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음으로 생각해낸 생활적 자립의 방법은 우선 그동안 해보지 않던 집안일들을 차례차례 경험해 보는 거였어. 그래서 우리는 한 주의 생활동안 퀘스트를 만들어 그를 완수하는 형식으로 여러 가사일들을 했어.
그 퀘스트의 내용은 요리, 청소, 설거지, 분리수거 등으로 다양했어. 팀원 개인별로 경험치가 다르다보니 후반부에는 개인별 맞춤 퀘스트를 하기도 했지. 다들 평소에 하지 않던 일들을 하니 '당연하게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를 했어. 한 친구의 후기를 그대로 옮겨와 볼게.
"요리를 한다는 것이 단지 음식만 만들어 먹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여러가지 숨겨진 노동을 쉽게 무시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퀘스트를 통해 여러 집안일을 체험하긴 했지만, 아직 생활적 '자립'에는 닿지 못했어. 단순히 체험에 그치는 일들은 그냥 몇 번 하고 말 뿐이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그 해결책으로 어떤 일을 각자 전담하여 맡기로 했어. 예를들어, 태월은 집안 청소를 자기 일로 맡았어. 3일에 한 번씩 청소기와 걸레로 집 구석구석을 청소한대.
사실 원래 집안일은 우리의 일이기도 하잖아. 우리가 먹고 자고 사는 공간을 가꾸는 것은 그 공간을 이용하는 모두가 공동으로 해야할 일인거지. 지금까지는 부모님이 많은 일들을 해주셨지만 이제는 우리의 일을 할 나이가 된 것 같아.
"청소를 내 일로 생각하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이제 점점 더러운 곳들이 눈에 띄어. 머리카락 굴러다니는 게 계속 보여서 할 날이 아니어도 청소기를 돌리게 됐어."
태월의 브이로그! 이렇게 7박 8일을 같이 살았어.
우리가 아무리 전담한 일을 다 해도 여전히 집안일의 총 책임자는 부모님이 될 수 밖에 없었어. 우리가 모든 일에 다 능숙하지도 않았고, 학교에 가니 집에 머무르는 시간 자체가 적었거든. 그래서 우리는 또 다른 돌파구로 우리끼리 하는 자취를 선택했어.
자취는 자립 프로젝트 팀원 세 명과 길잡이 잔잔이 함께했어. 직접 삼시세끼를 만들어먹고, 빨래를 돌리고, 각종 집안일들을 책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였지.
제일 크게 느낀 건 밥을 챙겨먹는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거야. 그리고 사는 공간을 관리하는 것도 세세하게 신경 쓸 일이 정말 많다는 걸 느꼈지.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취는 즐겁기도 했지만, 그만큼 어렵기도 했어.
"식사 준비를 하다보니까 장보기 부터 과정 전체를 100% 다 하는게 정말 어렵다는 게 실감났어. 새삼 엄마가 위대하시다는 걸 느꼈지. 나한테도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
밤에는 다같이 모여 오늘의 자립에 대해 얘기하곤 했어.
마침 자취방 근처에 한강공원이 있어서 밤 산책을 하기도 했지.
"생활적 자립 활동을 하면서 느낀 건 그 집안일에 대한 감각은 후천적으로도 충분히 키울 수 있다는 거야. 태어날 때부터 쌓인 빨래가 눈에 걸리고, 설거지의 타이밍과 청결도가 완벽하고, 덩글거리는 먼짓덩어리가 보이는 사람은 드물어. 신경 쓰다 보니 보이게 되는 거지. 그 신경 씀을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내가 사는 집의 모든 '일'들은 우리의 일이니까."
자취 활동은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 문자가 나온 후에 진행했으며, 방역수칙을 최대한 준수하며 생활하였습니다.
요리
요리를 할 때 사용할 야채는 미리미리 썰어둘수록 요리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식사 메뉴를 정할 때,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재활용할 수 있는 메뉴를 고르는 게 좋아.
요리할 때도 중요한 것은 자신감! 어떻게 되든 보통 다 먹을 수는 있으니 도전을 두려워 마.
요리를 다 했어도 진짜 끝은 뒷청소라는 거 알지? 설거지, 음식물 처리 등을 잊지 말자.
빨래
색깔 빨래와 흰 빨래는 나눠 돌려야 해.
빨래를 널 때에는 한 번 털고 빨래 건조대에 널기!
예민한 소재의 옷은 손빨래 하자.
건조기에 넣으면 안 되는 옷을 넣으면 정말로 쪼그라들 수 있어.
청소
청소기를 한 번 돌려 봐. 청소기를 돌릴 때는 어딘가 한 구석만 더럽지 않게 구석구석 다녀야 해.
청소기도 먼지 흡입 공간이 꽉 찰 수 있는 거 알지?
끈적거리는 바닥은 걸레나 물티슈로 닦아줘.
화장실도 더러워져. 물때를 닦을 때는 솔로 강하게 문지르기만 해도 꽤 좋아!
유의해야 할 점은 사는 데 해야 할 가사일은 계속 반복되고 끝이 없다는 거야. 이 모든 일들은 매일매일 새로 부여되는 퀘스트와 다르지 않지. 그래서 더 힘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