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델데이2023 영화 부문 벡델리안

감독

작가

배우

제작자

<다음 소희> 정주리 

2023년을 돌아보았을 때 <다음 소희>는 어디서든 대표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2014년 <도희야>로 데뷔한 정주리 감독은 전작에서 아동 학대와 소수자 차별에 대한 질문을 던진 바 있다. <다음 소희> 역시 사회적 약자의 삶에 카메라를 포커싱하여, 모두를 그 세계로 강력하게 끌어들인다. <다음 소희>는 영화 밖 사실을 직시하며, 영화 속 인물과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다해 공감하고 연대한다. 이러한 특별한 정서와 무드는 사건을 고발하는 뉴스의 한계를 뛰어넘어, ‘소희’의 삶을 오래 기억하게 하는 ‘영화’로 남게 되었다. 정주리 감독은 응시의 힘을 가지고 있다. 청년 세대의 노동을 사려 깊게 관찰하고 그 뒤에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는 사회의 이면에 집중한다. 여성, 약자, 소수자를 보듬는 그녀의 시선에 감사하다.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김세인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단순히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어 하는 이정과 수경, 두 여자의 처절한 투쟁의 연대기에 가깝다. 영화는 무시무시한 에너지로 보는 이를 영화가 가공한 세계 안으로 끊임없이 인도한다.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그리고 얼마나 깊숙이 그들에게 도달할지 알지 못한 채 그저 속절없이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흡인력 있는 서사는 이 영화의 장르가 드라마가 아닌 스릴러에 가깝게 보이게 만든다. 전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탄탄하게 쌓아 올린 생동하는 캐릭터는 불가할 것만 같았던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바로 자신의 딸을 죽이려 했던 것 같던 엄마를, 비정해 보이기만 했던 그 여자를, 자신의 욕망에만 춤추는 듯해 보였던 수경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김미조(영화감독)

<유령> 이하늬

<극한직업>의 형사, <블랙머니>의 국제 변호사, <킬링 로맨스>의 톱스타, <유령>의 통신과 암호 전문 기록담당. 최근 연기한 인물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배우 이하늬는 전문적이고 개성이 강한 캐릭터에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그만의 인간적 온기를 부여한다. <유령>에서 연기한 박차경은 겉으로는 차갑고 이성적인 통신 기록관이지만 가슴속에는 뜨거운 사랑과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단련된 전사의 액션 신을 대역 없이 수행한 것도 놀라운 점이지만, 박차경 역에 대해 “온몸에서 나오는 기운, 기세가 보여져야 했다”는 한 인터뷰 속 말처럼, 생과 사를 오가는 인물의 단단하고 강인한 기세는 온전히 배우의 노력의 산물이다. 무엇보다 배우 이하늬가 캐릭터에 덧입히는 따뜻한 카리스마는 그 어떤 의심 없이 기꺼이 인물의 삶에 다가가려고 하는 개인의 태도에 닿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면모는 배우 이하늬가 가지고 있는 비교 불가능한 매력이다.

신혜연(인사이트필름 대표)

 *사진 제공: 코스모폴리탄

<길복순> 이진희

“엄마, 수고했어”라는 후반부 대사를 “도연씨, 수고했어요”라고 바꾸면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전도연에 대한 오마주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길복순>은, 장르영화 안에서 현실 모녀 관계의 단맛과 쓴맛을 그야말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영화다. 어느 순간 ‘한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의미를 훌쩍 넘어서 버린 전도연의 오라(aura)는 그처럼 절묘하고도 새롭게 정립되는데, 그 불가능한 프로젝트는 어쩌면 변성현 감독과 이진희 제작자의 오랜 호흡 아래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진희 제작자는 일단 변성현 감독과 함께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그의 두 번째 영화 <나의 PS 파트너>를 시작으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프로듀서를 거쳐 2018년 설립한 씨앗필름의 제작자로서 <킹메이커>와 <길복순>까지 사실상 그의 모든 작품을 함께했다. 넷플릭스와는 <길복순>에 이어 박현진 감독의 <모럴센스>, 그리고 시리즈 <사냥개들>까지 공동제작하며 지난 몇 년간 충무로에서 가장 바쁘게 살아온 제작자였다. 상투적인 얘기일지라도, 진정 그다음이 궁금한 제작자다. 

주성철(씨네플레이 편집장)

<도희야>(2014)

<다음 소희>(2023)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2022) 

<타짜-신의 손>(2014), <로봇,소리>(2016), <부라더>(2017), <극한직업>(2019), <블랙머니>(2019), <외계+인 1부>(2022), <유령>(2023), <킬링 로맨스>(2023) 

<나의 PS 파트너>(2012, 프로듀서), <임금님의 사건수첩>(2016, 프로듀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6, 프로듀서), <킹메이커>(2022), <길복순>(2023), <사냥개들>(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