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클]_고요한 방학식
[하.교.클]_고요한 방학식
매미소리가 창문을 뚫고 들려오는 방학식 날, 반 친구들의 잔뜩 상기된 목소리 사이로 한 소녀가 엎드려있다.
어딜 갈지, 어느 걸 먹을지, 무엇을 볼지 정하는 친구들 뒤로 다소 우중충한 분위기를 풍기는 하나는 한숨을 쉬곤 다시 눈을 감았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기사도 대충 인터넷 기사를 긁어모은 듯한 모양새가 되었고, 이지원하고 싸운 뒤로는 서로 쳐다도 안보고...
결정적으로 돌아온 심서윤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태연하게 굴었다.
기사도 우정도, 무엇 하나 지킨 것이 없던 하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대충 흘려들으며 책상이나 두드렸다.
어느덧 지루한 선생님 말씀이 끝났다.
교실에 남아 시끄럽게 굴던 무리도 떠나가고 어느새 심서윤도 누군가와 함께 교실을 나가버린 것 같았다.
이지원은 종례 하자마자 어디론가 가버렸는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느릿하게 흘러가는 구름만이 하나를 기다려주는 듯 했다.
내내 엎드려 있느라 결린 어깨를 풀러 스트레칭 한번 해주고 나니 학교가 온통 고요했다.
내가 진짜 원한 게 이런거였나... 괜히 나대서 다 망쳤잖아
만약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다르게 행동할텐데, 기사 쓰는 거라도 포기하지 않을 텐데...
새파란 하늘로 가득한 창가를 지나 중앙 계단을 내려가는 하나의 발걸음 소리만 울려퍼지는 학교는 참 적막했다.
매미도 울지 않고... 매미도 울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