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일: Aug 24, 2014 7:10:57 AM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강상규 소장][편집자주] i-로드(innovation-road)는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한다(Innovate or Die)'라는 모토하에 혁신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살펴보고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이다.
[[i-로드]<24>외적 보상은 오히려 장기 성과 저해, 내적 동기 자극해야]
/그림=김현정 디자이너
# “필즈 메달(Fields medal)은 과거의 뛰어난 연구 결과를 칭찬하고 앞으로 더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내라고 격려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존 찰스 필즈(John Charles Fields), 1932)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이 노벨상과 다른 점은 단지 과거의 업적을 칭송하는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더욱 더 연구에 박차를 가하라고 격려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데 있다.
따라서 필즈상은 노벨상과 달리 40대 미만의 젊은 수학자에게만 수여된다. 필즈상 수상 후에도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선 아무래도 나이 제한을 두는 게 당연하다.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2014 세계수학자대회에서도 4명의 40대 미만 수학자에게 필즈 메달이 수여됐다. 특히 필즈상이 만들어진 지 78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수학자인 마리암 미르자카니(Maryam Mirzakhani) 스탠퍼드대 교수가 필즈 메달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로써 1936년 이후 총 56명의 젊은 수학자들이 필즈상을 받았는데, 필즈상의 취지대로 이들은 계속 훌륭한 성과를 내놓았을까?
# “저는 앞으로 더 많은 수학 정리를 증명할 겁니다. 이 필즈 메달의 무게가 저의 연구(의지와 속도)를 늦추지 않기를 바랍니다.”
2010년 필즈상을 받은 러시아 수학자 스타니슬라브 스미르노프(Stanislav Smirnov)처럼 처음에는 모든 필즈상 수상자들이 영광의 메달을 목에 걸 때 더 열심히 연구하겠노라고 불타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최근 발표된 경제학 연구는 필즈상 수상자들이 수상 후에 연구 성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필즈상을 못 받은 비슷한 나이의 다른 수학자들에 비해서도 열등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논문을 발표한 노트르담 대학과 하버드 대학의 커크 도란(Kirk Doran)과 조지 보하스(George Borjas) 경제학 교수는 필즈상 수상자들이 수상 후에 논문 발표 횟수, 타 논문에 인용된 횟수, 제자 지도 횟수 전 분야에서 현저하게 열등한 성과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수학계 최고의 영예인 필즈 메달은 젊은 수학자들이 계속 더 나은 연구를 하도록 장려하는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즉 필즈상은 장기적인 성과를 내도록 유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지 못한 것이다.
# “학생들에게 ‘참 잘했어요(Good Player)’ 상장을 주기로 약속하자 학생들은 그림 그리기에 흥미를 덜 갖고 이전보다 덜 그리기 시작했다.”
동기 유발(motivation)과 관련해 널리 알려진 심리학 연구 결과 가운데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 그리기 실험이 있다.
일단의 심리학자들이 자유 시간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자유 시간에 계속 그림을 그리면 멋진 파란색 리본을 붙이고 아이 이름을 새긴 ‘참 잘했어요’ 상장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자, 아이들은 오히려 자유 시간에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해 흥미가 잃고 예전보다 덜 그리게 되는 걸 관찰했다.
반대로 멋진 상장에 대한 얘기를 듣지 않은 다른 유치원생들은 예전과 똑같은 열정으로 자유 시간에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이 결과를 놓고 심리학자들은 ‘OO하면 상장을 주겠다’는 조건부 보상 체계가 오히려 아이들의 내적 호기심과 흥미를 밀쳐 냈다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동기 유발에 마이너스가 됐다고 분석했다.
# “내적 즐거움(intrinsic enjoyment)이 아닌 외적 보상(extrinsic reward)에 이끌리게 되면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는데 방해가 된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의 미대생들은 모두 훌륭한 미술가가 될 것으로 기대될 만큼 미술과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최고의 재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예술 자체에 대한 즐거움 때문에 미술을 하는 미대생과 외적 보상(돈이나 명예)에 더 끌리는 미대생들의 미래는 현저하게 다르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내적 즐거움이 강한 미대생들은 졸업 후 20년 뒤 미술계의 거장으로 우뚝 섰지만 외적 보상에 더 이끌렸던 미대생들은 20년 뒤 변변치 못한 예술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수학의 필즈상이나 유치원생의 상장, 미대생들의 돈과 명예, 이 모두 더 잘하라고 유도하기 위해 주어진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많은 경우 외적 보상이 오히려 내적 호기심과 흥미를 잃게 하여 장기적인 성과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외적 보상(보너스, 승진)을 통해 혁신 제품을 만들어내려는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속적인 창조와 혁신은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통해 가장 잘 실현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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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연구소 강상규소장 mtsqkang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