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든 헐뜯고 화내고 남탓하는걸 제일 잘하거든. "
불을 훔친 자, 마에흐 알데어
지칭대명사 · 그, 그녀 / They, She | 나이 · 49세 | 계급 · 하늘뿌리
외관
땅을 직, 직 끄는 발소리가 들린다. 볼품 없이 마른 몸, 다 떨어진 허리끈, 녹슨 벨트. 길바닥에 걷어채이는 돌부리만큼 흔히 보이는 희미한 그 인상에서 기억나는거라곤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장신구들과 함께 빛나는 푸른 눈 뿐.
150cm 의 신장, 41kg. 골격은 크고 벌어졌는데 살이 없어 마른 통나무처럼 보인다. 숱 많고 지저분하게 잘린 흑발은 푸석푸석하고 결이 좋지 못해 뚝뚝 끊어지고, 길이가 제각각이라 여기저기 뻗쳐있으며 가장 긴 단이 명치께까지 내려온다.
까칠하게 일어난 살갗 위로는 온통 옅은 화상과 잘게 긁힌 흉터 따위가 보이고 손바닥은 굳은 살이 배겨 딱딱하다. 신발을 신지 않을 때가 더 많아 혹사당하는 발은 섬광의 권능 덕에 흉터 없이 깨끗하다.
낡아서 군데군데 곧 찢어질 듯 헤지고 불에 탄 셔츠는 몸에 맞지 않아 흘러내리기 일쑤. 소매 부분은 그을려 검게 변했는데 이를 둘둘 감싸 숨겨두었다. 장식으로 두른 푸른 천도 끝단이 타서 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 검은색 가죽 끈은 다 낡아 옷감마냥 얇고 부드럽고, 신발도 마찬가지이다. 그 탓인지 어울리지 않게 걸치고 있는 사치스러운 장신구들이 더욱 눈에 들어오는데, 그 수가 열이 넘는다.
손에는 항상 자신의 키보다 1.5배는 긴 새카만 깃대를 들고 다닌다. 몸에 불을 두르면 결국은 옷이 다 타버리니 대신 기름 먹인 깃발에 붙여 휘두른단다. 매인 깃발은 아무 것도 없을 때도 있고, 감은 눈 표식이 대충 그려져 있을 때도 있다.
그 볼품없는 이를 살펴보고 있자면 마지막에 눈이 마주치는데, 모든 것이 낡거나 차가운 겉모습 중 눈 만이 살아있는 듯하다. 푸른 물 위에 보랏빛 물감이 섞여들어가는 듯 오묘한 색의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빛날 듯이 밝다.
성흔은 등에서 척추를 따라 목덜미부터 허리까지 퍼져있으며, 피뢰의 창 소속임을 알리는 감은 눈 문신은 성흔 위 목덜미에 새겨져있다.
성격
불타오르는 / 속된 천성 / 헌신적인
그만큼 찌르기 재미있는 성격도 드물지. 누군가는 그렇게 말한다. 툭 치면 왁 하고 터지고 찍 긁으면 부싯돌 긁어 튀는 불티마냥 달려든다. 비아냥거리기를 머뭇거리지 않으나 말을 잘 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말로 이기는 일은 드물다.
위험한 일은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주장과 다르게 불구덩이나 늪에도 아무렇지 않게 뛰어드는 대범함과 누가 봐도 손해볼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한 번 해야겠다 생각한 순간 몸이 먼저 움직이는 충동성까지. 매일매일이 우여곡절의 연속이며 매분매초마다 기분이 변화무쌍하다.
까다롭다 와는 거리가 먼데, 어느 자리에서나 픽픽 쓰러져 잘 자고 음식도 가리는 것 없이 먹을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는 편이다. 옷도 다 찢어져 보호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만 아니라면 걸친다. 자신의 행동거지에 어떤 평가가 달릴 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걸 신경쓰는건 지쳤다고. 낙뢰의 교 사제일 때 번듯한 척을 하느라 힘들었다고 낄낄거리곤 한다. 옷에 뭐가 묻으면 털어내면 되고, 즐거우면 이를 드러내고 웃고, 땅에 떨어진 음식은 3초 만에 주워먹으면 되지 않나.
이렇게나 뜨겁고 변덕스러운 인물이지만 불꽃은 기본적으로 온기이지 않은가. 비록 태도는 차마 살갑다 말하기 어려운 것을 안다. 그래도 움막집에서 맨발로 웅크려 자고 있는 사람의 옆에 제 신발을 벗어놓고 가는 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니지 않겠나.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남에게 나누길 주저한 적이 없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장신구를 좋아하면서도 굶는 이들을 위해 제 빵 한 쪽을 잘라 나누고 다 헤진 옷 입는 아이들을 위해 제 옷을 찢어 기울 옷감을 내어주기도 한다. 헌신적이라고까지 할 그 태도에 가식적이라 지탄하는 이들도 있다.
기타
피뢰의 창 소속 일반 대원.
5년 전 북부의 신전을 점령하고 있던 간부에게 대뜸 본인은 교단에 몸 담고 있던 섬광이며, 피뢰의 창에 들어가고 싶다 소리쳤다. 뭐, 여차저차해서 현재는 피뢰의 창 소속이다. 매우 열성적이고 소속감을 느끼는 상태는 아니지만 적어도 배신할 낌새는 없어보인다는 것이 주된 이야기. 어두컴컴한 잿빛 하늘 아래 작열하는 불꽃을 깃발처럼 휘두르는 자. 그가 신전 지붕 위에 서 있으면 불의 열기 탓인지 밝아서인지 바라보는 것이 괴로운데, 누군가 이를 보고 구름 위에 존재한다는 태양에서 불을 훔쳐온 것이라며 손가락질 한 것에서 그의 이명 '불을 훔친 자' 가 시작되었다.
마에흐는 5년 전 홀연히 나타나 자신을 교단에 몸 담은 섬광이라 말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도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는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70년도 전에 죽었으며 벼락을 맞고 되살아난 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피뢰 전쟁 때부터 존재하던 섬광이라면 알 지도 모르겠다, 전쟁이 끝난 후 몇년 되지 않아 교단의 사제가 되었던 섬광 '땅에 떨어진 태양'에 대해서. 길바닥에 널린 흔한 낯짝에 전쟁 이후로 죽고 태어난 섬광이 얼마나 되는데 그걸 기억하겠느냐,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한 교단 소속 섬광이 사로잡힌 피뢰의 창 섬광을 풀어주고 자신은 잡히기 직전 숲과 함께 자신의 몸을 푸른 불꽃으로 불살라버린 일에 대해서라면 들어봤을 것이다. 바다에 던져진건 타고 남은 머리와 몸통 일부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살아 돌아왔다. 그을음가지였는데 하늘뿌리가 되어오기까지 했고.
그의 삶와 세상에는 80여년의 공백이 있다. 여전히 지금 세상에 적응하는 중이다. 별로 바뀐 것이 없다는 하잘 것 없는 말이나 하면서.
그 이전에는 뭐 하는 사람이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교단에 있던 사람들도 모를테다. 섬광이 된 당시에도 가치있게 알려질 만큼 위대하거나 찢어지게 박복한 사정은 아니었다. 그냥 길가의 돌부리 만큼 흔한 교인이었겠지.
화려한 장신구를 좋아하고 많이 모아서 따로 까마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약간의 허영심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옷은 다 찢어졌는데 반지며 귀걸이, 팔찌 등을 주렁주렁 달고 다닌다. 신발 안쪽에는 발찌까지 하고 있다. 불꽃을 피울 때마다 장신구들이 빛을 반사해 내뿜어 더욱 눈에 띄는데도 절대, 한 가지라도 걸치고 나가겠다는 고집이 있다.
착용하지 않는 평범한 수집품들도 어딘가에 숨겨놓았다고. 가장 아끼는건 왼쪽 귀 전체를 써서 착용해야하는 무거운 귀걸이다.
불을 훔친 자라는 이명에 걸맞게 저 장신구들도 훔친게 분명하다는 악소문이 그를 따라다니지만 그런거 아니고 돈이 생기면 닥치는대로 장신구만 사 모아서 그런거다. 뭐, 전리품으로 한두개쯤 챙겼을 수도 있고.
- 가족명 따로 없이 마에흐 알데어 전체가 이름이다. 어느 쪽으로 불러도 상관하지 않으며, 보통 알데어를 가족명이라 생각해 마에흐로 불린다.
- 깃대는 매번 바뀐다. 눈에 잘 띄기 위해 들고 다닐 뿐 그리 소중하진 않다.
능력-【업화】
온 몸에서 불꽃을 피워낸다.
일부의 상황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피워낸 불꽃에 영향을 받지 아니하며, 열기와 일반적인 불에도 내성을 보인다. 그가 피워낸 불은 통상적인 불과 같은 효과를 보이지만 간혹 순리를 거스르는 경우를 보이는데, 만질 수 있을 만큼 낮은 온도의 붉은 불꽃과 푸른색을 띄는 불꽃이 그러하다.
푸른 불꽃은 순리를 거슬러 물 속에서도 꺼지지 않을 만큼 격렬하고 강력하며, 피워내는 순간 그의 몸에도 짙은 화상을 입히기 때문에 잘 쓰지 않는다. 화상이 회복된다고 해도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은 제정신으로 견딜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Realationsh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