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서재 24
발제일 : 20240512
발제자 : 최원서
소현서재 24
발제일 : 20240512
발제자 : 최원서
영화 〈너와 나〉(조현철 감독, 2023)
[발제문]
영화 ‘너와 나’는 ‘세월호 참사’라는 명확한 사건으로부터 출발한 영화이다. 특정 재난을 소재로한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너와 나’에는 참혹한 장면을 재현한다거나, 해당 사건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러닝타임의 대부분은 사고가 나기 직전의 학생들의 아주 평법한 일상을 담백하게 그려낸다. 영화속 주인공 2인, 너와 나의 아주 사소한 이야기가 아름답게 표현된다. 실제로 영화의 카테고리는 드라마와 로맨스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피해 당사자임을 대단히 직관적으로 은유하는 장치들, 가령 안산이라는 배경, 고등학생들이 등장한다는 점, 주인공 세미의 꿈 이야기 등을 통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너와 나의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 끝에 그들이 참사의 당사자임을 떠올린다면, 그 어떤 스펙타클한 재난의 영화보다도, 그 상실감을 실감하게 하고, 당시를 회상하게 하며, 남은이의 아픔을 통감케 한다.
나는 10년전 안산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하여 14년도 세월호의 사건은 꽤나 가깝게 와닿았다. 그리고 15년도에 의경생활을 하면서 공교롭게 안산 화랑공원에 위치한 합동 분양소를 지키는 새벽 근무를 일주일에 2번 정도씩은 했던 것 같다. 당시 오와 열을 마춘 영정사진을 그렇게 많이 보았지만, 새벽 근무는 너무 춥기도 했고 힘들어서 애도하지 못하고 그저 분양소 주위를 뺑뺑 돌기만 했다. 1년 사이 해당 사고를 대하는 나의 태도는 많이 변하였다. 그 이후로 세월호 사건은 나와 꽤 먼 이야기처럼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영화 '너와나'를 보면서 14년 당시의 기억들이 다시금 선명해졌고, 그들의 슬픔을 다시 한번 애도할 수 있었다.
재난을 다루는 매체들은 때때로 정치적이다. 그래서 더욱이 그 사건을 기억하는 감각은 쉽게 오염되거나 휘발될 수 있다. '너와 나‘는 내가 그 사건에 다시 한번 순수하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아마 예술의 힘은 여기에 있겠다. 이쯤에서 재난을 다루는 창작물의 역할과 창작자의 태도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나누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