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창 안으로 붉은 빛 노을이 슬금슬금 넘어오는 시각,
세화 중학교의 유일한 장점인 넓게 잘 빠진 사물함이 위치한 홈베이스에 두 사람이 서있다.
한명은 주위를 경계하며 안짱다리로 연신 다리를 떨어댔고,
나머지 한명은 자물쇠의 열쇠구멍으로 곧게 편 실삔을 넣고 이리저리 돌려대고 있다.
"한마디로, 누군가의 사물함을 강제로-"
"보기엔 좀 수상해보여도 취재과정 중 하나거든...!"
"너 내가 면담한 거 봤지"
"어... 좀만 기다려봐, 이게 잘 안 열려..."
"근데 심서윤 진짜로 병원 간 걸까?"
"난 아닌 것 같아... 말했잖아! 내가 이상한 빛 봤다고"
"흠... 난 병원 갔다에 한표 던진다?"
"아니라고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당장 교무실로 달려가 선생님을 불러올 것 같은 이 광경은
하나와 지원이 채택한 '선생님 몰래 심서윤 사물함 열어보기'의 과정이다.
물론 하나가 선생님께 말씀드려보긴 했으나, 당연하게도 거절당했다.
어느 선생이 남의 사물함을 함부로 여는 걸 허락하겠는가?
"됐다!"
"헐! 너 나중에 기자 못돼도 비밀 요원? 그런거 하면 되겠다"
하나와 지원은 자물쇠를 빠르게 빼내고 떨리는 마음으로 사물함 문을 열었다.
깨끗하게 관리된 사물함 안에는 잘 쓰지 않는 교과서, 노트, 파우치까지 익히 아는 물건들이 있었다.
그러나 높이 쌓인 책으로 가려진 사물함의 안쪽에는 생각치도 못한 것들이 있었다.
"이게 뭐지? 모리나...에스쓰리?"
"스핀들 오일이라고 써있어"
"..."
원래라면 이리저리 태클을 걸어야할 지원이 조용해지니 홈베이스는 금세 정적에 휩싸였다.
뭔갈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모습에 덩달아 하나도 입을 닫았다.
도무지 용도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스프레이, 연고, 온갖 금속 통들... 심서윤과는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것들 뿐이었다.
"단서를 찾은 줄 알았는데... 아직도 모르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