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조민 사태와 같이 부모가 공직자에 올라 자격 논란을 검증하는 자리에서만 연구 논문 부정 판정이 수면 위에 떠오르고, 그 외의 상황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조국 사태의 경우 딸 조민 씨의 동양대 총장 표장장, 단국대 의과학 연구소 인턴 및 논문 1저자를 비롯한 총 7가지의 스펙 중 7가지 전부가 허위로 판결되었다. 이로 인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임명 35일 만에 자진 사퇴하였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씨도 징역 4년이라는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처벌이 가능했던 이유는 공직자가 본인의 지위를 이용해 자식의 입시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이 검찰에 의해 밝혀져 전 국민적인 분노를 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조국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검찰은 친 조국 진영으로부터의 거센 정치적 보복을 감수해야 했으며, 올해 출범한 윤석열 대통령 정부에서 임명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장관급 인사들도 조국 사태와 비슷한 자식의 입시 부정과 논문 조작 논란이 일었지만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하고 마무리되었다.
이처럼 공론화된 몇 가지 사례에 대해서도 반대 진영에서는 잘못, 당사자가 속해 있는 진영에서는 감싸고 드려 하는 상황이 반복되어 논문 조작 등의 연구 부정과 입시 비리가 근본적으로 뿌리 뽑히기보다 정당, 정치인 간의 정치 갈등을 격화시키는 소재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교육부의 경우 실명 거론을 지양하기 때문에 일반 대중의 경우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지 않으면 이러한 사실을 접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서울대, 고려대 등 대학 단체들의 조국 퇴진 시위.(출처:중부일보)
이형기 서울대 의대 교수가 조국 후보자 딸이 썼다는 논문의 초록에서 찾은 오탈자(the 중앙)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신용현 의원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1년간 과기정통부 지원 연구사업에서 교수가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한 논문이 24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논문에 투입된 예산은 총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강동현 씨와 KAIST에서 경영공학을 전공한 강태영 씨는 부정 논문에 관해 거의 기여하지 않았음에도 인맥을 활용하여 부정하게 저자로 등재되는 사례, 입시 전략을 위해 의도적으로 '약탈적 저널'이나 공신력이 낮은 학술지·학회에 발표한 사례로 구분한다. 이 중 전자는 명확히 비리 행위이나, 후자의 경우 정보가 부족한 학생들이 담당 교수의 권유로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참여했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즉, 이런 부정행위는 오롯이 학생들만이 아닌 어른들의 그릇된 욕망이 투영되어 있는 문제라는 뜻이다.
출처 강태영 KAIST 경영공학 석사 & 강동현 시카고대 사회학 박사과정생
출처 강태영 KAIST 경영공학 석사 & 강동현 시카고대 사회학 박사과정생
강태영씨는 “우리 연구를 두고 정시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데 저희 결론은 절대 그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들은 “고등학생 논문 양산 배경에는 경제적 불평등이 자리잡고 있다. 입시정책이 자주 바뀔수록 부유층만 유리하다”고 했다. 강태영씨는 “문제의 핵심은 돈으로 학벌까지 사려고 부정한 방법을 저지르는 학부모·학교와 이에 동조하는 외부인이 있다는 것이다. 입시정책 변동성이 커질수록 적응하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 무슨 정책을 쓰든 부유층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을 것이다. 불평등이 고등학생 논문 뒤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저자 자격을 갖추지 못한 미성년자의 공동저자 표시는 결국 진실성을 해친다. 공동 논문의 경우 저자에 등재하기 위해서는 '첫째, 연구의 기본 개념과 디자인, 연구 자료 획득·분석·해석 과정에 심대한 기여를 해야 한다. 둘째, 실제로 논문을 써야 한다. 단 번역과 영작은 포함되지 않는다. 셋째, 논문 내용을 그대로 게재해도 좋다고 승인해줘야 한다. 넷째, 논문에 포함된 내용의 진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라는 이 네가지 조건을 충족해야한다. 저자 자격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모든 기여자의 이름은 ‘감사의 글’ 부문에 올려져야 한다. 하지만 현 과학에는 저자와 기여자의 명확한 구분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조국-조민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윤리 위반은 과학계 전반에 질을 낮출 뿐 아니라, 보통 과학자와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뿐이다.
제도적 문제점
부당하게 논문에 올린 서울대 교수 2명은 물론 조민씨와 관련된 단국대 교수 1명, 전북대 교수 이씨 등이 모두 주의·경고 처분을 받았을뿐, 중징계를 면했다. 이병천 교수는 징계 절차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규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은 “과거 징계시효가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라 대부분 징계시효가 지나 주의·경고에 그친 점은 아쉬운 부분” 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수능위주 전형으로 입학하는등 연구물을 대입에 활용하지 않았거나, 입시자료 보관 기간이 지나 조사를 하지 못한 경우도 존재하며, 외국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 교육부의 징계는 불가능하다.
교육부 ⓒ연합뉴스
96건의 부당 논문 발견했지만 입학취소는 5명에 그쳤다(사진=아이클릭아트)
관리·감독 역할을 수행하는 교육부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대학의 재량권에 따른다”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현재는 관련 처벌을 해당 대학 재량에 맡긴다는 얘기다. 즉 대학마다 다른 잣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득할 수 없는 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입학취소 여부 판단은 대학의 권한이며 대학의 결정사항으로 대부분 대학의 재량권을 인정하도록 판시하고 있다"면서 "대학 마다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당시 상황이나 학칙, 모집요강, 전형요소 등 종합적인 부분을 고려해 대학이 판단한 것이고, 교육부는 대법원의 판례에 비춰 존중한다”는 게 교육부가 밝힌 입장이다. 각 대학이 연구부정의 정도와 고의성 등에 따라 교원 69명 중 퇴직교원을 제외한 67명에 대해 내린 징계는 중징계 3명, 경징계 7명 정도다. 57명은 주의·경고 처분으로 마무리 되는 것을 보면 현실적인 처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