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르게 큰 소리로 맞받아치는 하나의 모습에 지원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것도 잠시, 지원은 빠르게 하나를 저지할만한 말들을 찾아 마구 쏘아대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묵혀뒀던 서운함, 억울함, 답답함이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어둠 뒤에 숨어 호시탐탐 나올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는 듯이
한번 터져나오기 시작한 감정은 한 덩어리로 뒤섞여 활활 불타는 분노로 바뀌었다.
"솔직히 너 심서윤 찾는거나 내 누명 벗기는 거는 안중에도 없었지?"
"아니야, 난...!"
"처음부터 그냥 니 호기심 채우고, 니 동아리 점수 받을 생각밖에 없었잖아!"
"... 그러는 넌? 취재하는 내내 태클이나 걸고, 스핀들 오일인지 뭔지 아는 눈치였잖아. 근데 왜 말을 안하는데?"
"아니 그건 내가 함부로-"
"함부로 뭐? 난 나 나름대로 너 누명 벗겨주고 심서윤 찾으려고 노력했어, 교환일지 만든 것도 내가 했고 그거 다섯번중에 세번은 내가 썼을 껄? 근데 넌 뭐했는데?"
"그러는 넌? 제대로 된 단서도 못 찾는 주제에 더 파고들 생각은 안하고 '못 찾았으니까 나중에 찾자' 이러잖아.
학기초랑 똑같아. 심서윤이랑 나랑 싸우는데 말리지도 않고 멀리서 멀뚱멀뚱 가만히 모르는 사람처럼!"
"그 얘기가 왜 나와? 그건 너네 둘이 해결할 문제지. 내가 끼면 뭐? 뭐가 해결되는데!"
한참 씩씩대던 둘 사이에 긴 정적이 흘렀다. 애꿎은 손톱만 뜯어대던 하나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지고,
잠시 고개를 돌리고 있던 지원이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어련히 돌아오겠지. 담임쌤도 별말 안하시니까 안전하게 잘 있다는 거 아냐? 걔 찾는 건 이제 시간낭비라고"
"시간낭비..."
"지금 기말고사 일주일도 안남았는데 이게 뭐냐 진짜? 나중에 얘기하든지"
"...그렇게 하던가"
격렬했던 언쟁이 사그라들고 정적이 흐르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하나가 급하게 가방을 챙겨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홀로 남은 지원도 대충 가방을 정리하고는 교실 문 밖으로 나섰다.
노을이 지는 하늘 아래 두 소녀들은 서로를 완전히 등지고 빠른 발걸음으로 학교를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