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마구 떠드는 반 친구들이지만 오늘은 특히 떠드는 소리가 거슬렸다.
아이돌이나 드라마 얘기를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웅성이는 소리를 가만히 듣다보면
이지원에 대한 험담들이 곳곳에 끼어있었다. 부모없이 할머니가 키웠다고, 그래서 음침한 면이 있다는둥
분명히 심서윤도 쟤가 어떻게 했다고 속삭이는 악의적인 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려왔다.
심서윤을 마지막으로 본건 자신이고, 그렇다면 용의자도 당연히 내가 되어야하지 않겠냐고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지금은 목소리를 내어봤자 이지원이던 자신이던 똑같이 공격받을 게 분명했다.
책상에 홀로 엎드린 이지원을 보자 마음이 덜컥였다. 애초에 반 애들한테 아무 얘기도 하지 말걸....
진실이 조금이라도 섞인 거짓은 완벽한 진실 취급 받는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이상한 빛을 자신이 본 이상 모르는 척 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전에 말했던 이상한 빛이 심서윤을 납치해갔다?"
"응! 내 다이어리...! 아니, 아무튼 너가 안한일로 이렇게 누명씌이는거 억울하잖아"
"...억울하긴 한데 그럼 뭐 어떡하냐 이미 퍼진걸. 담임쌤도 그냥 조용히 하라고만 하고"
"그러니까 우리가 동아리 시간에 이 미스터리를 풀고 그걸 기사로 내면 어떨까...?"
"그걸 애들이"
"볼껄? 지금 최고로 핫한 소문이 그거니까 당연히 볼거야!"
"음... 싫어, 애초에 넌 왜 갑자기 나를 도와주는데? 쫑난지도 오래면서"
"나, 난 동아리 점수 꼭 받아야 해! 그김에 네 누명도 벗기고... 그리고 우리 같은 동아리인거 까먹었어? 윈윈하자는 거지"
"...그럼 이렇게 해."
*
"요근래 내가 심서윤을 어떻게 해서 걔가 학교에 안나온다는 소문이 돌더라? 분명하게 말할게,
심서윤이 학교 안나오는 이유랑 근황 낱낱이 밝혀서 기사 쓸거니까, 다들 기다리기나 해!"
"그리고 교내 기사는 선생님 검사 맡아야하는 거 다들 알지? 사실이 아닌 건 절대 못 써...!"
아예 선전포고를 하자는 이지원의 기세에 밀려 결국 선생님이 나가시자마자 교탁까지 뛰쳐나왔다.
반 친구들이 전부 모인 교실에서 교탁 앞까지 나와 소리쳐본 적은 처음이라 얼굴이 점점 뜨거워졌다.
그래도 이렇게 큰소리까지 쳤으니, 소문이 조금은 사그라들것이다.
이젠 이지원과 의기투합하여 어떻게 누명을 벗기고 심서윤을 찾을지 머리를 맞댈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