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런 말도 했었다.
나는 어린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말투로 한참이나 어린 동생에게 어려운 말을 건넸다.
그 애는 아마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는 이기적이게도 내가 하는 모든 말을 설명없이 이해해주길 바랐다.
기억은 형태를 가질 수 있어, 윤서야.
하지만 내가 그 기억을 그것도 우리의 아버지 기억을 망가뜨려버렸어.
내 두 손으로, 다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없을지도 몰라.
가끔 마주치는 그 애의 두 눈을 보며
그 애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내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이 미안했다.
하지 못한 말이 있다는 것이 불편했다.
그 불편함도 오늘로 끝이다.
거의 20년 만에 나는 벗어났다.
그러나
그러나
그렇지만
아버지의 얼굴을 되찾고도 사라지지 않는 이 커다란 미안함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나의 지난 시간들도 재부팅될 수 있을까.
해가 구름 사이로 어스름히 올라온 새벽녘, 돌아온 연구실에서 먼지 쌓인 장치를 만지작거리며
나는 또 조용히 그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