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을 기념해서 9월 19일~20일동안 인천 하이얏트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 경제공동체 포럼 (AECF 2014)에 페이퍼를 발표하러 갔다 왔습니다. 북한 관련해서 페이퍼 두 개를 써놔서, 그것들을 발표하도록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알려주시고 도와주신 강형구 교수님, 특히. ^^
물론 행사를 주관하신 기관의 성격에 따라 bias가 있을수 밖에 없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어느 천년에 통일 되겠는가 생각도 했고, 때로는 확 그냥 (미군 믿고?) 우리나라 군대가 무작정 북한을 밀고 들어가서 통일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회에 남북한에 대해서 조금씩 더 공부하다 보니, 역시 우리 나라와 민족의 통일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더 연구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하나하나 쌓아나가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무리 맹방이고 뭐고 해도 결국 그들에게 우리는 남이라는 사실. 마치 의사가 환자를 처방할 때 overdosage같은 실수를 안할 수 없고, 그걸 막을 방법도 딱히 없는 상황이란 거죠. 모르긴 해도 북한 정권이 갑자기 붕괴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인듯 하고,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하지 않아서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준비 했다가 일이 안터져서 후회하는 것이야 뭐 어쩔수 없지요. 농부가 밭을 열심히 갈아놓은 다음에야 비가 안오면 하늘의 탓이지만, 가뭄이 영원할줄 알고 자포자기하고 있다가 막상 비가 왔을 때에 아무것도 못하면 얼마나 죄스럽겠냐구요.
통일 하면 군사비 지출을 확 줄이게 될텐데, 그걸 생각하니 굳이 지금 모병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겠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뭐 모병제로 갈것 같지도 않지만서두. downsizing을 확 해버릴 거니까 말이죠. 반면에 북쪽의 군부와 남쪽의 군부간에 power struggle이 있을 법도 한데, 그때를 대비해서 강군을 만들 필요는 있을 것같구요. 또한, 북한에 공백이 생기면 땅이 필요한 중국이 밀고 들어올것이 뻔해 보이는데, 그들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강군을 만들어야 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스위스가 영세중립을 유지할수 있는 이유가 그들의 막강한 체력과 군사력이듯이 말이죠. 물론, 그걸 바탕으로 용병질해서 번 돈으로 뱅킹을 잘 한것도 있죠. 우리는 아시아에서는 적어도 체력조건은 우수한 편 아니냐구요.
아주 의미있었던 거는 Jim Rogers라는 finance바닥의 전설적인 인물이 우리나라 통일을 상당히 고무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대한민국 정부한테 "때로는 북한에게 평화통일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 을지포커스훈련같은 한미군사작전 연습을 한두 해쯤 취소해 보이는 것도 좋다. 그런다고 북한이 쳐들어 올것도 아니고....."라고 제안을 한겁니다. 뭐, 대한민국 사람이 그런 말 했다가는 당장에 종북좌빨로 낙인찍혀서 매장당할 텐데, 국제금융계의 거물이 (특히나 보수적인 Fox news에 자주 출현하는데) 그렇게 말해주니, 좀 새겨 보게 되지 않을지.
한가지 재미있는 수확은 터키에 대해서 더 배우게 된겁니다. 터키 출신 미국 교수들과 얘기를 하면서 정말 터키가 우리 역사에 나오는 돌궐(투르크)족이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재미있는게, 그들은 우리쪽에서 시작해서 서쪽으로 나아갔고, 우리는 몽골 초원에서 시작해서 동쪽으로 달려왔다고 알고 있는데요. 길이 엇갈리지 않았을지. 중간에 많이 싸우기도 하고 친하기도 하고 했을법 합니다. 왜 서로 방향이 반대였을지. 우리나라에 파병온 터키 참전용사들이 16개국중 4번째로 많았죠. 그 분들을 기리는 탑이 경기도 용인시 기흥에 있다고 하는데, 거기를 가고싶어 하더군요. 자기 살던 고향 마을에 참전용사분들이 몇분 있어서, 그분들한테 전쟁얘기와 한국 얘기를 많이 들었대는데, 그래서 한국에 대해서 더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한국인 선교사들이 터키에서는 상당히 우호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 출신 선교사들이면 얄짤없는데 말이죠. 군대 징병도 우리와 비슷하긴 한데, 이제는 외국에 유학할 경우 우리 돈으로 천만원정도 내면 군역이 면제된다고 하네요. 1차대전 이래로 전쟁을 하도 많이 겪어서 어떤 사람은 4번이나 징병을 나갔대네요. 오토만 터키. 오스만 투르크죠. 상당히 우리나라의 통일에 대해서 많은 가능성을 매기고, 통일후 북한인들의 적응도 낙관적으로 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