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는 체 뻗은 손 

그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손 

아니 뜨거운 손 

물줄기가 두 뺨을 타고 흘러 손을 너머 

아이의 옷깃에 스며듦을 


평소와 다르게 가던 길을 돌아가신다 

묵묵히 따르다가 돌아보는 얼굴에 

아이는 아버지를 꼬옥 붙잡는다 

알 수 없지만 아버지는 평소보다 더는 

아이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이를 안고 흐느낀다


아이는 말한다.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해요 


아비는 아무말도 없다 

끓는 피 속에 차가워 보이는 말과 행동 

그는 그의 길을 걸어간다 

어찌나 사랑했는지

누가 아비이고 누가 아들인지 

모를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