보는 맹아들을 만날 생각에 송암 선생은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첫 출근을 허는디

송암의 차림 보소, 집안은 곤궁허나 그 중 가장 깨끗한 양복을 차려 입고 와이셔츠 빳빳이 다려 그런대로 폼을 내고, 조선인 답게 광목버선 신었으며 얕은 가죽신을 빤질빤질 광을 내어 깔끔하게 출근헌다.

가는 길이 어찌 춥고 떨리던지 송암이 허는 말이 "내가 이리 추운 것이 맹아들을 처음 볼 생각에 추운 것이냐 혹 날씨가 추워 이런 것이냐?" 이 생각 저생각에 제생원을 당도헌다.

학교에 당도하여 간판을 읽는 순간 송암의 가슴이 쿵 쿵 뛰며 교문에 첫발을 내딛는데

학생 기숙사와 식당이며, 사택과 교실까지 구석구석 둘러보며 아이들 만날 준비를 하는데그때여 아이들이 교실로 몰려온다 우루루루 아이들 꼴을 봐라. 우습기도 하구나.

코막혀 코파는 놈, 귀 간지러 귀파는 놈, 습관처럼 눈 누르고 입술 잡아 뜯는 놈

걷는자세 못 배워서 꽃게처럼 옆으로 걸어가는 놈 밥 먹을 때 흘리는 놈 

어떤 놈은 보이지도 않으면서 천방지축 뛰어가다 앞사람과 꽝 뒷사람과 꽝 옆사람과 꽝, 그 옆사람과 꽝 부딪히는 놈!

어떤 놈은 시계추가 흔들리듯 흔들 흔들 흔드는 놈까지 우루루루  쪼르르 와글 와글  시끌시끌 서걱서걱 아이들이 모두 가관이로구나.

송암 선생 기가 막혀 말을 잇지  못하다가 차분한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 악수 허며 하는 말이 

“자! 여러분 반가워요. 나는 여러분들을 가르칠 송암 박두성입니다. 여러분은 비록 눈은 멀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귀하고 보석 같은 존재이니 열심히 공부해서 장차 조선의 미래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는구나. 

그날부터 송암 선생은 일본인 교사와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데 모든 수업이 구전으로만 되어있어 송암 선생도 아이들도답답했던가 보더라.

하루 난 요네죠 선생이 점자 제판기를 들고 오며 허는 말이 

“이 기계는 맹인들의 글자인 점자를 찍는 기계요. 이것은 네모토 선생이 쓰게 될겁니다. 박선생은 옆에서 교과서를 읽어 주면 되는 것이죠.”

점자 이야기를 들은 송암 선생의 눈이 희망으로 빛나기 시작 하는디 새 희망이 생겼구나. 15,000명 맹인들에게 광명의 빛 찾아줄 새 희망이 생겼구나.지금은 비록 일어 점자를 배우지만 반드시 조선어 점자를 만들어 맹인들에게 광명의 빛을 찾아 주고 말 것이다.  

다음날 부터 송암 선생은 네모토 선생이 점자 찍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며 은근히 하는 말이 “네모토선생!! 저도 그 점자를 좀 배우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습니까?”

“하이. 방법이가 있쓰무니다. 여기 점자를 배울 수 있는 점자 일람표와 점자를 찍을 수 있는 도구인 맹쇼트루 있으니 점자를 배우는데는 어렵지 않을 것 이무니다.”

비록 일본어 점자지만 송암 선생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끝에 아이들에게 점자를 가르쳐 줄 수 있게 되었구나.

어찌나 점자를 빨리 알려주고 싶었던지 품에 일람표를 품고 손에 맹셔틀을 쥐고 휘모리로 출근을 하는데 학교로 달려간다. 달려간다.

학교에 당도하여 아이들을 바라보니 재잘재잘 속닥속닥 재잘 속닥 떠들다가 선생님 소리를 듣고 자리에 가 앉는구나.

송암 선생 가방에서 맹셔틀 짤랑짤랑 거리는 소리가 나니 아이들이 궁금하여 묻는 말이

“선생님, 그거 무슨 소리예요?”

“이것은 맹셔틀이라고 하는건데, 점자를 찍는 도구란다.”

아이들이 궁금해 못 견디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점자요?”

점자라 하는 것은 앞 못 보는 맹인들이 손으로 익히는 글자란다. 점자는 한 칸에 6개 점으로 구성되어 점이 찍히는 방향에 따라 글자가 된단다.

이제부터 오른손 왼손 엄지 검지 중지를 차례로 만져 번호를 매겨보자.

오른손 엄지는  1점,  검지는 2점이라.

오른손 중지는 3점이라. 왼손으로 넘어간다.

왼손엄지는 4점, 검지는 5점이라. 중지는 6점이라.

자! 지금부터 여러분들이 얼마나 잘 배웠는지 문제를 낼테니까 잘 맞춰보거라.

오른손 검지는 몇점이냐? 왼손에 중지는 몇점이냐?

옳지! 이렇게 우리가 점자를 열심히 배우다보면 우리에게도 언젠가 따뜻한 봄날이 올것이야!

이것이 내가 만든 점자 노래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