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の窓から見るこの島はいったいどんな色? (주석 1)
(저 창문으로 보이는 이 섬은 대체 어떤 색일까?)
소현문 앞에 서면 깨끗하게 투과되는 창 너머 말끔하게 걸린 사각 화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들도 햇빛을 가득 머금어 청량하게 빛나는 풍경들을 비추어, 깨끗한 하얀 벽과 정갈한 원목 액자 프레임에 잘 어우러진다. 그러나 정희수가 담아내는 오키나와의 색은 모호하다. 으레 떠올리는 통념들이 있다. 푸르른 하늘과 초록빛 자연, 붉은 히비스커스. 이렇게 특색 지어진 자연과 어우러지는 미국의 활기 넘치는 푸르고 붉고 하얀 색, 혹은 옛 류큐 왕국의 조각과 건축에 담긴 이국적이고 온화한 색. 작가의 사진에서도 오키나와 낭만들은 여전하다. 하지만 전시장 안에 들어와 작품을 가까이 들여다본다면 관광지에서 딱히 눈에 들이고 싶지 않을 색채들까지 발견하게 된다.
“수원이야말로 녹색의 에메랄드에 묻힌 산자수명의 고도이다.” (주석 2) 1940년, 『모던일본』 조선판에 수록된 기사에서 수원을 묘사한 문장이다. 반 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이 도시는 더 이상 녹색으로만 가득한 고도가 아니다. 수원은 중심지 경성에 인근하면서도 조선 왕조의 전통이 짙게 남았기에, 제국의 관광지로 기능하다 해방 이후 미군과 한국이 주둔하는 공군기지와 IT와 신에너지를 주도하는 대기업 거점지로 자리잡아갔다. 오키나와는 류큐 왕국의 유산이라는 이국적인 남방 풍광으로 낭만화된 이래, 관광지로서 면모는 더욱 복합적으로 확장되어왔다. 1972년 일본 본토 복귀 이후 전쟁참상을 추모하는 여러 평화기념물과 점령기 잔재로 남은 미국 문화, 열대를 즐기는 자연 리조트들이 더해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도 미군의 관리를 받은 끝에 다시 일본에 편입된 오키나와와 다르게, 해방을 맞이한 한국에서 수원은 여러 산업들이 발전하며 관광지로서 색채는 상대적으로 옅어졌다. 그럼에도 수원이 세계에 처음 지명을 새겨 넣었던 정체성은 제국의 관광명소였기에, 이곳에서 나고 자라 작가로 활동하는 정희수가 관광객으로서 오키나와를 찾았을 때 개인의 경험과 고향의 기억이 얽혀 섬을 받아들이는 건 운명 같은 흐름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키나와를 걸어다니며 평범한 풍경과 악수를 나눴다. 오키나와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내가 행해야 할 제일 처음의 행동이었다.”(주석 3) 자신이 기록한 촬영물로 사람들이 오카나와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한편 그곳의 수많은 기념탑 사이에서 기록하고 연대하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정희수는 이렇게 포착하기 시작했다. 도로와 건물, 나무나 주차장이 담긴 〈외야〉 연작들은 작가에게 ‘평범한’ 풍경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평범하다는 색 다르지 않다는 의미라, 〈외야〉에 담긴 오키나와 풍경들은 작가가 사는 일상과 크게 어색하지 않게 겹쳐진다. 작가는 물론 수원에 사는 사람이라면 고궁을 둘러싸고 우거진 녹음도, 군공항을 길게 잇는 펜스와 철조망을 뚫고 나온 색색의 꽃들도 낡고 깨끗한 건물 너머 재개발로 덮인 공사현장도 모두 익숙한 도시풍경이다. 그 사이로 언뜻언뜻 포착되는 낯선 양식들은 〈헤어 찰리 브라운〉, 〈교우〉, 〈퇴적〉의 오키나와 레트로로 이어지는데, 모습은 다르지만 방식은 수원에서(나아가 전통을 머금은 한국 도시 어디에서나) 공공 혹은 사적 단위로 전통과 근대, 현재를 혼합해 지역만의 특색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온전히 낯설지는 않다. 이미 오키나와를 관광했든 작가의 작업으로 처음 오키나와를 만나든, 관람객은 이미 교차하는 역사를 품고 살아왔으므로 전시공간에서 일상적이고 낯선 풍경과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을 분리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기에 〈투어리스트 러브 플래시라이트〉와 〈가이드와 관광객의 동굴 산책〉을 관람하며 낯선 타국의 분리된 일로만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아마 작가가 관광지로 선별되지 못하고 방치된 공간에 더욱 마음을 쓰며 사촌동생을 향한, 흐려질지 언정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묶어내는 계기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수원은 조선의 전통이 뿌리내리고 혁신에너지를 내세우는 대기업으로 상징되는 한편 형무소 재소자 학살이나 물고기 집단 폐사, 군공항 소음 문제 등 역사로부터 거슬러 온 소란들이 이어지는 도시다. 그렇기에 동굴과 함께 묻혀져 버린 사건들은 관광지 오키나와의 매끄러운 면면들에 밀려나 있기에 더욱 예민하게 감각된다. 다른 경험이지만 공유될 수밖에 없는 상처들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전시장 곳곳에 더욱 깊이 들어가 오키나와의 상흔을 자세히 살펴보게 한다. 산 위에 올려진 돌탑을 보고 묵념하듯 〈종(縱)으로 흐르는 횡(橫)으로 하나〉 연작을 보며 돌을 쌓아올린 마음들을 생각한다. 관광지에서라면 들춰보고 지나갈 〈구 해군사령부호 팜플렛〉을 집어들고 그보다 한층 더 높이 놓인 〈4GB의 묘, 18.1MB의 자리〉라고 이름 붙여진 SD 메모리카드를 인식한 뒤 다시 〈영원히 사는 소년과 기억하는 행동〉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