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 한탄은 애초부터 포기한 일이었다.
민혁이 여느 때처럼 아카이브 연구로 고전하고 있던 하루,
긴 시간 동안 메모리움이라는 아카이브 시스템을 분석하며 민혁이 알아낸 기정 사실들은 그날까지 총 7가지 정도였다.
□ 이 시스템은 누군가의 기억을 다감각적으로 기록할 수 있다.
□ 이 아카이브의 이름은 '메모리움'이다.
□ 처음 이 메모리움을 만든 사람의 존재는 알 수 없다.
□ 기억 아카이빙을 위해서는 어떠한 '기록 장치'가 필요하다.
□ 아카이빙된 기억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우연 같은 필연이 요구된다. (리미널한 공간에서 전개된다)
□ 아카이브 세계와 현실 세계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
□ 그때 본 아버지의 기록은 메인 서버와 다른 서버에서 관리되고 있다.
보통 '헛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메모리움에 접속한 다음 보는 다른 이의 기억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이후 민혁은 더욱 연구에 속도를 붙였다.
그날 이후 민혁은 메모리움 메인 관리 서버에 집요한 추적으로 단서를 얻어 접속을 시도했다.
하지만 약 7개월 동안 서버의 문을 두드리는 노력에도 메모리움은 접속 실패창만 띄울 뿐이었다.
민혁은 잡힐듯 잡히지 않는 끝에 울분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이따금 동생 윤서에게 연락이 오면 민혁은 소란스럽던 마음이 잠시 진정되는 듯했다.
● 동생 "오빠, 뭐해?" 오후 6:40
오후 6:41 "작업중. 밥 먹었어?" 나 ○
● 동생 "아니 오빠 오면 같이 먹으려고 했지" 오후 6:41
오후 6:43 "먼저 먹어도 되는데..." 나 ○
오후 6:43 "하던 것만 마무리하고 바로 갈게. 30분 안에 도착" 나 ○
● 동생 "오키!" 오후 6:44
민혁에게 윤서는 비타민 음료보다 더 큰 힘을 주기도 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힘들어 할 때면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는 한 명이기도 했다.
윤서는 가끔 지쳐보이는 민혁이 무엇 때문에 지쳐하는지 궁금해 그가 하는 일을 물었으나
예외없이 민혁은 직장 동료들에게 하듯 좋은 방패를 꺼냈다.
그는 어린 동생이 알기에는 너무 복잡한 일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