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혁은 쉽게 무너지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초석을 다져야 했다.
IT 업계에서 일하며 데이터, 로그 분석 같은 것과 아무리 가까워져도 어떤 날은 희망이 꺾여버리는 일이 있기 마련이었다.
쏟아지는 업무들을 해치우며 메모리움이라는 아카이브의 시스템까지 분석하려면 하루 24시간은 너무 부족했다.
15년 동안 민혁이 직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였다.
남이 보기에 그는 그만큼 매일 바빴다.
회사에서 처리하는 일들이 많든 적든 그는 항상 데이터들과 로그들에 붙잡혀 살았기에 하루에 바쁜 정도는 크게 달라지는 일이 없었다.
몇 안 되는 그의 회사 동료들은 매일 피곤에 절어있는 민혁을 보며 가끔 떠오르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을 것이다.
'참 열심히 산다.' 혹은 '뭐 때문에 저렇게까지...'
같은 생각들 말이다.
태어나기를 눈치를 덜 보는 동료 몇명이 직접 민혁에게 물어보는 일도 더러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민혁의 대답은 '할 일이 남아서요' 였다.
민혁에게는 항상 할 일이 남아있었다.
메모리움에 대한 연구를 끝내고 아버지의 데이터 오류에 접근해 복구 가능성을 찾는 일.
민혁은 자신의 삶을 잠시 돌아보게 되는 어느 새벽의 시간에도 여태 들었던 회사 동료들의 말들이 생각의 수면 위로 떠올랐으나 초석을 다지며 다시 생각을 접었다.
그러니 결국 그의 모든 끝은 그날의 기억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다'로 종결됐다.
이런 저런 고민들을 늘어놓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민혁은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