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해서 유용하다

Post date: 2012. 8. 23 오전 7:42:26

‘무용해서 유용하다’ 어느 문학 평론가가 문학의 가치를 설명하다 쓴 표현이라고 한다. 신문에서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그 표현의 간결함과 ‘깊이 있음’에 무릎을 탁 친 바 있다. 문학 혹은 예술의 가치에 대한 ‘무용해서 유용하다’는 대답은 그것의 ‘쓸 데 없음'을 겸허히 인정하면서도 높은 가치를 변증법적으로 제시하는 점이 절묘하다. 우리는 모든 것이 물질적 가치로 환원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물건이든, 직업이든, 심지어 인간관계 까지도 그러하지 않은가? 그런데 ‘물화’된 세상에 몰입된 우리이기에 ‘물화’될 수 없는 가치에 대한 갈구도 그만큼 큰 것 같다. ‘경제적 가치를 위해 만들어진 친절’을 많이 접할수록, 동기를 의심할 수 없는 진짜 친절을 만날 때 크게 흔들린다. 물화된 세상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역부족이겠지만, 한 인간의 삶에는, 한 사회의 구성에는, 물화되지 않은 어떤 부분도 꼭 필요하지 않은가? 순수 문학이나 예술이 경제적 가치와 잘 연결되지 않는 것은, 그것을 무가치하게 만드는 동시에, 최상의 가치로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