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거대한 캡슐모양 기계가 거대한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미래의 서윤도 예상치 못했다는 듯 급하게 뛰어가 기계를 이리저리 만져댔지만 문이 열리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초록색 에러창이 마구잡이로 뜨고, 완전히 열린 문 사이로 하얀 안개가 일렁였다.
미래의 서윤은 하나와 지원을 자신의 뒤에 숨긴 채 캡슐의 문틈 사이를 주시했다. 당장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듯한 긴장감이었다.
숨소리가 들릴만큼 긴장하고 있을 때, 불쑥! 흰 손가락이 튀어나왔다.
캡슐의 문을 지지대 삼아 일어난 그것은 푹 자고 일어난 듯한 부스스한 긴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문 밖으로 나왔다.
맞다. 현재의 심서윤이었다!
"그렇게 된거야. 하필이면 임무 마무리 단계에..."
"우리 기억은 어떻게 되는 거야? 요...?"
"원칙대로라면 한명씩 접근해서 지워야 하는데, 시공간 좌표를 잘못 찍는 바람에 놀라서... 한번 더 돌려버렸다는 거지..."
"그러면 설마-"
"전혀 관련 없는 민간인 셋이라면 살면서 쌓은 기억의 절반을 싹 지워서 위험을 아예 없애버릴 텐데, 이번엔 과거의 내가 있으니까"
"이런 미친!"
"그리고 과거의 너희를 존중하니까 기억을 지우진 않을거야, 그렇다고 막 얘기하고 다니면 안된다?"
이상하게 생긴 기기를 부여잡고 뭔갈 기록하던 미래의 서윤은 민간인 셋을 우주선 밖으로 내보낸 후 쿨하게 떠나갔다.
"야 서윤아, 미래의 너 다시 부르면 안되냐? 아, 미래의 나는 뭐하는지 궁금한데"
"서윤아, 지원아. 이거 꿈 아니지? 나 볼 좀 꼬집어 주라"
"얘들아, 나 찾으러 다녀줘서 고마워. 나 저 캡슐 안에서 다 봤거든"
"어? 그럼... 우리 막 되도 않는 취재하는 것도 다 봤어...?"
"응"
"좀 쪽팔린데...아아..."
"너희는... 내가 사이보그여도 아무렇지 않아?"
"그런걸로 놀라기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사이보그인게 뭐 어때서?"
"응! 미래의 너 엄청 멋졌거든, 눈이랑 팔이랑 자기 스타일로 멋지게 꾸민 게"
"아무튼 그건 그렇고 다리 아프니까 카페라도 가자"
"어, 할 얘기 진짜 많아"
"맞아"
"헐! 까먹고 있었는데 우리 기사 써야 돼"
"그리고 곧 여름방학이다?"
학기 초로 돌아간 듯 했다. 때로는 푸하하 웃기도 하고, 흥미진진하게 무용담을 듣기도 하던 그때처럼 말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긴 했지만 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선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괜찮다. 느슨해질지언정 결코 풀리지는 않는 매듭이 셋에게 묶어졌기 때문이다.
카페로 향하는 셋의 가벼운 발걸음이 즐거운 소리를 내며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