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쬐며 뒤덮고 

: 지나간 관광지의 청년이 발달한 관광지 섬에서 짚어가는 흔적과 기억 

- 《정희수: 태양빛이 태워가는》 리뷰 


배진선 (독립 큐레이터) 

 

《정희수: 태양빛이 태워가는》이 열리는 전시공간 소현문은 수원의 주택지구에 위치하지만, 관람객들에게는 관광지와 다름없이 찾아가야 할 어떤 비일상이다. 그렇기에 전시를 보러 가는 길은, 작가가 〈영원히 사는 소년과 기억하는 행동〉과 〈가이드와 관광객의 동굴 산책〉을 촬영하고자 오키나와 동굴로 걷는 길과 겹쳐진다. 탁 트인 하늘과 풀과 나무로 가득한 언덕 너머 좁은 길을 파고들어 목적지로 나아가지만 유사한 풍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키나와에서 정희수는 자연을 이어가며 여전히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을 건너 동굴에 다다른다. 반면 수원에서 관람객은 푸르른 연무대를 넘어서 아스팔트 위로 흘러가 다닥다닥 붙은 시멘트 건물들로 둘러싸인 전시공간에 도착한다. 작가는 대체 어떤 연유로 교차하듯 달라지는 길들을 연결시킨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