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사학의 이해

우리 나라 중등교육에서 차지하는 사립학교의 비중이 상당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드물게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사학에 대한 사회와 일반인들의 인식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부정적 모습이 형성된 것은 사학에 대한 정확한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1. 학교법인의 법적인 지위와 사회적 역할

학교법인은 교육을 통한 건학정신의 구현을 위해 개인이 사유 재산을 출연하여 토지와 건물을 마련하고, 그 시설물을 운용하여 얻은 수익(입학금, 수업료 등)으로 운영 비용을 충당하는 비영리 재단법인입니다. 6.25 전쟁으로 국토가 폐허가 된 상황에서 독지가들이 설립한 사립학교는 공교육을 보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2. 국가가 사립학교에 재정 지원을 하게 된 이유

1969년 중학교 무시험 추첨배정과 1974년 고교 평준화 제도의 시행으로 국가가 학생을 학교에 강제 배정하게 되고 사립학교는 수업료를 공립학교와 동일하게 낮추어 받을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발생한 수업료의 부족분을 정부가 사립학교에 '보전'하는 것이 '재정결함보조금' 제도입니다. 따라서 사립학교들이 받는 재정결함보조금은 국가에서 어려운 사립학교의 운영을 도와주는 '시혜적' 성격의 지원이 아니라, 국가가 시행한 교육정책에 의해 사립학교에 발생한 재정적 손실을 메꾸는 '보전적' 성격의 지원입니다.

3. 중등 무상교육과 사립학교

국민의 교육 기본권 보장이라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행되는 중등 무상교육의 겉모습으로 인해 헌법에서 보장(헌법재판소 2001. 1. 18. 선고 99헌바63 결정)하는 학교법인의 기본권은 오히려 침해당할 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사립학교에 공공재원이 투입되므로 학교법인이 가진 인사권을 국가가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합리적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립학교에 교부되는 세금은 국가가 어려운 학교법인을 도와주는 시혜적 지원이 아니라 무상교육의 수혜자인 학생들에게 교부해야 할 수업료를 편의상 학교로 직접 보내주는 것이므로 학교법인의 인사권을 빼앗을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사립학교에서 발생하는 채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인사권을 빼앗아야 한다는 주장 또한 법과 원칙에 따라 해당 사학의 처벌이 가능하기에 과다합니다. 학교법인은 교육을 통한 건학정신의 구현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적합한 교직원을 직접 선발하는 인사권은 학교법인이 가진 고유한 권리입니다. 또한 학교의 건전한 운영은 이러한 권리와 뗄 수 없는 학교법인의 당연한 책임입니다.

4. 많은 학교법인에게 법정부담금의 납부가 어려운 이유

법정부담금은 학교법인에서 부담해야할 교직원의 연금부담금, 재해보상부담금, 건강보험료 등 인건비 성격의 비용을 말합니다. 1996년 이전에는 학교법인 설립에 필요한 수익용 재산의 확보 기준이 낮았고, 법정부담금은 많은 학교법인들이 세워진 이후인 1974년부터 추가로 발생한 재정부담입니다. 따라서 근대화시기에 독지가들이 세운 많은 학교법인들에게 법정부담금의 납부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5. 사립학교법 개정 강행(2021년 8월 31일)의 부당성

사립학교는 개인이 학교법인에 사재를 출연하여 토지와 건물을 마련해서 만들어지고, 학교법인은 교육을 통한 건학정신의 구현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므로 사학인들과 법조계의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강행 개정된 사학법은 사립학교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교사 선발권과 징계권 같은 인사권한은 법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권한이므로 무상교육과 일부 사학의 비리를 이유로 빼앗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법을 어길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개인의 고유의 권리를 뺏지 않듯이 법적 인격체인 학교법인 또한 고유의 권리는 최대한 존중하되 법과 규칙을 어길 경우에 응당한 처벌을 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