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은 주말, 캡모자와 마스크로 무장한 누가봐도 수상한 2인조가 수길리에 등장했다.
허름한 집들이 듬성듬성 자리한 수길리는 학교 주변에 위치한 동네 중 유일하게 '리'가 붙은 곳이다.
대형 프렌차이즈 마트가 자리잡고있긴 하지만 그것뿐, 흔하디 흔한 아파트 단지도 없다.
하나와 지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동네를 걷기 시작했다. 심서윤은 교실에 매번 1등으로 등교하는 애라서
당연히 집도 학교 앞 아파트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예상 밖의 전개다.
"담임쌤이 이쯤에 있다고 하셨는데..."
"잘못 알려주신거 아냐? 걔가 이런데 산다고?"
담임쌤이 써주신 종이에 적힌대로라면, 분명히 여기가 맞다. 수길리 새덕로 821번지...
여기저기 패여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도로를 지나면 나오는 녹색 철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을씨년스럽게 끼익대는 철문과 사람하나 없이 고요한 마을.
그리고 꽤 허름해보이는 작은 단독주택은 정말 상상치도 못했다. 여태껏 부잣집 따님인줄로만 알았는데 말이다.
"저기... 계세요? 저희 서윤이 학교 친구들이에요!"
"안녕하세요! 혹시 여기 서윤이네 집인가요?"
집에는 정말 아무도 없는지 철문이 흔들리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전혀 인기척이 없자 지원은 철문에 기대 주저앉았고 하나는 애꿎은 종이만 마구 구겨댔다.
이번 세번째 교환일지에서도 수확이 전혀 없어서 기운이 빠진 모양이었다.
유하나는 전혀 모르겠지만 아마 심서윤은 사이보그고, 이번에 학교를 계속 빠진 건 성장하는 신체에 맞춰 기계를 다시 이식해야해서 수술하러 간 것일거다.
사물함에 있던 것들도 전부 사이보그 용품이다. 할머니 장롱에서 자주 보던 것들도 있었으니까...
이런 허름한 집에 사는 것도 기계 이식 비용을 대야해서 그런 거겠지.
사실 심서윤은 미술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도 불구하고 내 실력을 빠르게 따라잡아서 꼴보기 싫었다.
유하나 따라서 되도않는 잠행이니 취재니 했던것도 심서윤에 대해 파헤치다보면 약점이나 나쁜점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이보그라는 것을 의도치 않게 알아버렸으니 약점을 잡는다거나 그걸로 내 열등감을 해소하려고한 것도 전부 소용 없어졌다.
난 할머니와 단 둘이 살면서 사람들이 사이보그에 대해서 얼마나 부정적이고 차별적으로 생각하는지 뼈저리게 안다.
그들이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사는지, 그 사실을 숨기려고 노력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래서 난 유하나와 함께 기사를 써서 내 누명을 벗기는 일은 그만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