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계절학기를 듣다가 문에 붙어있던 멘토 모집 공고를 봤다. 신입생들을 상대로 멘토링을 한다고 하는데 '아~ 나는 4학년 2학기인데 뭘 해' 라는 마인드로 그냥 넘어갔었다. 나중에 궁금해서 찾아보니 활동비가 50만원이 나온다고 공지가 올라왔었다. 아마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았던 것 같았다. 격주로 하는 멘토링에 50만원이면 완전 좋은데? 하고 신청했고, 간단한 면접 이후에 제 1기 자유전공학부 멘토에 합격했다.
멘토링 이전에 합격한 멘토들과 서로 만나는 시간을 가졌는데... 잘못 걸렸다. 멘토들에게 자유전공학부 OT 계획을 짜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주변 분위기를 보니 다들 이 정도로 진심으로 참여하는 줄 몰랐던 것 같았다. 멘토단은 캠퍼스 투어, 아이스브레이킹과 로고, 과잠 디자인 공모전을 담당하게 되었다. 추가로 각자 자기소개 포스터를 만들어 제출도 해야 됐다. 물론 열심히 참여할 것이다.
처음에 삽화 없이 글로만 포스터를 만들어볼까 생각했는데, 좋은 PPT는 글이 없는 PPT란 말처럼 글이 너무 많으면 별로라고 생각했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 위주로, 단순한 삽화와 같이 있으면 제일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그림은 AI 그림으로 만들었다. 구글링으로 얻을 수 있는 그림은 클립아트 수준의 단순한 그림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먼저 구글이나 유튜브에 '무료 AI 그림 생성'이란 키워드로 접근해 괜찮은 사이트를 찾았다. 많은 사이트 중에서 완전 무료, 생성 제한 없는 사이트는 ImageFX 사이트가 적격이었다. 내가 원하는 키워드를 영어로 검색하고, 시드를 변경하거나 고정시켜 임의의 결과와 비슷하게 유도가 가능했다. 다른 사이트는 너무 기능이 많거나 무료 회원에게는 적은 생성 기회만 줘서 별로였다.
나에 대해서 궁금한 친구들을 위해 좌측 하단에는 내 사이트를 QR 코드로 생성해서 삽입했다. 요즘 무료 QR은 일주일동안은 무료라서 OT 일정의 5일 전에 삽입해서 출력할 생각이다.
처음 포스터를 만들어봤는데, 지금까지 내가 만든 ppt 중에서 제일 잘 만든 것 같아서 뿌듯했다. 누구에게 질문하지 않고 나 혼자서 생각하며 만들었는데, 이 정도면 미대생 1학년 정도는 되지 않을까?
멘토링에 대해 생각하며 내가 1학년 때는 뭘 했나 곰곰히 생각했다. 그 때는 코로나라 침대에 누워 강의를 듣곤 했다. 그 때의 나는 완전 돈에 미친 새끼였어서 한창 주식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맥도날드에서 음료수 만든 돈으로 꼬박꼬박 주식 모으고, 경제 유튜브를 보고 요약해 학교 게시판에 뿌리기도 했다. 게임, 유튜브를 제외한 나의 첫 취미였다고 생각한다. 그 때의 경험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경제 뉴스를 챙겨보고 돈을 저축하고 불리는 활동은 나에게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시간이다.
나의 첫 취미가 지금의 나에게 큰 영향을 줬던 것처럼, 1학년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취미를 찾기라 생각한다. 여러 분야의 활동들을 체험하며 내가 뭘 좋아하는 지 스스로 느껴보고, 이를 발전시켜 꾸준히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부? 공부는 이보다 중요하진 않다. 목표가 있어야 노력을 하고 공부를 시작하기 때문이란 나의 생각이다. 그럼 어떻게 취미를 찾을까?
① 취미를 유튜브로 찾기
우리 한국 사람들은 취미라는 것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세운다. 자신에게 도움되어야 하고 재미있어야 하며 추후 발전 가능성까지 고려.... 이런 것을 모두 만족하면 그게 취미일까? 그냥 제 2의 일거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취미를 유튜브를 통해 찾아보려고 한다.
유튜브는 개인의 취향이 100% 담긴 영상들로 알고리즘이 짜진다. 평소 관심있게 보던 영상들로 알아서 만들어지니, 유튜브 알고리즘이야말로 개인의 취미라 할 수 있다. 이제 각자 알고리즘에 있는 영상들 중, 제일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하나 잡고 실행에 들어가보자.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재미"이다. 다른 의도 없이 순수 재미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나의 알고리즘에는 헬스, 피부 관리, 녹 제거 ASMR, 낚시의 컨텐츠들이 있었다. 그래서 먼저 헬스, 피부 관리를 해봤다.
② 재미있게 즐기기
나는 바로 다이소에 가서 헬스, 피부 관리 관련 코너에 서서 물건을 구경했다. 사용법을 모르겠는 것들은 휴대폰으로 바로 검색해봤다. 그래서 헬스용품으론 운동용 장갑과, 피부용품으로는 리들핏 300, 앰플과 티트리 세럼을 구매해봤다. 인터넷에서 찾아가며 인기있는 상품들을 비교해보고, 유튜브나 사용 후기를 통해 제일 좋은 것들만 샀다. 그렇게 사서 1.5만원 정도 나온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시작은 미약하게 하는 것이다. 위의 내 행동이 남들 보기엔 너무 단촐해보일 수 있다. '아니, 피부 관리를 한다면서 가는 게 고작 다이소? 올리브영 정도는 가서 화장품을 사봐야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만, 나의 취지는 부족함에서 시작하자는 것에 강조한다. 처음부터 큰 단위의 소비를 지출하게 되면 나중엔 보상 의무로 억지로 취미를 이어가게될 수 있다. 돈을 이만큼 썼는데 도중에 포기해버리면 아까우니까,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계속 하는 것이다. 우리의 초라한 시작은 마중물과 같다.
또한 남들 시선을 신경쓰지 말자. 다이소 물건의 싼 가격의 이미지에 질이 안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뭐, 실제로 수 만원의 물건보다 싼 이유는 있겠다만 그게 큰 차이를 불러오지 않는다. 오히려 싼 가격에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을 갖게 된다. 누가 뭐래도 자신의 합당하고 논리적인 생각이 있다면, 주저하고 고민하지 말고 생각했던 대로 실천해라.
③ 부족함을 느끼거나 욕심이 들면 이를 메꾸려 노력하기
갑분철(갑자기 분위기 철학)이지만, 잠깐 아들러라는 사람의 얘기를 하겠다. 아들러는 의사이자 심리학자였다. 아들러는 사람은 자기완성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열등감을 제시하였고, 열등감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남들보다 못한 나에 대해 열등감을 느껴 발전을 하고자 실행에 옮기도록 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열등감이 들 수 있다. 취미를 위해 검색하면서 자신보다 먼저 앞서간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할 수 있다. 취미를 즐기면서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어떤 감정이 들까. '저 사람은 나보다 잘하네' 처럼 비교하는 생각이 들면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초라해보일 수 있다. 이럴 때 포기하지 말고 계속 하는 게 3번의 중요 포인트이다. 부족하고 욕심 나는게 정상이다. 1주일 했는데 제일 잘하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거 아닌가?
더닝 크루거 효과 그래프
더닝 크루거 효과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현상이다. (너무 맹신하진 말자. 그냥 재미로 하는 얘기이다) 이를 설명하는 그래프에 유명한 단어인 '우매함의 봉우리' 가 있다. 초보자의 지혜 수준에서 자신감이 전문가보다 훨씬 높음을 보여주는 영역이다.
사람들은 봉우리를 지나 절망의 계곡에서 많은 실망감을 앉고 그만두게 된다. 그러나 자신감만 떨어져 기분만 나빴지 지혜의 측면에선 오히려 증가했음을 볼 수 있다.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감정적으로 속상하거나 열등감같은 부정적인 마음이 들면 좋은 징조라 생각하고 꾸준히 더 진행해볼 필요가 있다. 좀 더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보면 좋겠다.
위의 ①~③번 방식으로 나는 멘토링을 진행해보고자 한다. 격주 1회 만나는 활동이니, 격주마다 만나 서로의 관심사와 취미에 대해 얘기하고 진행했던 활동을 서로 발표해보고자 한다. 유치하고 어색해도 상관없으니, 자신의 생각을 질서있고 논리적으로 얘기하는 활동은 멘티는 물론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25년 2월 17일 ~ 19일)
OT를 멘토들에게 맡길 줄을 몰랐는데... 캠프 활동 구성도 하고 준비물 준비, 강의실 꾸미기까지 멘토들 다 시켰다. 이럴꺼면 돈을 더 주지. 2박 3일의 부트 캠프에서 일찍 일어나 강의실도 꾸미고, 잠도 덜 자면서 PPT를 만들었다. 그 여파로 활동 도중에 입을 열고 자는 흑역사를 만들어버렸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첫 날은 되게 많은 활동을 했다. 오전 9시에 나와 강의실을 WELCOME 풍선과 쪽지 풍선, 포스터를 붙여 꾸몄다. 쪽지 풍선은 안에 밥약, 카페 쿠폰이 있어 활동이 끝난 뒤 멘티들에게 선물을 해주려고 기획했다. 이후 시간이 없어 후배 멘토 친구와 편의점에서 요거트와 과일을 먹고, 얼른 행사장에 갔다.
이후 행사는 캠퍼스 투어 활동이었다. 신입생인 멘티들에게 학교 소개를 해줄 겸 교내 구경을 시키는 활동이었다. 나도 학교를 다니면서 한번에 교내를 돈 적이 없어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날씨도 춥고 학교도 넓은데 중간 중간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야되서 내가 신경을 많이 쓰며 걸어야 했다. 결국 당일 19,000보를 걷는 행군을 진행했다. 진행 시간도 계획한 시간보다 늦어져 얼른 밥을 먹고 아이스 브레이킹과 과잠 및 로고 공모전을 진행했다. 우리 조에서 나온 로고는 '경희 사자 모양 횃불을 들고 있는 메타몽'으로 정해졌다. 메타몽이 자유롭게 변하는 걸 봐서 그런 식으로 정해졌다. (사실 멘티 친구들이 너무 피곤해해서 내가 얼른 정했다)
은근 보다보면 괜찮다
그날 밤, 공식 행사도 다 끝나고 강의실 정리도 다 한 뒤, 침대에 누웠는데 궁금증이 생겼다. 내일 사회가 있는데 사회 준비가 되어있나? 이전에 사회를 맡게 된 친구가 받은 자료가 없어서 못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머릿속을 홱 지나쳤다. 얘기해보니 자료를 못 받아서 못 만들었다고 했다. 순간 허둥지둥하는 행정실 직원들이 내 눈 앞에 보였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냥 도와준다고 했다. 나는 PPT를, 사회보는 친구는 대본을 수정했고 새벽 4시까지 만들었다.
2일차에는 좀 널널했다. 오전에 각 조에서 만든 로고를 취합해 분반 대표 로고를 선정했고, 각 분반에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엔 중앙동아리 쪽에서 춤, 랩, 디제잉을 보여줬고 교수님 간담회를 통해 멘티 설문조사에서 나온 질문들을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분반끼리 묶어 회식 자리를 가졌다. 바쁘고 지루한 일정이 끝나서 그런가, 술이 있어서 그런가 멘티들의 얼굴이 2박 3일 중에서 제일 밝아보였다. 멘티들을 우정원 기숙사에 넣어놓고 남은 멘토들끼리 마을의 술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보다. 새벽 2시 반까지 수다를 떨다 피곤함을 잔뜩 느끼곤 해산했다.
마지막 날 오전에 일어나 활동을 마무리했다. 로고 공모전 투표를 진행해 1등 로고를 뽑았고, 단체 사진도 찍었다. 웃긴 건 위 메타몽 로고가 전체 3등으로 순위권에 들었다. 반 장난으로 시작한 로고인데 인기가 많아 웃겼다. 발표를 맡은 멘티가 말을 잘해서 그랬나보다. 멘티 친구들이 기숙사 짐을 싸는 걸 확인한 뒤, 나도 짐을 챙겨 집에 갔다.
쭈뼛쭈뼛하는 멘티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나도 신입생일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의 내가 보니 진짜 어린 모습이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멘티들의 행동이 어색해 보는 내가 부끄러웠지만, 과거의 모습이 부끄럽단 건 지금의 내가 그만큼 앞으로 발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멘티 활동이 은근히 기대되는 캠프의 마지막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