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이 집엔 이거 없지?"

스밀의 의지, 움켜쥔 손, 파종하고 수확하는 이, 퀴리에 비스밀라

지칭대명사  ·  그, 노인, 노파, 우리, 이 몸  |  나이  ·  200세 이상  |  계급  ·  하늘뿌리

외관

허리춤에 대량의 씨앗과 구황작물 여러 종류 담은 주머니들을 주렁주렁 달고 나타난 작달막한 노파. 식용 작물부터 들풀, 수목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신장은 148cm 가량. 험한 일에 고생을 많이 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손가락들만이 깨끗한 소매자락과 장갑 안에서 안식을 얻었다. 허리가 약간 굽은 것과 노화로 인한 미미한 체력저하 외에는 별 문제 없으니 염려 놓으시라.

귀한 옷감을 아낌없이 써서 만든 옷이나 머리통의 두어배는 큰 모자를 쓴 차림새에 비해 체구는 왜소한데다 허리도 약간 굽은 탓에 가뜩이나 옷에 파묻혀있는 듯 보이는데, 여기에 군졸, 잡일꾼, 가마꾼같은 힘 꽤나 쓸 법한 장정들을 대동하고 돌아다니니 더 작아보인다. 그 날 그 날 형형색색, 형태도 각기 다른 고깔모자와 베일을 치장하곤 하는데...글쎄...멀리서 보면 인파 사이에서 고깔만 달랑달랑거리는 느낌?

이따금 목동이나 쓸 법한 종 달린 지팡이를 휘두르며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스꽝스러운 노인의 호통이야 별 대수롭지 않은 것이나 종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는 것은 일종의 위협신호이기에 무기를 빼들고 달려오는 사병들과 이를 드러내는 대형견들과 마주칠 수 있으니 개를 특별히 두려워하는 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눈이 유독 반들반들하고 영리해 보이는 10대 중후반의 시동 아이와 순한 낯의 산악구조견 두 마리가 거의 모든 순간 노인의 곁을 지킨다. 드문 일이긴 하나, 길이 몹시 험하거나 노인이 심하게 지쳤을 때엔 개들이 번갈아가며 노인을 업고다니는 진풍경도 펼쳐진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는 가마를 타고 이동한다. 시동이야 그 나이답게 세상만사에 관심이 많다지만, 특히나 섬광이 모인다는 소식에 거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마냥 조바심을 냈다더라. 기회만 생기면 고개를 들이밀고싶어 안달복달이라 중요한 자리에선 노인이 가진 것-주로 도깨비풀 씨앗이나 콩 등-을 마구 집어던져 쫓아내버린다.

* 일꾼, 병사, 시동 등의 인물들은 노인의 허례허식과 폐쇄성을 보여주기위한 장치일 뿐 러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시동과 개의 경우, 위험상황이 예상되는 즉시 캐릭터의 언행을 빌려 퇴장시킵니다. *

성격

*캐릭터의 성격 및 언사와 오너의 의견은 완전히 분리되어있으며 동의하지도 않습니다. 러닝에 있어 불쾌감이 발생되지 않도록 충분한 주의를 기울일 예정입니다.*

'스밀의 딸 퀴리에'는 인격적인 면에서 조금도 성장하지 않기로 작심한 못난 사람이다. 스스로를 되돌아보지 않으므로 본인의 정확한 나이조차 기억하지 않는다. 대외적으로 소개하는 나이조차 '내가 피뢰전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아느냐'며 거들먹거리기에, 그 말과 외관을 통해 못해도 200년 내지 250년은 훌쩍 살았겠다고 어림짐작 할 뿐이다.

평소에는 시혜적이라는 말을 노파의 형상으로 빚어놓았다고 해도 좋을 사람인 한편, 단어 하나, 궂은 날씨, 갑작스레 튀어나와 발치에 거슬리는 돌 뿌리 하나에도 곧장 꼬장꼬장하게 진상을 부리기도 한다. 고상함이나 예법과는 거리가 멀어 권위적이지 않으면서도, 괜한 것에 심기가 뒤틀려 패악질을 부리는 면에선 대단히 권위적인, 강퍅하고 기괴한 성질머리. 본디 이런 성격은 아니었겠지만......그런 건 모든 노인들이 그러하고, 모든 인간이 그러하다. 그의 본성이 어땠는지는 이제 세 어머니들만 알 것이며, 현 시대를 사는 이들의 관심사도 아니다. 그 또한 '저보다 일찍 죽을 것들'이나 '제게 먹을 것을 구걸하는 이들'에게 이해를 구할 생각이 없다. '건방 떨지 마라' 따위의 말이 지팡이질과 함께 돌아오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모두가 자신을 우러르고 부축할 것을 기본으로 깐 채로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기에 보편적 상식보단 자신이 직접 본 것, 판단한 것 등을 우선시하며, 자신의 기분에 거스르면 스스럼없이 매도하고 질타한다. 그를 설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은 자신을 따르는 제 사람들이나 자신이 믿을만하다고 여긴 이들의 여론 정도가 고작. 이런 이여도 마냥 자기 말만 우겨대진 않는게, 정론이거나 충언으로 판단한 경우 혹은 자신보다 계산이나 책략에 능한 자의 말에는 전적으로 수긍하고 반영한다. 오로지 하나. 본인의 빈정이 상하게 굴지만 않으면 된다. 전형적으로 '거슬리는 단어 하나' 혹은 '화자의 무엄한 어투나 태도' 등에 의해 기분이 상하면 그 자리에서 패악질 부리는 인성인 동시에, 팔은 안으로 굽는 타입이기도 하여 모두를 평등하게 '비렁뱅이들'로 여기므로 누굴 편애하는 일도, 특별하게 미워하는 일도 없다. 그냥 '이 놈이고 저 놈이고 다 내가 먹여살릴 놈팽이들'일 뿐이다. 기분이 좋을 땐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처럼 크게 베풀고, 다소 선을 넘는 짖궂은 농짓거리에도 기꺼이 맞장구를 쳐준다.

평상시에는 대륙 표준어로 말하는데 수 틀리기 시작하면 점차 억양이 사나워지며, 종국에는 자신의 지역에서나 겨우 알아들을 심한 사투리로 악을 쓴다. 따라서 당신이 이 노파의 억양에 귀 기울이고 아량을 베풀 줄 아는 그릇이라면 그는 도리어 무척이나 알기 쉽고 다루기도 쉽다! 

퀴리에가 교단에 속하지 않은 이유는 그렇다 치고, 그가 다스리는 땅에 속한 이들도 낙뢰의 교보다 영주에게 다소 의아하리만치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들이 교단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 또한 따지고 보면 명쾌하다. 법은 멀고, 굶주림은 가깝기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스밀 사람들은 저들이 섬기는 노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지 밖에서 아등바등 사는 이들과 동등한 위치로 '내려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게 세상을 고립시키고 현실을 외면하고 그리 넓지도 않은 영지에서 고이기로 한 늙고 한심한 섬광과 그 뿌리에 들러붙은 자들이 다함께 세월만 먹어온 것이다…

세금 걷지 않는 주인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외세로부터 나와 내 땅, 내 사람들인 너희 스스로를 지켜라.”

그런 그가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때로는 달달 떨리는 삭신으로 이번 순례에 나선 이유도 역시 단순하다.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시면 내가 일구고 빚어낸 낙원에도 변고가 생기지않간?"

그리고, 얘야.
원래 싸움구경이 제일 재밌는거란다.

기타

본디 타지와 교류가 적은 동부 중에서도 유독 폐쇄적인 것으로 정평 난 '스밀'은 최근 100년동안 다른 장원과의 공식 왕래가 없다시피 한 요새도시로 험준한 산과 숲으로 사면이 둘러쌓여있다. 인근의 어촌, 광산 등지에 식자재와 목재, 투석기나 승강기 등의 도면 등을 필요한 물자로 교환해 오는 왕래마저도 '개개인의 용건'으로 진행된다. 인근 일대에서는 투정으로 속 썩이는 아이를 겁주기 위해 '스밀 할멈이 이놈 한다', '자꾸 이러면 스밀로 보낸다' 따위의 말이 나돌 정도니 말 다 했다. 

퀴리에 비스밀라는 화전민이 잠깐씩 머물고 떠나던 이 맹지를 일구고 키워낸 억척스러운 농사꾼이자 개척영주로, 이 지역의 정체성 그 자체다.

종전 이후 낙뢰의 교에서는 몇 번이고 포교, 계몽, 이단심판 등의 목적으로 방문을 시도했으나, 면전에서 자라나는 거대한 나무나 사람의 키를 훌쩍 넘도록 돋아나는 잡초, 발 딛는 곳마다 썩어 부서져버리는 목재 다리, 갑자기 삭아버리는 식량, 느닷없이 늙어 고꾸라지는 말과 나귀 등의 명백하고 선명한 적의, 방해, 거절에 의해 번번히 발길을 돌려야했다. 

딱 한 번 접선이 이루어진 적이 있는데, 이 만남에서 스밀의 영주는 낙뢰의 교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여 인근 일대에서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동시에 피뢰의 창 또한 정면으로 부정한다. 

"숨어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발각되지 않도록 필사의 각오를 다지거라. 섬광임이 드러난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즉결처분하겠다. 이것이 나, 스밀의 의지니라."

...선언이 내려진 뒤로 어느덧 수 십 년이 흘렀으니, 지금은 '스밀은 원래 좀 저런 곳'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레 퍼져있고 새로운 세대들이 태어나 자라 살아나가면서 알음알음 외부활동을 하거나 출신지를 속이고 유학이나 혼인, 여행 등으로 왕래가 있기때문에 당시의 살얼음판같은 분위기는 다소 중화 된 상태. 그러나 여전히 입성 시에는 영주와의 알현이 필요하며 그 일시와 방문사유 등을 사전에 서면 제출로 알려야 한다.

자의로 고립 된 공동체는 세월이 갈 수록 쇠퇴하긴 커녕 의외로 그 세를 불리고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척박하기 짝이 없는 지형과 폐쇄성이 그들로하여금 자체적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기반요소가 되어주고있다. 산간지형에서의 식수부족은 고질적인 문제이므로 수로를 개통해 높은 곳의 물을 끌어올 방법을 궁리해낸다던지, 시계가 좋지 못한 울창한 숲 속이나 안개, 악천후 속에서 사냥이나 추적, 매복 등을 수행하며 피리나 쇠붙이를 사용한 일종의 대화체계를 고안해낸다던지, 부족함 없이 자라나는 동식물을 단순히 식량으로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거나 교배를 통해 보다 건강하거나 순하거나 다루기 쉬운 종자를 만들어보는 시도라던지......나름대로의 지혜들을 짜내어 그 지식들을 비약적으로 축적하는 중이다.

그의 영역 안에서 사람은 물론 가축들의 배를 채우기에 충분한 양의 식량이 제공된다. 우레와 빗방울에 떨지 않고 잠들 수 있는 거처와 뗄감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충분하게 구비되어있다. 비록 '모두가 날 받들어 모셔야 해.' 라는 유치하고 저열한 이유로 베품을 행했다곤 하나, 이는 지극히 순도 높은 진심이다. 이 어둡고 습하고 시끄럽고 추운 세계에서 노파의 방식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계산하고 행한 것일까? 그저 순수한 욕망과 능력이 마침 혼란한 세태와 잘 어우러진 결과인가? 노인의 속내가 어찌되었건 민초들의 충성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니, 이를 두고 스밀사람들 사이에서도 '사실은 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섬광으로서 받은 진짜 능력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물론 그 때마다 노인은 불같이 화를 내겠지..."네깟놈들의 환심따위 얻어서 뭐에 쓴다고!" 

잘 훈련받은 사병, 가마꾼, 수행관, 시동, 비상식량으로 데려 온 어린 가축들, 산악구조견 등등...대단히 채비하여 순례길에 행차했다. 노인은 고의로 표준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로만 편성했다. 혹시 모를 정보의 흐름을 원천차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당신이 대륙 동부의 깊은 산간지방 언어를 깨우친 자라면 저들끼리 나누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겠지. 노인에게 묻고싶은 것이 생긴다면 시동에게 답을 구하는 게 좋다. 성인들은 당신을 적대시하겠으나, 세상천지 무서운 꼴 덜 겪은 풋내기는 호기심이 많고 헛바람 또한 잔뜩 들어있기 마련이다.

“노망 난 할마이 하나 날뛰는거이 어떻다고. 야야, 들어봐라.
그 할마이 앞에 납작 엎드려 싹싹 비는 척 쪼매 하믄 즈그 승질에 몬 이기가 주저앉는다.
그 때부텀, 야아~ 일사천리야. 비우나 살살 맞추면 된다니? 있는 소리 없는 소리 다 끌어다가 딸랑거려주면, 이거이 금방 기분이 좋아져서는 깔깔대고 웃는다.
야, 내사 이제 누가 저 할마이 옆에 딱~붙어서 평생에 승질머리 살살 긁어주면 좋겠다. 아니지? 내가 할까?
그 푸닥거리 쫌만 들으면 온가족이 한 달은 배불리 먹을 수 있는데 왜 마다하겠니.
너, 잘 생각해라. 저 노친네는 죽지도 않는다!"

능력-【생명가속】

자신이 지정한 생명의 생장속도를 폭발적으로 촉진시킨다. 그 속도나 정도, 타이밍 등 또한 노인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다.

이 능력을 이용하여 가축의 고기나 알을 얻게 하고, 치어를 키워 어획하게 했다. 나무들을 자라게 하여 땔감과 목재를 제공하였으며 배 굶는 이 없도록 과실과 작물을 모자람 없이 제공했다. 때로는 웃자란 잡초나 병 들어 못 쓰게 된 작물, 해충 등을 정리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자신의 사람들을 얻었다.

능력 자체는 따지고 보면 그리 대단치 않다. 심각한 부작용도 수반한다.

작물이나 동물들은 정상적으로 자라난 것이 아니기에 식감이 떨어진다. 목재 또한 그리 단단하지 못하다.

그러나, 이 춥고 음울한 세계에서 힘들이지 않고 몸을 데우고, 집을 짓고, 가축을 먹일 건초를 얻고, 위장을 든든히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군가에겐 구원이었을 터.

그의 능력은 치유나 재생 등 '형질의 변형'같은 것이 아니라 그저 가속화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가속-즉, 노화를 통해 치유 시키는 일도 가능하다.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생명이 있다면 신중히, 그러나 간곡하게 부탁해야 할 것이다. 노인은 사람을 향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자신만의 철칙으로 여기고 있다. 쇠약한 육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된지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기에. 그러니, 당장의 명줄을 기워 붙이기 위해 육신의 젊음과 남은 수명에 불을 지를 각오는 되었는지. 남겨질 너의 이기심이 이 자의 남을 삶을 수렁에 밀어 넣는 꼴이 되는 게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는지 그는 물을 것이다.

어머니들의 은총으로 생명의 흐름이 육신이란 그릇에 고인 자, 치명상으로 죽음이 지척에 드리운 자, 중병에 든 자는 치유하지 않는다.

'신의 의지를 거스를 수 있는 인간은 없다.'고 그는 자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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