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심서윤이 사라지고 이상한 빛이 목격된 그날이랑 똑같이 해보자고?"
"응. 그러면 무슨일이든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 그래 해보자!"
"뭐, 뭐야? 왜 태클 안걸어? 왜 이렇게 긍정적이야?"
"넌 나를 뭘로 생각하는 거야..."
"아무튼 오늘이 그때랑 제일 비슷해. 동아리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나가는 거야!"
왜 살금살금 걷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장단 맞춰 걷던 지원이 창 밖을 바라보았다.
곧 여름이라 밖은 마치 대낮같이 밝았다. 그때도 이렇게 밝았다면 하나가 봤다던 그 빛은 분명히 엄청나게 밝았을 것이다.
물론 이상한 빛 이야기따윈 믿지도 않지만... 가온 병원인지 가원 병원인지 쫓아가겠다는 거 말리느라 아주 진땀뺐다.
그래도 급한 불은 껐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하나를 따라와도 괜찮을 것 같았다.
1층 현관을 지나 실외화로 갈아신었다. 그때의 심서윤이 그랬던 것처럼 운동장 스탠드를 지나 쭉 걸어갔다.
정말이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놀랍지 않았다. 단순히 심서윤은 병원에 간 것 뿐이니까.
하지만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커다란 실뭉치 같았던 갈등이 잘 풀어져서일까?
운동장의 가장자리가 보일 때쯤 갑자기 몸이 노곤노곤해지며 점점 눈꺼풀이 추에 매달린 듯 무거워졌다.
조금 전부터 이상할정도로 조용하던 하나도 마찬가지인지 점점 느릿하게 눈을 꿈뻑였다.
야....
야 유하나...
하나야아....
아무리 걸어도 땅을 밟는 것 같지 않은 느낌.
깊은 물속에서 다리를 힘차게 저어도 제자리인 것처럼 무력한 감각.
급기야 몸뚱아리가 붕-뜨는 느낌과 함께 거대한 빛이 다가왔다.
정말 하나가 말한 것과 똑같은
하얀 빛...
뭔 가
이
상
했
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