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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등산 다녀온 후기, 초보가 무리한 이야기
주말에 등산 다녀온 후기, 초보가 무리한 이야기
요즘 주말마다 뭔가를 하고 싶어졌다.
예전에는 그냥 집에서 누워 있는 게 제일 좋았는데.
언제부터인가 그게 좀 답답해졌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는 등산을 가봤다.
거창한 산은 아니고, 동네 뒷산 비슷한 곳.
친구가 "가볍게 다녀오자"고 해서 따라갔다.
가볍게라는 말을 믿은 내가 문제였다.
## 준비가 부족했다
등산화가 없었다.
정확히는 있었는데 어디에 뒀는지 몰랐다.
결국 운동화를 신고 갔다.
친구는 등산화를 신고 스틱까지 들고 왔다.
나는 물 한 병 들고 갔다.
그게 전부였다.
친구가 나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이건 등산이 아니라 산책이야"라고 했다.
나는 "산책도 좋지"라고 했다.
그때는 진짜 그렇게 생각했다.
입구에 도착하니까 사람이 꽤 많았다.
아침 아홉 시였는데도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장비가 제대로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좀 민망했다.
반바지에 운동화.
괜히 눈치가 보였다.
## 오르막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처음 10분은 괜찮았다.
길도 완만하고, 공기도 좋고.
"이 정도면 할 만한데" 싶었다.
근데 그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20분쯤 지나니까 경사가 확 올라갔다.
숨이 턱까지 차왔다.
친구는 앞에서 계속 올라갔고, 나는 뒤에서 겨우 따라갔다.
"잠깐만"을 세 번쯤 외쳤다.
친구가 돌아보면서 웃었다.
"가볍게라며"라고 했다.
나는 대답할 힘이 없었다.
중간에 벤치가 나와서 앉았다.
물을 반이나 마셨다.
옆에 계신 아저씨가 나를 보면서 "처음이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네"라고 했고, 아저씨가 웃으면서 "천천히 올라가세요"라고 했다.
그 말이 좀 위로가 됐다.
다들 처음은 있다니까.
다시 일어나서 올라갔다.
속도는 느렸다.
한 발 한 발 내디디는 것도 힘들었다.
근데 이상하게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꼭대기까지 가보고 싶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랬다.
## 정상에서 본 것
한 시간쯤 걸려서 정상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친구는 40분이면 된다고 했는데.
나는 20분을 더 썼다.
그래도 도착했다.
그게 중요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니까 동네가 한눈에 보였다.
평소에 그냥 지나다니던 건물들이 작게 보였다.
이상하게 좀 뭉클했다.
별거 아닌데.
그냥 동네인데.
근데 위에서 보니까 다르게 느껴졌다.
바람도 시원했다.
땀을 흘리고 올라와서 그런지 더 시원하게 느껴졌다.
친구가 김밥을 꺼냈다.
나는 아무것도 안 챙겨왔다.
친구가 반을 줬다.
고맙다고 했고, 친구는 "다음엔 네가 사"라고 했다.
그 말이 좀 웃겼다.
다음이 있다는 뜻이니까.
## 내려오는 길이 더 힘들었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힘들 줄은 몰랐다.
무릎이 아팠다.
발끝이 계속 쓸렸다.
운동화라서 그런 것 같았다.
친구는 스틱을 짚으면서 편하게 내려갔고, 나는 돌짝을 조심조심 밟으면서 내려갔다.
두 번쯤 미끄러질 뻔했다.
진짜로 넘어질 뻔한 건 한 번이었다.
친구가 잡아줬다.
고맙다고 했더니 "등산화 사"라고 했다.
알겠다고 했다.
진짜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려오는 길에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올라가는 사람들, 내려오는 사람들.
다들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라거나, 그냥 눈인사라거나.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몇 번 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하게 됐다.
그게 좀 좋았다.
아파트에서는 이런 게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다들 폰만 본다.
산에서는 다들 서로를 본다.
별거 아닌데 그게 좋았다.
## 집에 돌아와서
집에 도착하니까 오후 두 시였다.
네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샤워를 하고 나서 소파에 앉았는데, 일어나기가 싫었다.
다리가 무거웠다.
내일은 계단을 못 오를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오를 수는 있겠지.
근데 아플 거다.
그래도 괜찮았다.
저녁에 친구한테 문자가 왔다.
"다음 주에 또 갈래?"
나는 한참 고민했다.
아니, 정확히는 별로 고민 안 했다.
"ㅇㅇ"이라고 답했다.
이번엔 등산화를 신고 갈 거다.
물도 두 병 가져가고.
김밥도 내가 사갈 거다.
그 정도면 다음엔 덜 힘들지 않을까.
아마도.
| 유형 | 특징 | 추천 대상 |
|---|---|---|
| 동네 뒷산 | 짧고 부담 없음. 초보도 가능 | 가볍게 시작하고 싶은 사람 |
| 근교 산 | 코스가 다양함. 시간 여유 필요 | 주말에 제대로 다녀오고 싶은 사람 |
| 장거리 코스 | 체력 필요. 장비 필수 | 어느 정도 익숙해진 사람 |
| 둘레길 | 경사 적고 걷기 편함 | 산은 부담스럽지만 걷고 싶은 사람 |
이 표를 쓰고 보니까 좀 웃겼다.
내가 뭘 그렇게 정리하고 있나 싶어서.
그냥 다녀온 건데.
그래도 이렇게 나눠놓으니까 다음에 어디 갈지 고르기 편하긴 하겠다.
등산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장비가 제대로 된 것도 아니다.
그냥 걸었고, 힘들었고, 정상에서 김밥을 먹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다.
오늘도 저녁에 운동화를 신어볼까 한다.
등산화를 사러 가기 전에, 발에 좀 익혀두려고.
아마 내일도 다리가 아플 거다.
그래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