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잃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그 날 부모님을 죽인 그 사람이 남기고 간 권총, 그 한 자루에 매달려 범인을 찾기 위해 경찰이 되었다.
도저히 실마리가 잡히지 않아 포기 할까 생각도 해보았다. 그렇게 다짐하기로 한 날, 남은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조용한 호프집을 찾았다.
호프집이 소란스럽지 않아 마음을 정리하기도 좋아 보였다.
혼자 술 마시기 좋은 구석 진 자리를 찾아보던 중, 바에 홀로 앉아 맥주를 홀짝이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본 적 있는 듯한 느낌. 두 눈에서 묘한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이유 모를 호감에 먼저 그에게 합석을 제안했다.
얘기를 해보니 마음도 잘 맞았다. 지금까지 복수만 생각하느라 몰랐던 것이 내려놓을 결심을 하니 보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그와 함께하는 미래를 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생일 파티를 기다리던 내 방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고, 권총은 책상 위에 놓여있다.
내 머릿속을 채우는 최악의 상상은 그 권총에 탄알까지 채우게 만들었다.
노을이 진다. 그 날 부모님을 잃은 그 소녀의 방을 채우고 있는 석양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발소리가 들린다. 그 날의 진실이 다가온다.
문이 열린다. 알고 싶지 않던 비밀이 드러난다.
그다.
문을 열고 그가 들어왔다. 어떻게 이곳을 알았을까. 나는 그에게 이 집에 대한 것을 알려준 적이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