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일 : 2024. 9. 1.
발제자 : 그레텔
발제일 : 2024. 9. 1.
발제자 : 그레텔
09/01 책 『어떤 그림 : 존 버거와 이브 버거의 편』(존 버거, 신해경 역, 2021, 열화당) / 그레텔
[발제문]
이 책의 원 제목은 Over to you, 즉 '네 차례야'이다. 화가인 이브 버거는 아버지 존 버거와 탁구를 치듯 그림과 글을 주고 받는다. 차례를 번갈아 가며 이어가는 편지를 통해 그림/예술에 대해, 그림을 본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온전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내 머리로 생각하기 혹은 내 눈으로 보기란 결코 만만치 않은 삶의 기술이다. 이 고급 기술에 단련된 두 예술가의 대화를 엿보면서 그런 방식으로 대상을 보고 사유하는 일이란 어떤 것인지 가늠해본다.
1.
존은 그림에서 다루는 대상 자체보다, 대상을 보여주는 방식(정물로서 제시된 성경과 여인)에 주목한다. 보여주는 방식이 드러내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예술가가 그런 선택을 한 의도는 무엇인가 질문한다.
앙투안 바토 <피에로 질>과 <마멋을 든 사부아 사람> | 육체-자아를 바라보고 표현하는 방식
베크만 <카니발 가면> |윤곽과 드로잉과 검은 색, 색과 형태에 대한 태도(라는 강한 신념)
코코슈카의 붓질 | 덧없고 무상한 존재의 증거로서의 붓질과 그림과 눈빛
주탑 | 만물과 분리될 수 없는 자아 의식 - 나는 유한하지만 자연은 무한하다
푸생 <나는 아르카디아에도 있다> |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질문과 태도
주탑, 석도, 자코메티, 빌럼 데 쿠닝, 사이 트웜블리 | 서예가들, 세계를 받아 적는 예술가들
푸생, 콜드스트림, 어글로우 | 세계를 측정하려는 예술가들
콜드스트림과 보나르 | 창조적인 의심(확신 없음)을 보여주는 몸과 확신하는 몸의 차이
2.
(아마도 우울감이나 무력감에 빠져있었던) 이브는 그림들을 통해 아버지에게 삶에서 우리가 감당하기에 너무 큰 무언가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느냐고 질문한다. 존은 그에게 그림 한 장과 사진 한 장을 보내면서 그 거대함은 아주 사소한 것이기도 하며, 우리가 직면한 어떤 것이라기보다 우리를 포함한 어떤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거대함을 이해하고 인식하려면 연대와 나눔의 행위가 중요하다며 그런 행위가 희망을 구현한다고 덧붙인다.
카라바조 <성바울의 회심>
이트카 한즐로바 <플라워 4>
이브가 존에게 건넨 그림과 영화에 대해서 존은 이렇게 말한다.
고야 <정어리 매장식>
뤽 베송 <그랑블루>
"너는 이런 말을 하는 듯 싶구나 "문제는 온전히 살아 있는 거예요!" 무엇이 도움이 될까? 아마도 질문하기겠지. 그리고 질문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야. 그림을 그리는 것도 하나씩 계속해서 질문을 하는 거야. 질문하기의 역설은 질문하는 사람이 답을 찾거나 답과 마주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에 있어. 일종의 신념이지." p41
존은 온전히 살아있음에 도움이 되는 것은 질문을 제기하고 불완전한 응답을 찾는 데 헌신하는 태도라고 말한다. 그것은 예술가들의 추진력이며 작품 자체보다 더 큰 힘이라고 설명한다.
모란디의 정물화들 : 사물들을 보는 만큼이나 듣는 그림
스벤 블롬베리 : 땅을 돌보는 하나의 방식으로서의 그림
3.
함께 읽기 p62-63
마네의 <마지막 꽃들> 연작
존은 마네가 병을 얻고 죽음을 기다리던 말기 시절에 그렸던 꽃들의 연작에서 꽃을 꽂은 유리병 안에 그려진 이상한 변형에 주목한다. 그는 그것을 이름 없는 영역 혹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복원이라고 부르며 그것이 바로 그림의 본질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덧붙여 이브는 드로잉이란 알려지지 않은 언어로 쓰인 텍스트들을 읽고 통역하는 행위이며, 사고를 지배하는 합리 앞에서 저항하는 한 형태라고 표현한다.
4.
마지막으로 존과 이브는 만질 수 없는 것들을 만질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그림들, 촉감을 표현하는 그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르바란 <성베로니카의 베일>
보나르가 그린 연인의 누드
그림을 그리는 도구들, 붓과 물감들
"가끔 절망이 자라 희망을 누를 때, 제 의지가 눈앞의 현실을 직면하고 굴복할 때, 모든 야심이 깨지고 남은 하나는 완전히 바보 같은 때, 너무나 드물지만 이 모든 조건이 만났을 때, 그때 비로소 간직할 가치가 있는 그림이 깨어나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마법 같은 거예요. 어쩌면 현실에 무엇이 있는지 볼 시간이 필요한가 봐요. 제 눈이 캔버스에서 보고 기대했던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정말 현실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줄 다른 눈이 필요한지도 모르겠고요." p81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
1. 지금 어떤 질문을 붙들고 삶에 추진력을 더하고 계신가요?
2. '내 눈으로 보는 일'을 얼마나 자주, 어떻게 경험하고 계신가요? 그것이 자신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