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거른다.
곧 있으면 나는 내 복수를 완성할 수 있다. 심장이 요동친다.
하지만, 기쁨은 모든 일이 끝난 후에 만끽해도 늦지 않는다.
늦은 오후, 해는 넘어가고 밤이 찾아오는 시간.
나는 그 집 문 앞에 섰다. 요동치는 심장을 잠재우고, 심호흡을 한 번 한다.
문 고리를 돌려 잠금을 확인한다.
? 잠겨있지 않다. 문을 조심히 열어 내부를 확인한다.
사람의 기척이 없다. 조용하다.
지나치게.
지인에게 받은 권총을 손에 든다.
비릿한 피 냄새가 코를 찌른다.
예감이 좋지 않다. 이미 이 집에 누군가 다녀갔다.
주방에 들어선다. 주방은 누군가의 생일 파티인 것처럼 꾸며져 있다.
준비 도중에 습격 당한 듯하다. 쓰러져있는 두 구의 시체를 확인한다.
목표다.
그들이 쓰러져있다. 속이 울렁인다. 누가 이런 것인가.
하늘은 내게 복수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인가. 비참하다.
총상이 있고, 시체는 아직 따듯하다.
범인은 멀리 가지 못 했을 것이다. 몸을 돌린다.
이렇게 된 이상 이들을 죽인 이라도 죽일 생각이다.
! 눈을 마주쳤다. 계단에 누군가 있다. 걸렸다. 도망쳐야 한다.
어디로?
우선 문으로 달린다. 문을 나서서 달린다.
방향도 모른 채 달린다.
한참을 달리니 공원이 나왔다. 벤치에 앉아 숨을 돌렸다.
무언가 허전하다. 손을 확인한다.
총은?
감정을 거른다.
옛날에는 잘 됐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나는 한 집으로 향했다. 그때보다 조금 늦은,
생일 파티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
다시 그 집 문 앞에 섰다. 심장이 요동친다.
문 고리를 잡아 돌리자 문이 열렸다.
가장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상황을 상상한다.
제발 그녀는 아니길
바라며,
현관을 지나, 거실을 가로지른다.
주방에 다다랐을 때, 그 날이 기억났다.
피 냄새가 나는 듯 하다.
하지만, 시체는 없다. 그 날과는 다르다.
그 때 그 눈은 계단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목표는
2층이다. 천천히 계단을 오른다.
가슴이 울렁거린다. 정말 그녀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그녀를 증오해야 하는가.
그것도 아니면 내가 도망쳐야 하는 것인가.
인기척이 난다. 소리가 들린다.
방문 앞
문 고리를 잡는다. 이에 맞춰 소리가 멈췄다.
방문을 열자. 창문에 비치는 저녁 노을이 나를 맞이한다.
심호흡을 한다. 그럼에도 요동치는 심장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눈부심을 이겨내니 보이는 것은 기다리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