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일이다.
엄마가 몇 일 전에 내 생일 케이크를 주문하는 걸 몰래 엿들었다.
아빠가 매년 주시는 깜짝 선물도 기대하고 있다.
곧 부모님이 나를 불러 주실 것이다. 매년 생일 파티는 그런 느낌이었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저녁밥을 먹으며 케이크를 먹고 선물을 열고 하하호호 웃다가 하루를 끝낸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런 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렸다.
공기가 막히는 소리, 엄마의 비명 소리, 공기가 막히는 소리
몸이 굳었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이게 무슨 일이지.
머릿속을 누군가 헤집어 놓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겨우 숨을 내뱉는다.
진정하자. 우선 1층으로 내려가 봐야 해.
계단 끝에 다다르니 인기척이 느껴진다. 주방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숨을 죽이고 조심히 다가가 주방을 살펴본다.
쓰러져있는 부모님, 후드 쓴 사람의 뒷모습, 손에 들린 권총 한 자루
눈을 마주쳤었다.
순간 소녀는 몸이 굳었고, 그 사람은 허둥지둥 문을 향해 달아났다.
그렇게 몇 분, 세상은 고요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이끌고 간신히 부모님의 상태를 확인한 소녀는 시체를 부여잡으며 오열했다.
그리고는 땅에 떨어져 있던 권총을 집어 들고는 복수를 다짐하며 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