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되고 나는 한 번 더 어지러움을 겪었다.
야자가 끝나고 근처 스터디카페로 향하던 도중이었다.
24시 불이 켜져있는 편의점을 앞에 두고
텅텅 빈 상가들 사이에서 또 꿋꿋이 철근을 쌓아 올린 새로운 공사판 사이를 지나가는데
한줄기 빛이 내 눈에 들어왔다.
불현듯 첫 만남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푸른빛이었다.
그때의 일이 나의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어쩐지 안도감도 들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감각이었으나 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이 상황을 인지해보려 했다.
내 눈앞에 펼쳐진 이 한 꺼풀 덮여진 세상의 일에 적응해보자.
마음 속으로 되뇌이며 다시 이곳이 어떤 세상인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천천히 눈이 트였다.
초등학생 때 본 남자와 고양이의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해졌을 뿐이었고
여전히 남자는 뒷모습만 보여줬지만 말이다.
고양이를 영원히 쓰다듬는 남자의 행동이 익숙해질 만큼
기묘한 느낌의 어지러움에도 이대로라면 어느 정도 적응해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 ⁘
⁘‖ 타다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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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앞에 설치된 해충 퇴치기에 들어간 나방이 타버리는 그 께름칙한 소리를
나는 무시할 수 없었다.
또다시 어지러움 속에서 깨어났다.
그때처럼 코끼리코 30바퀴를 돌지도,
한줄기 빛이 다시 눈에 들어올 때까지 공사판 사이를 지나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던 나는
다시 새벽 12시, 스터디카페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