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클]_할머니
[하.교.클]_할머니
할머니는 젊은 시절 군인이셨다. 여러 국가로 파병을 나갔고 그 과정에서 두 다리를 잃었다.
다행히 좋은 기회로 기계이식 수술을 받아 일흔이 다 된 나이임에도 멀쩡히 걸어다니신다.
이렇게 사이보그로서의 삶을 살고계심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사이보그 자체를 싫어하신다. 계속되는 차별적인 시선과 호기심을 가장한 무례함.
거기에 자기 자식이랑 며느리도 사이보그를 반대하는 종교 단체 때문에 일찍 죽어버렸으니, 아예 '사이보그' 자체에 염증을 느끼시는 것이다.
하지만 난 할머니의 모든 것이 자랑스럽고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주 할머니의 옆구리에 달라붙어 기계 다리에 대해 알려달라고 떼를 쓰곤 했다.
그럴때마다 표정은 구기셨지만 마지못해 다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윤활제를 쓰고 어떤 스프레이를 쓰는지 알려주실때면 할머니의 눈빛은 마치 군인시절처럼 번뜩였다.
지금은 작동하지 않지만 젊은 시절 사설 정비사를 찾아가
돈을 두배로 주고 넣은 점프 기능이나 칼날 수납 기능은 한참이나 자랑하실 정도였다.
*
그래서 난 안다. 스핀들 오일이랑 수많은 종류의 스프레이들이 어떨때 쓰는건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쓰는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