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영역연구는 새로운 사회통합의 이념으로 ‘존엄尊嚴’ 개념을 구축하기 위해 학제적・국제적 학술연구의 플랫폼으로 ‘존엄학尊嚴學’을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존엄 개념은 오늘날의 국제사회에서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킨 이후, 그러한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유엔헌장’ 등에 ‘인간의 존엄’이 국제질서・사회질서를 지탱하는 이념으로 채택되어 있다.
이러한 개념에서 드러나는 것은 존엄 그 자체의 중요성만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본래 있어야 할 ‘존엄’이 훼손되어 있다는 관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그러한 ‘존엄 훼손’이라는 관점을 이미 채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첨단 의료나 고령자 간병에 있어서는 인간 생명의 무게뿐만 아니라 옥수수 유전자 등 ‘피조물의 존엄’이 문제시되고 있다.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도 존엄이라는 단어로 이야기된다. 빈곤과 격차의 문제, 이민・난민의 수용과 혐오 표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생성형 AI(인공지능)・빅데이터가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도 그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동물, AI・로봇, 자연 등 ‘인간 이외의 존재에도 존엄이 있는가’라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현대는 존엄 혹은 ‘존엄 훼손’이란 관점으로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새롭게 발견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엄’ 개념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으며, ‘인간의 존엄’에 대한 글로벌한 공통적 이해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본 영역연구에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연구과제로 삼고 있다.
영역연구의 기반이 되는 것은 (1)‘존엄’ 개념이 어떠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이해되어 왔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본 영역연구는 (2)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구미 이외 문화권에서의 ‘존엄’의 내실을 밝히고자 한다. 아시아권에서는 존엄에 상응하는 단어가 발견되지 않지만, 그에 상응한다고 여겨지는 단어는 존재한다. 구미권과 아시아권의 존엄 개념을 문화적으로 횡단하는 방법은 구미권 연구자들에게도 새로운 논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본 영역연구는 (3)연구성과를 현대사회의 제반 문제를 다루는 다양한 학술분야에 제공할 것이다. 이와 같이 본 영역연구는 존엄 개념에 관련한 제반 문제를 보다 깊이 이해하면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인 이론적 틀을 제공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