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문 벡델초이스 10 | 2024 Bechdel Choice 10 in SERIES
시리즈 부문 벡델초이스 10 | 2024 Bechdel Choice 10 in SERIES
시리즈 부문 벡델초이스 10 심사총평
성평등한 가치를 실천한 영화와 시리즈를 조명하는 벡델데이에서 시리즈의 점검은 이제 어느 것보다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저조한 극장가의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시리즈가 활황기를 맞으면서, 투자 제작의 급증, 창작 인력의 쏠림 현상,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물량 공급이 지속적으로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작품의 성평등 구현, 제작진의 성비 구성 등 짚어봐야 할 것들이 꾸준히 대두되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는 극장의 대안으로 읽히던 OTT 시장에도 위기의 신호가 읽힌 점에서 변화를 읽을 수 있는 한 해였다. 극장을 찾지 않는 관객들이 시리즈의 사용자로 등가 전환 되던 판데믹 시기와 달리, 올 한해는 늘어난 플랫폼과 쏟아지는 물량에 ‘구독 피로’를 토로하는 사용자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 글로벌 OTT 업체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의 구독자 감소. 신규 구독자 유치 저조로 인한 구독료 인상과 이에 따른 구독자 이탈이 불러온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산업적으로 볼 때 급증한 시리즈 제작으로 제작인력이 유입됐던 지난해와 달리, 편성의 어려움으로 창고에 묶인 작품들이 늘어나고, 제작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투입됐던 인력들이 오히려 이제는 이탈하는 것을 감당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K-콘텐츠’로 소개되어 전 세계에 반향을 낳은 OTT 시리즈물의 급증이 자생력을 갖추었다기보다 글로벌 OTT 기업의 투자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전에는 기회였던 것이 곧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체감하는 한해기도 했다. 투자의 위기가 불러올 후폭풍을 오리지널 OTT 시리즈의 근간 자체를 점검해야 할 때다.
올해 시리즈의 성평등한 가치 실현과 성과도 이같은 산업적인 토대를 바탕으로 읽혀진다. 올해는 지난 1년간 공개된 OTT 시리즈 총 91편의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들은 작품 수의 물량에 있어서 수적 증가가 보장되었음에도 전년도 대비 새로운 시도의 감소를 올해 시리즈의 특징으로 꼽았다. 기획의 참신성이 부족하다 보니 대중적 반향을 일으키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공중파보다 OTT 오리지널의 작품이 소재, 주제인 측면에서 더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점을 읽을 수 있었다. OTT 플랫폼과 공중파의 다양성 수용 정도가 다른 점은 실제 제작진에게서도 크게 체감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성평등한 관점에서 괄목할 만한 지점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여성 배우들의 파워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도 읽혔다. 여성 주연 배우를 토대로 기획이 진행되거나, 장르 자체를 책임질 수 있는 대중적 호응과 역량을 갖춘 배우들의 증가도 읽어 볼 수 있었다.
올해는 주요 작품의 경우 제작진의 성비 구성에도 변화가 보인다. 제작진의 변화가 눈에 띈다. 보수적인 관점으로 벡델초이스를 볼 때, 여성 서사를 이끌던 여성 감독, 작가의 수가 대다수였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남성 감독, 작가 등이 만드는 여성 서사 콘텐츠가 적지 않음을, 증가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올해로 세 번째 시리즈의 성평등 지수를 점검하면서 시리즈 제작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도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빠른 제작, 물량의 확보,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자극적인 시도, 오리지널 대본의 감소 등 시리즈 제작이 현재 안고 있는 사항들을 꾸준히 점검하고 지적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벡델데이 역시 이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우리의 행사가 단순한 수상에 그치지 않고 보다 성평등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쟁점을 논의하는 자리를 제공하기를 바라본다.
시리즈가 봉착한 문제지점들은 낡고 오래되거나 진부하지 않은 막 대두된 문제점들이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개선해 나가, 한국 시리즈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더 크게 발전시킬 기회이기도 하다. 올해도 다양한 목소리를 잃지 않으려 창작 단계에서 분투한 작품들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가치 평가, 벡델데이의 조명이 앞으로의 발전된 시리즈를 만드는 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이화정(벡델데이 2024 프로그래머)
영상매체를 바라보는 관점을 ‘성평등’으로 삼고 있는 벡델데이는 2022년부터 한국영화와 영화인에 주목하던 시선의 영역을 시리즈 분야로도 확대했다. 지상파뿐만 아니라 IPTV, OTT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시청자들이 접하는 창작 콘텐츠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 작품이 이룬 성과와 나아갈 방향을 벡델의 시각으로 함께 점검하고 격려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특히 넷플릭스 사용자 60% 이상이 한국 콘텐츠를 관람한 적 있다고 할 만큼 한국 영화와 시리즈가 글로벌 시장에서 일상적으로 소통되는 현재, 우리 영상이 가진 인종 및 젠더 감수성 등을 더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벡델데이 2024은 2023년 7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선보인 한국영화 108편·시리즈 91편을 대상으로 예심과 본심을 통해 선정됐다. 올해의 시리즈 부문 본심 심사에는 벡델데이 이화정 프로그래머,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김민정 교수, 중앙일보 나원정 기자,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가 참여했다.
2024 Bechdel Choice 10 in SERIES
남남 사진 제공: KT스튜디오지니
연출 이민우 | 출연 전혜진 최수영 안재욱 박성훈 | 작가 민선애
여성과 소수자의 서사도 이렇게나 재미있고 유쾌할 수 있음을 보여준 시리즈. 싱글맘, 미혼모, 가정폭력 문제 등 사회의 사각지대를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하면서도, 자신의 젊은 엄마(전혜진)의 연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진희(최수영)만큼이나 너무 무겁지 않되, 그렇다고 마냥 나이브하지는 않은 톤으로 밸런스를 조절한 작품.
김지연(씨네플레이 기자)
무인도의 디바 사진 제공: 스튜디오드래곤
연출 오충환 소재현 | 출연 박은빈 김효진 채종협 | 작가 박혜련 은열
무인도의 시간은 가정 폭력 생존자가 오래도록 벗어날 수 없는 고립과 트라우마의 은유다. 청춘 로맨스에서 판타지로, 연대와 희망의 찬가로 거듭나는 성장담. 약자의 힘겨운 이야기를 끝까지 새겨듣게 만드는 총천연색 변주가 돋보인다. 박은빈의 청량한 보컬은 화룡점정.
나원정(중앙일보 기자)
밤에 피는 꽃 사진 제공: mbc
연출 장태유 최정인 이창우 | 출연 이하늬 이종원 김상중 이기우 | 작가 이샘 정명인
남성 캐릭터에게 국한되었던 ‘복면 쓴 액션 히어로’, 조선시대로 따지자면 홍길동을 여성 캐릭터로 치환한다. 단순 변환에 그치지 않고 여성을 향한 공고한 차별의 담을 넘나드는 캐릭터 여화의 미래지향적 활약상이 생기있게 펼쳐진다. 대중적 장르라는 쉬운 문법을 따르면서도 성취의 지점을 놓치지 않고 전진하는 드라마.
이화정(벡델데이 2024 프로그래머)
사랑한다고 말해줘 사진 제공 :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연출 김윤진 김문교 | 출연 정우성 신현빈 김지현 | 작가 김민정
수어는 청각이 아닌 시각에 특화된 언어로 수어로 말을 할 때는 상대방과의 시선 마주침이 많다. 서로 마주 보지 않으면 대화를 나눌 수 없는, ‘관계의 친밀도’가 굉장히 높은 언어가 바로 수어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는 데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증명해낸 모범사례이자 수어 자막과 목소리 더빙을 의도적으로 자제하는 ‘친근한 무례함’을 통해 소수자, 타인, 그리고 인간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세계로 초대하는 ‘아름다운 러브레터’다.
김민정(중앙대학교 문예창작전공 교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사진 제공: 넷플릭스
연출 이재규 김남수 | 출연 박보영 연우진 장동윤 이정은 | 작가 이남규 오보현 김다희
설명할 길이 없던 막막한 마음들이 다채로운 언어를 얻었다. 각 인물의 심리에 맞춰 장르를 달리한 연출이, 한 사람이 각기 하나의 우주라는 오랜 명제를 일깨운다. 삶에 충실한 웹툰 원작, 진심어린 영상화의 좋은 예. 개성 만점 새 얼굴이 빛난 올해의 배우 발굴터.
나원정(중앙일보 기자)
졸업 사진 제공: 스튜디오드래곤
연출 안판석 | 출연 정려원 위하준 | 작가 박경화
<졸업>은 공교육과 사교육, 연상녀와 연하남, 일과 사랑 등 진부하게 그려낼 수 있는 전형적인 요소들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직조해 냄으로써 작품성과 대중성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하였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성공하려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욕망의 서사’로 제한하지 않고 ‘인간의 본질’을 지향하는 ‘정체성의 서사’로 확장하여 여성 서사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이루어낸다.
김민정(중앙대학교 문예창작전공 교수)
킬러들의 쇼핑몰 사진 제공: diseny+
연출 이권 노규엽 | 출연 이동욱 김혜준 서현우 | 극본 지호진 이권
“잘 들어, 정지안” 그러나 단순히 잘 듣는 것을 넘어, 이 주인공(김혜준)은 한국 여성 원톱 액션물의 새로운 계보를 썼다. 여성 조연까지 힙하고도 스타일리시한 개성으로 무장해, 독특한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
김지연(씨네플레이 기자)
피라미드 게임 사진 제공: TVING
연출 박소연 | 출연 김지연 장다아 류다인 | 극본 최수이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기존의 드라마들이 대체로 남학생들 사이의 육체적인 폭력을 다룬다면, <피라미드 게임>은 그의 대척점에서 다양한 여학생 캐릭터를 활용하여 복잡한 심리와 감정선에 기반한 독창적인 두뇌게임을 선보인다. 권력의 위계와 질서에 대한 도발적인 상상력에서 시작한 그 게임은 견고한 갑을 세계관에 유의미한 균열을 만들고 ‘사회의 축소판’ 학교를 시대 변화의 공간으로 재정의함으로써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희망의 가능성’, ‘가능성의 희망’을 발견해 낸다.
김민정(중앙대학교 문예창작전공 교수)
힘쎈여자 강남순 사진 제공: SLL
연출 김정식 이경식 | 출연 이유미 김정은 김해숙 옹성우 | 작가 백미경
‘힘쎈여자 도봉순’을 잇는 K재벌 슈퍼 히어로판 스핀오프. 전무후무한 천하장사 모녀 3대가 탄생했다. 다루는 사회 문제, 계급‧빈부 격차만큼, 만화 같은 상상의 스케일도 커졌다. 몽골 유목민, 조선족 등 다문화 캐릭터의 운용도 대범하다. 코믹 판타지의 탈을 쓴 사회 고발극.
나원정(중앙일보 기자)
LTNS 사진 제공: TVING, 바른손스튜디오
연출 전고운 임대형 | 출연 이솜 안재홍 | 작가 전고운 임대형
단지 파격적이고 발칙한 소재를 다뤘기 때문이 아니라, 잘나가고, 아름답고, 돈 많은 사람들의 화려한 섹스 라이프가 아닌 그 이면, 즉 궁상맞고도 찌질하고, 가끔은 숨기고도 싶은 우리네 성 이야기가 필요했기에 대담한 시도다.
김지연(씨네플레이 기자)
벡델데이 2024 2024. 09. 07. (토) @인디스페이스
주최·주관 DGK(한국영화감독조합)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벡델데이 2024 사무국 DGK(한국영화감독조합) | 02-6080-4422 | dgk@dgk.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