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와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 "강남스타일"과 관련한 투자자 심리(PSY-cology)
정호성 금융통화연구실 선임연구원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가수 싸이(박재상)가 발표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2012년 7월 15일 유튜브에 게재된 이후 2012년말 17.5억뷰를 기록하였고 2013년 10월말 현재에는 18억뷰를 돌파하며 인기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독특한 점은 전 세계인들이 “강남스타일”을 듣고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1]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뮤직비디오(parody music videos)와, 불특정 다수가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 모여 특정한 행동이나 춤을 따라 하는 플래쉬 몹(flash mob)을 통해 “자기스타일” 대로 “강남스타일”을 즐겼다는 점이다. 부가적으로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한국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여겨진다.
출처: http://blogs.wsj.com/korearealtime/2013/10/16/how-gangnam-style-drove-an-800-share-price-gain/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한편 11월 14일 스웨덴 한림원은 자산가격에 대한 실증연구(empirical asset pricing)에 기여한 공로로 시카고대의 유진 파마 교수와 라스 피터 핸슨 교수,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를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금번 노벨 경제학상 수상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파마 교수와 실러 교수가 자산가격결정을 설명하는데 있어 서로 대척점에 있다는 것이다. 파마 교수는 모든 정보가 이미 주식가격에 반영되어 있어서 다양한 정보를 이용하더라도 시장에 비해 초과수요를 얻을 수 없다는 “효율적 시장가설”로 유명한 학자이다. 반면 실러 교수는 시장은 비효율적이라는 증거를 제시한 연구로 유명한 학자이다. 즉 실러 교수는 주가가 심리적 요인과 같은 기업가치와 무관한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하면서 행동경제학(behavioral finance)을 주창하였다.
실제로 파마는 동료인 프렌치 교수와 ‘Dimensional Fund Advisor’라는 인덱스형 투자자문사를 설립하여 그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고 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탄생 뒤에는 파마의 논리가 있는 것이다. 또한 실러는 사람의 심리를 예측하여 초과수익을 얻고자 다양한 형태의 액티브형 펀드의 설립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자산가격결정이론(asset pricing theory)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의 한 연구(김영한·정호성, 2013)는 “강남스타일”이 유튜브를 매개채로 이용하여 전 세계로 노출되는 정도와 싸이의 아버지(박원호)가 공동대표로 있는 DI社의 주가와의 관계를 통해 개인투자자의 투자행태에 대한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하였다.[2]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반도체 검사장비 및 부품 제조업체인 ㈜DI社의 공동대표가 싸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은 국내 언론은 물론, “Economist”紙를 비롯한 주요 영어뉴스와 중국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로 전 세계에 보도되었다. 이러한 보도와 더불어 DI社의 주가는 단시일 내에 800% 이상 상승하였으며 거래량도 크게 증가하였다.[3] 싸이가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는 반도체 검사장비업체의 주가에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어떠한 경로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기존의 자산가격결정이론이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결과, 특정 국가에 “강남스타일”과 관련한 패러디 뮤직비디오나 플래쉬 몹이 유튜브에 올라올수록 본국 거주 외국인 개인투자자는 DI社의 주식을 (순)매입하는 반면, 그 나라 출신 한국 거주 외국인 개인투자자는 DI社의 주식을 (순)매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본국 거주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이 언론을 통해 싸이와 DI社와의 관계를 알게 된 후, “강남스타일”에 노출될수록 DI社 주식을 매입하는 반면, 싸이가 DI社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국 거주 외국인은 오히려 같은 날 DI社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 거주 외국인들은 이미 싸이가 세계적인 가수 저스틴 비버의 프로듀서인 스쿠터 브라운을 처음 만나러 가는 날 (2012년 8월 중순) 주식을 대량 매입해 놓은 것을 알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개인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로 플래시 몹 비디오를 찍고 유튜브에 올린 지역 근처의 증권사 지점일수록 그 다음날 유의하게 DI社 주식을 (순)매입하는 것이 발견되었다.[4]이러한 결과는 개인투자자들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자주 노출된 주식에 대해 심리적으로 더 낙관적인 견해(bias)를 가지고 주식을 매입한다는 최근의 발견들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나아가서 자산가격의 거품을 설명하는 이론들 중 “자기보다 더 낙관적인 투자자에게 나중에 주식을 재매도(resale)할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도 주식을 매집해서 가격을 올린다”는 이론(resale option theory)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강남스타일을 통해 회사가 더 알려짐으로 인해서 상품 시장과 주식시장의 수요가 올라가고 그에 따라 주가가 당연히 올라가는 경제학적 설명(Investor awareness hypothesis)도 가능하다. 하지만, 주가가 3개월동안 800%나 올랐다가 내려가고, 후속곡 “젠틀맨”이 출시될 때에 다시 800%를 뛰는 것을 볼 때에 투자자 심리로 인한 거품요소가 경제학적 요소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수 있다.
이와 같이 2012년중 DI社 주가의 급등은 심리적인 요인으로 단기간에 걸쳐 주가에 버블이 발생 수 있다는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실러의 행태경제학적 주장을 뒷받침 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작 ‘강남스타일’ 이후 DI社 주식 보유자중 지분율이 가장 높은 펀드가 다른 누구도 아닌 금년 노벨상 수상자인 유진 파마의 ‘Dimensional Fund Adviser’라는 점도 흥미로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5] 아마 회사 시가총액이 커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덱스 펀드에 편입된 것일 수도 있지만, 이 회사보다 크기가 1/4밖에 되지 않으면서 싸이의 아버지가 사외이사로 근무하는 D.ID Corp에서마저 Dimensional Fund Adviser가 최대 기관투자자가 되었고 비슷한 버블 현상을 보인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도 할수 있다. 이래저래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관련하여 DI社의 주식가격이 금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여러모로 관련되어 재미있게 생각되었다. 끝.
[1] “강남스타일”은 2012년중에 호주, 독일, 스위스, 영국 등 30여개가 넘는 국가의 대중가요 음악차트(pop music chart) 1위를 기록하였으며, 미국 빌보드챠트에서 2위를 상당기간 기록하였다. 또한 김영한▪정호성(2013)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중 43개국가에서 만든 193개 강남스타일 패러디 뮤직비디오(parody music videos)가, 80개국가에서 만든 243개 플래쉬몹(flash mob)이 유튜브에 게재되었다.
[2] KIM, Y.Han(Andy), 2013.10, JUNG, Hosung, “Investor Psy-chology surrounding “Gangnam Style”. Working paper.
[3] 해당 기간중에 DI社의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만한 소식을 전혀 없었다. 오히려 2012년중 당기순이익은 2011년의 적자에 대비 소폭의 흑자로 전환되었으나 2009년 및 2010년의 흑자규모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었고, 워낙 경기변동성이 큰 반도체 장비업종의 특성상 놀랄 일은 전혀 아니었다.
[4] 수도권 이외의 지역. 수도권 포함해도 같은 결과.
[5] 2013년 6월말 기준 “Dimensional Fund Advisor”는 DI社주식의 0.76%를 보유하고 있다. 강남스타일 출시 이전에는 전혀 보유지분이 없었다. (김영한▪정호성, 2013.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