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태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56)이 비닐봉투 26만장을 점점이 배열해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을 재창조하거나 5만개 플라스틱 라이터 사진을 모자이크해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패러디한 이유다. "26만장 비닐봉투가 10초마다 전 세계에 버려진다. 5만개의 라이터가 지구 해양의 매 제곱마일마다 떠 있다. 모두가 환경오염을 인식하곤 있으나 그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는 게 내 일이다."
생태계 위기와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를 주제로 작업하는 크리스 조던이 아시아 첫 전시로 서울을 찾았습니다.
울창한 숲이 종이백 더미로 만들어진 가짜 숲으로, 그리고 톱밥 더미로 연결되며 자연의 순환을 표현했고 인간이 버린 비닐봉지, 병뚜껑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명화를 만들어 소비 사회의 어두움을 표현했습니다.
“환경에 대한 나쁜 소식만 보면 기분이 우울해지고 슬퍼집니다.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나쁜 뉴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통해 사라져가는 것들에 애도를 표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연결 시킬 수 있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2009년 북태평양의 작은 섬 미드웨이로 갔다. 백만 마리 이상의 알바트로스가 서식하는 곳이다. 수많은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던 그에게 한 생물학자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은 새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숫자가 아닌 현실을 담고 싶었다. 이곳을 8년간 여덟 번 오가며 만든 1시간 37분짜리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Albatross)’(2018)는 지난해 런던 세계보건영화제에서 그에게 대상을 안겼다.
"사진이라는 예술을 통해 환경 파괴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요. 예술은 인간 존재 본질과 사랑, 기적으로 우리를 이끌어가는 문(門)이죠. 다음 세대를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 바로 지금 세대가 세상을 바꿔야 해요. 기회가 된다면 폐기물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등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문제도 다루고 싶어요."
‘미국에서 1분 동안 낭비되는 전기는 32만㎾’ ‘매시간 미국에서 쓰이는 갈색 종이봉투는 114만개’ ‘전 세계인이 10초마다 사용하는 비닐봉지는 24만개’…. 천문학적인 숫자라 감이 잘 안 온다. 인류가 엄청난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도대체 얼마만 한 크기인지 잘 모르겠다.
미국 출신의 환경사진작가 크리스 조던(56·사진)은 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것도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알려준다. 단, 한 가지 조건은 있다. 사진에 바짝 다가서 눈을 크게 뜨고 봐야 한다.
크리스 조던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의 거대한 힘에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며 “인류가 이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어떻게 일으키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 아래 조던의 작품은 우리가 잊고 사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형체를 거의 잃어버린 새의 잔해. 뱃속에서 나온 플라스틱들. 병뚜껑에서 라이터까지 새 한 마리가 삼켰다기엔 적은 양이 아닙니다. 2009년부터 8년 동안 하와이 근처 미드웨이 섬에서 목격한 바닷새 앨버트로스의 사진입니다.
암수가 짝을 찾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아름다운 일상. 하지만 어미에게 플라스틱을 받아먹은 새끼는 이른 죽음을 맞고, 죽은 앨버트로스에겐 플라스틱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작가에게 플라스틱은 우리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배 속 가득 형형색색 플라스틱을 삼킨 채 죽은 앨버트로스 사진 한 장이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었다.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에서 촬영한 다큐멘터리 '앨버트로스'에는 애써 모아온 플라스틱 조각들을 새끼에게 게워 먹이는 어미 앨버트로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앨버트로스의 진화사에서는 바닷물에서 건져 올린 것들은 모두 몸에 좋은 먹이였다. 그들은 플라스틱이 뭔지 모른다.
예술에서 상상력은 현실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자 다른 세계와의 색다른 관계망을 형성하는 마법이다. 보들레르와 크리스 조던이 조우한 알바트로스는 생명 네트워크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거나 희미해져 문명의 발달사가 곧장 자연의 타락사가 되는 이 시대의 강력한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크리스 조던은 플라스틱을 버리는 인간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알바트로스를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슬픔을 전달하고자 할 뿐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음 생에 알바트로스로 태어나면 좋겠어요. 그러면 새들에게 플라스틱을 먹지 말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