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청년작가 릴레이전 Show Window

유정인 <불편한 구역_ uncomfort zone> 

청년작가 릴레이전 Show Window
유정인 <불편한 구역_ uncomfort zone>


공간 지은에서 열리는 청년작가 릴레이 특별전 <Show Window>는 5인의 젊은 작가들이 릴레이로 작품을 전시하는 개인전 형식의 윈도우 전시이다. 쇼윈도는 판매 상품을 진열하는 데 사용되는 가게 앞의 큰 창문을 뜻한다. 이는 이번 기획전의 형태적인 전시 방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또한 젊은 작가들이 개인전의 형식으로는 처음으로 본인들의 작품을 외부에 선보이고 관객들의 객관적 판단 아래 놓이는 시작점을 표현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두 번째 주자인 유정인 작가는 미디어에 의한 스노비즘(snobbism)을 다루며, 이와 연결된 맥락으로 정치, 사회적 양극화 현상에 집중한다. 너나할 것 없이 빨대를 꽂아 알록달록하게 단물을 빨리고 있는 도넛, 서로 본인들의 이야기만 내뱉는 확성기, 주렁주렁 매달린 플라스틱 음식들은 쇼윈도의 ‘불편한 구역’에서 각자의 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그렇게 예쁘고 화려하지만 속이 텅 빈 것들이 가득한 자본주의 사회의 불편한 단면들을 가볍고 유쾌하게 꼬집는다.

 

[작가노트]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소비문화는 우리를 과시적으로 만들고, 극단적인 정치적 양극화는 사회적 불안과 혼란을 증폭시킨다. 이러한 변화와 갈등은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큰 영향을 미친다.

'불편한 구역'은 이처럼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경험을 제공하며, 관객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탐구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전시정보]
*일시 /  2024 07 15(m) – 07 26(f). 윈도우 전시

*기획 / 노진아

*참여작가 / 유정인

*글 / 노진아

*주최, 주관 / 공간지은

*전시장소 / 공간지은(송파구 풍성로22,1층)

*문의: 0507-1388-0280

** 윈도우전시는 전시기간 동안 갤러리 외부에서 상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청년작가 릴레이전 Show Window

정재은 <붕괴 감각_A Sense of Collapse>

청년작가 릴레이전 Show Window
정재은 <붕괴 감각_A Sense of Collapse>


공간 지은에서 열리는 청년작가 릴레이 특별전 <Show Window>는 5인의 젊은 작가들이 릴레이로 작품을 전시하는 개인전 형식의 윈도우 전시이다. 쇼윈도는 판매 상품을 진열하는 데 사용되는 가게 앞의 큰 창문을 뜻한다. 이는 이번 기획전의 형태적인 전시 방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또한 젊은 작가들이 개인전의 형식으로는 처음으로 본인들의 작품을 외부에 선보이고 관객들의 객관적 판단 아래 놓이게되는 시작점을 표현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첫 번째 주자인 정재은 작가는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피부, 뼈, 근육 및 장기 등 신체를 파편화하고 재조립하여 그 형상의 왜곡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단단한 신체와 무른 신체의 형태를 연결함으로써 감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동적 변환을 시도하였다. 

 [작가노트]

고통을 감각하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고통을 이해하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이해가 전제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고통을 함께 짊어진다는 것은 일종의 자기만족적 환상이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각을 이해로 착각하는 그 지점에서 소통의 와해가 일어난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눈을 맞춰야 하고, 상대의 피부를 쓰다듬으며, 치열한 대화를 지속해야 한 다. 계속해서 상대의 피부 아래에 있는 무언가를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나의 작 업은 이러한 과정들을 닮아 있다. 재료를 계속해서 매만지고, 재료가 가진 독특한 변주에서 실패와 좌절을 반복한다. 나는 나의 작품이 고통의 구조와 닮아 있기를 바란다.

 

[전시정보]
*일시 /  2024 07 03(w) - 07 15(m). 윈도우 전시

*기획 / 노진아

*참여작가 / 정재은

*글 / 노진아

*주최, 주관 / 공간지은

*전시장소 / 공간지은(송파구 풍성로22,1층)

*문의: 0507-1388-0280

** 윈도우전시는 전시기간 동안 갤러리 외부에서 상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공간지은 전시지원공모 선정작가전

최선아 <Summer Walk>

 

2024년 상반기  전시지원 공모를 통해 선정된 최선아 작가의 <Summer Walk> 전이 6월 25일(수)에  시작됩니다. 



공간지은 전시지원공모 선정작가전 

최선아 < Summer Walk >

 

[전시정보]

*일시 / 

2024 06 19(w) - 06 25(t). 10am-5pm

2024 06 26(w) - 07 02(t). 윈도우 전시


*주최,주관 / 

공간지은, 김가은미술사무소

*후원 / 공간지은

*참여작가 / 최선아

*전시서문 / 김가은

*전시장소 / 공간지은(송파구 풍성로22,1층)


*휴무일 없음

*오후1시-2시 (점심휴게시간) 

*문의: 0507-1388-0280

 

*주차공간이 협소하여 [풍납동 2공영주차장]을 이용해주세요.

(도보2-3분이내)



 

[전시서문]

여름의 이면을 관조하다 

( Contemplating the Hidden Side of Summer )

/ 김가은 (김가은 미술사무소 대표)

 

최선아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통해 포착된 일상의 순간들을 디지털로 그리거나, 그 결과물을 다시 아크릴화 또는 유화 작업으로 재구성하여 인간의 내면이 가진 복잡한 정서에 대해 탐구한다. 그의 작품은 명확한 선으로 대상을 단순화하고, 최소한의 색을 사용하여 평면적으로 표현하는 점에서 그래픽적이다.  

여름의 정취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바람>에 등장하는 인물은 푸른 계열의 원피스를 입고 있으며, 노란색 배경과의 색채 대비가 느껴져 시선이 집중된다. 바람에 흩날리는 원피스를 통해 표현된 여름 바람의 생동감은 색채의 경쾌함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데, 이는 인물의 차분한 뒷모습의 구도와 대조를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의 또 다른 작품 <Another day>에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두 인물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들의 뒷모습에서 느긋하게 휴일을 즐기는 평온함이 느껴지면서도,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먼 곳을 응시하는 두 사람의 거리감에서 묘한 긴장감이 감지된다. 이러한 양가적인 분위기는 밝은 색채를 통해 표현되는 대상의 단순화와 일정한 거리두기라는 구도적 요인에서 기인하며, 이는 평온함 속에 잠재된 인간 내면의 다면성을 암시한다.

최선아의 작품들은 마치 이어폰을 끼고 소리가 차단된 상태로 주변을 바라보았을 때, 시각적 정보에 더욱 집중함으로써 자신만의 렌즈를 통해 상황을 바라보게 되는 감각과도 유사하다. 그의 작품은 실제 사건의 서사나 인물이 가진 특성을 차단하여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형태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를 통해 평범한 일상에서 놓칠 수 있는 인간 내면의 평온함, 느긋함, 차분함, 우울함, 고독함 등 여러 복잡한 정서적 측면들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여름”하면 눈이 부시게 강렬한 태양, 푸르게 울창한 숲, 시끌벅적한 휴가철 해변, 아침잠을 깨우는 매미소리 등 활기차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연상되곤 한다. 최선아는 이러한 여름이 가진 에너지를 한 단계 낮추어 이 계절을 관조한다. 그는 풍경과 인물을 조용히 관찰하여 그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인간의 내면세계를 나타내고자 했다. 그 내면의 다면성은 여름이 가진 에너지와 어긋나기도 하고, 부합하기도 하면서 작품을 통해 전달된다. 이번 전시 《Summer Walk》는 최선아가 바라보는 여름의 다양한 풍광을 통해 이러한 인간 내면의 감정들을 재발견하도록 한다.

 


**전시서문은 김가은미술사무소(http://www.kkimsamuso.com)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공간지은 전시지원공모 선정작가전

김여옥 <행복은 따뜻한 고양이 Happiness is a Warm Kitty> 


2024년 상반기  전시지원 공모를 통해 선정된 김여옥 작가의 <행복은 따뜻한 고양이  Happiness is a Warm Kitty>전을  시작합니다. 


위로에서 창작으로, 그리고 또 다시  

From Consolation to Creation, and Again

김가은 (김가은미술사무소 대표)

김여옥은 세라믹으로 고양이를 빚는다. 고양이의 생명력을 강조하기 위해 작가는 매트한 흰색이나 먹색으로 근육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빛의 움직임에 따라 근육의 형태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며 강렬한 배경 색은 그것을 더욱 강조한다. 근심 없이 잠들어 있는 고양이의 모습에서 평온함이 전이되고, 근육과 윤곽이 섬세하게 묘사된 고양이에게서 금방이라도 팔짝 뛸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나비와 놀거나, 등에 양귀비 꽃잎 날개를 달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고양이들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가의 내면세계를 탐구하게 한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고양이들은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자세를 취하며 각자 자신의 세계에 몰두해 있다. 고양이들은 눈을 감고 있어 관람객은 관찰자가 된다. 우리는 이 고양이를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고양이는 다양한 문화와 시대에 걸쳐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이들은 민첩하고 생존력이 강한 동물로 여겨지는 동시에 신비로운 영성을 지닌 존재로 인식된다. 또한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자유롭고 독립적인 이미지가 있다. 무엇보다 고양이는 인류에게 오랜 사랑을 받으면서 귀여우면서도 매혹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였다. 김여옥에게는 더욱 특별하고 개인적인 의미가 있다. 그에게 고양이는 오래 앓아온 불면증을 극복하고 창작 활동을 하도록 도와준 치유와 영감의 원천이다. 인간의 일상과 고양이의 습성이 맞물리면서 연결고리가 생성되고 새로운 의미들이 피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언제나 새로움의 가능성을 내포하며 지속적인 창작의 모티프가 된다.

한 존재를 반복적으로 관찰하고 탐구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직접 만들어 표현하는 이 일련의 과정은 어쩌면 개인의 정체성과 이 세계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 작가적 태도가 아닐까. 작가 자신의 내면, 창작한다는 행위, 현대인의 소외, 고된 삶의 안식처, ‘생명’ 그 자체 등에 대해 고민하면서 20년 가까이 지속해온 김여옥의 고양이 작업은 호기심에서 시작되어 다양한 양상으로 변주되면서 작가의 작업세계를 구축해왔을 것이다. 유혹을 상징하는 ‘양귀비’와 호기심의 대상인 ‘고양이’를 합쳐 만든 <PoppyCat>이라는 동일한 제목을 가진 고양이 작품들에 다양한 해석의 지점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번 《행복은 따뜻한 고양이(Happiness is a Warm Kitty)》라는 전시명을 고려할 때, 작가는 고양이를 통해서 받았던 치유와 위로의 감각을 행복이라는 개념으로 치환하여 관람객에게 전달하려는 것으로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무료전시

*전시일시

2024 05 20(m)-05 26(s). 10am-5pm

2024 05 27(m)-06 02(s). 윈도우전시

.

*주최,주관 / 공간지은, 김가은미술사무소

*후원 / 공간지은

*참여작가 / 김여옥

*전시서문 / 김가은

*전시장소 / 공간지은(송파구 풍성로22,1층)

 

*휴무일 없음

*오후1시-2시 (점심휴게시간) / 문의: 0507-1388-0280



공간지은 전시지원 개인전

이지수 <일렁일렁> 

뒤섞인 기억, 부유/침전하는 이미지 

Stirred Memories, Floating/Settling Images

글 김가은(김가은미술사무소 대표)

이지수는 과거의 경험이나 사건, 꿈이나 매체에 등장하는 장면 속의 이미지, 색, 소리, 인물 등에 대한 기억을 매개로 내면의 의식을 탐구한다. 그는 투박한 윤곽으로 인물이나 사물의 형태를 잡고 특유의 색감을 통해 인물이 지닌 감성을 평면에 담아내거나, 입체적인 형태를 만들어 표현한다. 비교적 느슨하게 구체화된 작품 속 인물들은 비일상적인 구도 속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와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손(Henri Bergson, 1859-1941)은 『물질과 기억』(1896)을 통해 정신과 물질의 실재성과 그 관계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대해서 고찰한다. 그는 ‘습관-기억(souvenir-habitude)’과 ‘이미지-기억(souvenir-image)’이라는 두 가지 기억으로 분류하여 이 두 개념을 학과의 암기와 독서에 빗대어 설명하는데, 그에 따르면 ‘습관-기억’은 반복을 통한 기계적인 암기와 같은 성격을 가지는 반면, ‘이미지-기억’은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도 각각의 경험은 일회적이고 인상적이며 고유한 특성을 지니는 것이다.1) 그는 또한 ‘현재’라고 부르는 것이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잠식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이유는 현재를 지각하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되고, 동시에 미래를 지향하게 되기 때문이다.2) 그의 철학은 기억을 과거의 사건이나 정보의 단순한 저장이라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관념을 넘어서, 의식을 지속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자 미래를 지향하는 현재를 구성하는 활동으로 이해해볼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둥근 테이블에 여덟 인물이 둘러 앉아 있는 <Table for eight>(2023)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산비둘기, 다른 색 양말을 신던 같은 반 친구 A, 기르던 개, 그리고 과거의 자신 등이 등장한다. 같은 공간에 표정 없이 앉아 있지만 이들의 시선은 어긋나고 자세도 제각각이어서 각자의 세계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듯 보인다. 테이블 위의 사물들 역시 목적 없이 무작위로 흩어져 있다. 서글픔과 아련함, 천진난만함과 유희적인 감각이 공존하면서 맥락이 해체된 채로 이들은 작가가 설정한 작품 속 테이블에 모여 있다. 이들을 연결시켜 주는 것은 가느다란 실 정도이다. 실은 이들 간의 관계를 미약하게 연결시키면서 공존의 필연성을 소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로 다른 개별 기억에 시각적 상상력이 보태어져 만들어진 작품 속 인물들은 화면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작가의 현재를 재구성한다. 이 인물들은 <Going home>(2023)과 같이 다른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생산한다. 이 이미지들은 지속적으로 재맥락화되기 때문에 임시적이고, 가변적이며, 회고적이지 않다. 여러 기억들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작품 속 이미지들은 의식과 무의식의 차원 모두에서 떠오르거나 혹은 가라앉는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 ‘일렁일렁’은 본래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나타내는 의태어로, “자꾸 마음에 동요가 생기는 모양”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함께 지닌다. ‘동요(動搖)’는 한편으로 불안하거나 혼란스러운 마음의 상태를 나타낼 수 있으나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긍정적인 변화의 징후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뜻을 담아 이번 전시 <일렁일렁>이 생명이 움트는 봄기운과 어우러져 기분 좋은 촉매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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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앙리 베르그손, 『물질과 기억』, 박종원 옮김, 아카넷, 2005, pp.138-143.

2)위의 책, p.237.


* 일시 /

2024 4 15(mon) - 4 21(sun). 10am-5pm

2024 4 22(mon) - 4 28(sun). 윈도우 전시

* 전시장소 / 송파구 풍성로 22, 1층 

* 주최, 주관 / 공간지은

* 참여작가 /  이지수

* 전시서문 /  김가은(김가은미술사무소 대표)


공간지은 전시지원 개인전

권영희 <숨; sum_ 작은 숨고르기> 

올해 첫 전시인 <숨; sum_ 작은 숨고르기>전은 작은 것들을 마주하며 숨을 쉴 수 있게 되고, 작은 무언가를 만들며 작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권영희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조형적인 도자 형태에 새와 열매를 올리고 높은 굽을 만드는 작업은 작가가 자연에서 위안을 받은 과정을 토분에 담아내고자 하는 과정이 엿보입니다. 작가의 바람처럼 높은 굽의 작은 틈 사이로 오가는 작은 숨이, 바람이 드나드는 풍납동에서 자연스레 호흡을 하며 보는 이들에게 공감 주기를 기대해봅니다.

 

. . . .

작은 산을 바로 뒤에 둔 집으로 이사를 한 지 2년이 지났다.

아침마다 산에서 차오르는 구름과 안개, 그리고 작은 새소리를 마주하고 있다.

해가 지면 짙은 산 내음… 숲의 그림자가 창 안으로 네모지게 자리잡아 사람의 흔적을 감추고 달빛만이 드러나는 곳이 된다.

자연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되니 온통 머릿속이 변해가는 산의 색채와 작은 새소리들로 채워진다.

 

다시 20년 동안 저 먼 곳에 팽개쳐 놓아 둔 작업을 다시 하기 위해 서울 안 작은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을 때 솔직히 두려움이 앞섰다. 작업보다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공황장애를 스스로 고쳐 보려는 이유가 작업보다 먼저였다. 한 없이 작아져 있는 나의 자존감이 몸의 증세로 드러나 숨을 쉬는 데 많은 힘이 들었다. 숨 쉬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우스꽝스러운 짓을 반복해서 했고 더 크게 숨을 쉬고 싶어 더더 더 크게 숨을 몰아 쉬어야만 했지만 곧 답답해져 심장이 요동을 쳤다.

 

 내 투박한 손은 작은 것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손이 가는 대로 옛 기억을 더듬어 물레를 돌리기 시작했다. 집 뒷산으로 산책을 자주 하며 작은 새가 들려 주는 소리들에 위로 받았고 그 소리를 어떻게 표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바람이 드나든다는 서울 풍납동에 마련된 갤러리 기획전 참여를 계기로 사람들과 소통을 하게 되었을 때 가슴에 느껴지던 답답함은 아주 조금 줄어 들었고 과거의 내가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 확인받을 수 있었다.

 

무너진 내 자신을 스스로 높이고 싶어 높은 굽을 물레로 돌려 만들었고 그 위에 산의 열매들과 새들의 형상을 올렸다.

 

높은 굽….. 그릇의 밑 부분이지만 높게 만들어 진 그 부분을 보는 이들의 마음도 높이 올라갈까?

 

소통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적극적인 의지’ 의 표현이라고 한다. 높은 굽은 나를 다시 세상의 자리로 올려 놓고 싶은 마음의 지지대다.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다시 자연스럽게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으려는 나의 의지.

 

가슴을 부풀리는 억지스런 호흡 말고 바람이 들어오는 굽의 작은 구멍으로 오가는 그런 작은, 가만히 있어도 숨이 쉬어 지는 그런 날이 이어지기를 바래본다.  < 권영희 작가 노트 >

 

 

* 일시 /

2024 3 25(mon) - 3 31(sun). 10am-5pm

2024 4 01(mon) - 4 07(sun). 윈도우 전시

* 전시장소 / 송파구 풍성로 22, 1층 

* 주최, 주관 / 공간지은

* 참여작가 / 권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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