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이래 비교적 소규모 선교단체인 BEE Korea는 60여 개 국가에서 누적 인원 40만 명에 달하는 교회 지도자를 BEE 과목으로 훈련해 왔다. 하지만 사역한 사람 수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전한 내용이다.
우리의 죄를 위해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희생하셨음을 믿음으로 구원받는 것이 복음의 핵심이다. 복음은 모든 복음주의자가 알아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이지만, 대부분 복음주의자는 이 진리에 불분명하다. 구원의 조건으로 예수님을 믿는 것은 복음주의자라면 모두가 받아들인다. 그런데 예수님을 믿는 믿음만이 구원의 조건이라고 할 때 많은 복음주의자가 동의하지 않거나, 믿음 외에 다른 구원이 더해진 것을 용납한다. 그들은 복음 외에 세례나 도덕적 삶, 교회의 순종 등 다양한 조건을 덧붙이거나 덧붙여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조문상 선교사는 중남미에서 진정한 복음이 선포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뼈저리게 경험한 적이 있다.
한번은 중미 니카라과에서 복음주의 목회자와 사모 30명을 대상으로 《갈라디아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었다. 목회자들은 모두 한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복음주의 신학교를 나왔고 당시에도 한인 선교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다. 《갈라디아서》의 주제는 믿음의 복음이기에 공부를 하다보면 반드시 믿음으로만 구원 받음을 배우게 된다.
나 역시 세미나 중 학습서 내용에 따라 사람은 믿음으로만 구원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학생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웅성거림은 점점 커져만 갔다. 학생들에게 무엇이 문제인지를 물었다. 학생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심각하게 믿음으로 구원 받는 것이 맞다고 운을 떼며 하지만 구원 받으려면 다른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먼저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즉 물세례를 받지 않으면 구원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례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제대로 결혼을 해야 구원 받는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가톨릭 국가인 니카라과에는 법적으로 이혼이 되지 않아 많은 남녀가 제대로 결혼하지 않고 동거한다고 한다. 결혼한 것처럼 애도 낳고 살지만, 결혼의 의무가 없어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 갈라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상대를 만나 다시 동거 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즉 동거하기 때문에 계속 죄를 지으니 제대로 결혼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니카라과교회는 동거하는 사람에게 세례를 베풀지 않으며, 그 결과 첫 번째 들었던 구원의 조건인 세례가 없으므로 구원받지 못한다는 논리였다.
그에 대해 설명하려는데 그 목사는 구원의 조건이 한 가지 더 있다고 하며 순종이라고 했다. 나는 주님께 대한 순종으로 생각했으나 목사의 설명은 달랐다. 목사는 교회에 순종하지 않으면 구원이 없다고 했다. 세례까지 받아 구원받은 교인이 교회에 순종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냐고 물으니 그는 구원을 잃는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니카라과 복음주의 교회 목회자와 사모 30명 모두는 이 구원의 조건들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다.
갈라디아서와 로마서, 그리고 다른 많은 곳에서 구원은 예수님을 믿음으로만 받는다고 가르친다. 갈라디아서에서 사도 바울은 예수님을 믿지만 다른 것을 구원으로 더한 것은 복음이 아니라고 했다. 1:7에서 다른 복음은 없으며 이어 8-9절에서 그런 잘못된 가르침을 전하는 자들은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두 번 연거푸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 목회자들은 구원받지 못한 저주 아래 있는 복음주의자 목회자들이다. 또한 그들 밑에서 신앙 생활을 하는 교인 대부분 역시 구원받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세미나를 마치고 돌아가며 나는 정진모 선교사에게 니카라과 복음주의자 중 구원받은 사람은 10%도 안될 것이라고 했다. 정 선교사는 “10%가 뭐예요? 1%도 안될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정 선교사는 “니카라과만 이런 것이 아니에요. 중남미 모두가 이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떤 이단에서 “지옥 가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을 어떤 의미로 했는지 필자는 잘 모른다. 하지만 그 말 자체는 사실이다. 세계 인구 중 30%가 넘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으로 분류된다. 이 그리스도인의 범주에는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을 포함한다. 즉 가톨릭, 정교회는 물론이고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아닌 이단도 모두 포함한 숫자이다. 그래서 선교학자들은 이들과 진정한 그리스도인을 구별하기 위해 “복음주의자”를 구분한다. 대부분의 개신교는 복음주의에 속한다. 복음주의자가 가진 네 가지 특성을 보면 복음주의자가 아닌 그리스도인은 구원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세계에서 복음주의자로 분류한 사람은 8%이다. 다시 말하면 세계 인구 중 30%가 넘는 이가 그리스도인이지만, 구원 가능성이 있는 복음주의자는 전 세계 인구 중 8% 뿐이다. 즉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백하는 사람 중 약 75%는 구원받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지옥 가는 그리스도인이 천국 가는 그리스도인보다 훨씬 많다.
그렇다면 복음주의자는 모두 구원 받았나? 니카라과 이야기에서 보았듯이 복음주의자라고 다 구원받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선교학자들은 크게는 복음주의자의 40%가, 작게는 10%가 구원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정말 안타깝게도 지옥에 가는 복음주의자가 천국에 가는 복음주의자보다 많다.
BEE는 모든 학생에게 첫 과목으로 기본제자훈련 과목을 가르치고 바로 다음 과목으로 갈라디아서를 가르친다. 갈라디아서는 당시 일부(또는 대부분) 유대인 그리스도인이 가졌던 할례와 모세 율법 준수를 구원의 조건에 포함했던 신학(참조 행 15:1-2; 5)이 잘못되었음을 명확히 가르친다. 1:7에서 바울은 “다른 복음은 없나니”라고 말하며 예수님에 관한 믿음에 할례나 율법 준수를 더한 것(행 15:1)은 복음이 아니라고 한다. 복음은 구원을 주는 기쁜 소식이기에 복음이다. 복음이 아니라는 것은 구원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다른 복음(갈라디아서의 경우 예수님을 믿는 믿음에 할례나 모세의 율법 준수를 구원의 조건으로 더한 것)은 구원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 더 나아가 1:8-9에서 “다른 복음을 전하는 자들은 저주를 받을지어다”라고 두 번 연이어 선언한다. 그리고 5:2에서 “너희가 만일 할례를 받으면 그리스도께서 너희에게 아무 유익이 없으리라”라고 하며 4절에서는 “율법 안에서 의롭다 함을 얻으려 하는 너희는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지고 은혜에서 떨어진 자로다”라고 선포한다. 따라서 누구든지 믿음으로만 구원받는다. 거기에 아무리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덕목이나 의식일지라도 구원의 조건으로 더해진다면 그것은 “다른 복음”이기에 더 이상 구원을 줄 수 있는 복음이 아니다.
BEE는 BEE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이 진정한 복음을 가르치고 강조했다. 선교지에서 BEE 학생의 대부분이 목회자인 것을 고려하면 그 파급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목회자가 잘못된 복음을 가졌다면 그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 역시 잘못된 복음을 가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BEE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가장 중요한 명령으로 믿으며 실천한다. 그래서 만 명 이상이 수료한 가장 기본 단계인 DPM은 예수님 지상명령의 핵심인 “제자 삼는 제자”에 초점을 맞춘다. 즉 예수님의 지상명령에 따라 학생들 자신이 먼저 예수님의 제자가 되고 다른 학생들을 예수님의 제자로 만들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 목표 실현을 위해 DPM을 수료하려면 학생은 반드시 자신이 제자를 삼고 가르쳐야 한다.
하나님이 누군가를 선교사로 보내셨다면 그 선교사를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그분의 계획이 있으시다. 그래서 선교사가 자신의 사역을 통해 결과물을 내기 원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사역에는 인간의 탐심이 더해질 수 있으며, 탐심이 앞선 경우 선교사는 하나님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자신이 원하는 때에 내려 한다. 그럴 때 성경적 방법이 아닌 인간적 방법을 찾는다. 인간적 방법이 때로는 인간이 생각하기에 좋은 결과물을 내기도 하기에 선교사와 선교단체는 성경적 방법과 인간적 방법 사이에서 저울질하고는 한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BEE 사역의 기본 원리는 딤후 2:2에 근거한 배가이다. 배가를 가능하게 하는 것 역시 같은 구절에 있는 “충성된 사람들”을 찾아 훈련하여 사역을 이양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12명의 제자를 선택하셨듯이 충성된 사람들은 대규모로 찾기 어렵고 또한 그들 각자에게 맞는 훈련을 제공하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훈련은 소규모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BEE가 이 성경적 방법을 믿음으로 따랐을 때 하나님은 사역의 문을 열어 주시고 충성된 사람들을 만나게 하셨다. 더 나아가 그 충성된 사람들을 통해 말씀 사역인 BEE가 그 나라에 뿌리내리도록 하신다. 대규모 강의나 재정의 공급 등 인간적 방법을 동원했을 때보다 인간이 바라는 결과가 빠르게 나오지는 않더라도 성경적 방법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를 하나님의 때에 이루게 한다.
교육 없이 사역에 임한 목회자들은 자신들이 이전에 보고 들어왔던 방식으로 사역하려는 경향이 있다. BEE는 그들에게 생활 전도, 제자 양육, 성경해석, 강해 설교, 교회론, 교회 성장론 등 사역과 관련한 과목을 통해 성경적인 사역의 종류와 원리, 방법을 알려주고 그들 자신의 성경에 입각한 목회 철학을 세우고 사역의 비전과 목표를 정하며 이 목표를 달성할 전략을 세우도록 안내하여 그들이 말씀에 기초한 사역을 하도록 도전한다. 그 내용을 잘 배우고 적용하여 풍성한 열매를 맺는 좋은 예는 앞에 소개한 카타르의 인도인 중심 교회인 생명의말씀교회를 포함해 사역지 곳곳에 있다.
선교지에서 선교사가 시작한 사역은 선교사가 떠나더라도 지속해야 하는 사역이 많다. 그런 사역은 현지화가 필요하다. BEE는 기독교 사역을 현지화하기 위해 현지화해야 하는 분야를 객관적으로 분류하고, 각 분야에서 BEE 사역을 현지화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량화했다. 개발한 방법에 따라 카타르, 인도, 미국과 중국에서의 BEE 사역을 성공적으로 현지화했고 다른 지역도 같은 방법으로 현지화를 추진하여 선교지에서의 기독교 사역의 성공적 현지화 가능성을 이론적일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현지화를 위한 분야는 선교지에서 행하는 모든 기독교 사역에 적용할 수 있고, BEE 사역에 특정해 정량화한 지표들도 각 분야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면 현지화할 수 있는지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기에 현지화에 관심을 두는 선교지 사역은 이 방법을 조정하여 자신들의 사역에 적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