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클]_이상한 빛
[하.교.클]_이상한 빛
어정쩡한 침묵 속, 동아리 활동이 끝났다.
활동에 필요한 말 빼고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심서윤과 이지원의 중간에 끼인 유하나는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마치 용과 호랑이가 싸우는 듯한 긴장감에 자꾸만 축축한 식은땀이 흘렀다.
짐 정리를 끝낸 심서윤이 교실문을 드르륵 열고 나가고, 유하나는 그제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지원과도 조금 껄끄러워 급하게 짐을 챙기던 유하나의 눈에 남색 가죽 다이어리가 들어왔다.
하얀 실로 미니멀한 꽃잎 자수가 놓아진 다이어리, 분명 심서윤의 것이었다.
아무리 불편해도 이런 개인적인 물건이 교실에 덩그라니 놓인 것을 무시하고 갈 만큼
매정한 성정이 아닌 유하나는 제빨리 다이어리를 챙겨 심서윤을 따라갔다.
구름 다리를 지나 중앙계단을 두세칸씩 뛰어넘었다. 빨리 다이어리를 줘버리고 집에 가고 싶었다.
1층 현관에 다다른 유하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심서윤을 찾기 시작했다.
운동장 스탠드를 지나 운동장의 가장자리로 걸어가는 긴머리를 가진 인영이 보였다.
유하나는 곧장 큰 소리로 심서윤을 불렀다.
"심서윤! 너 다이어리-"
.
.
.
한순간 강렬한 섬광이 눈 앞을 덮치고,
겨우겨우 눈을 뜨니 아무도 없는 썰렁한 운동장과
부우웅하는 정체모를 소리만이 귓가에 남아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