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 또는 시작하려는 혹은 이제 막 시작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본 글에서는 대학원 진학의 의미, 연구 분야 선택, 대학원생으로서의 핵심 미션, 성공적인 대학원 과정을 위한 좋은 습관, 그리고 대학원에 적합한 인재의 자질 등에 대해 다루고자 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보다 상세한 설명이나 방향성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인해 상담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주세요.
1. 대학원에 진학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일까요?
대학원 진학은 각각 학문적 측면과 실용적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a) 학문적 측면: 석사 과정은 특정 연구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심화시키고, 박사 과정은 그 분야의 기초를 확립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b) 실용적 측면: 대학원에서 만나는 동료들과 교수님들은 평생 함께할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으며, 졸업 후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직장으로 이어지는 기회도 제공합니다.
2. 그렇다면 교수님... "어떤 연구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저의 미래에 좋을까요?
사실 특정 연구 분야 그 자체의 선택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잘하는 과목이나 학점보다는 그 분야에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그 자체"에 있습니다. 연구를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방법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실제 연구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대학원 생활의 핵심입니다. 문제 해결 과정 자체를 배우고 자기것으로 만들 수 있는 분야라면 어떠한 분야를 선택하시더라도 분명 그 과정을 통해 여러분들은 반드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입니다
그 다음으로, 자신의 흥미와 관심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너무 전략적/계획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말이지요). 여러분들이 짧게는 2년의 시간동안 연구과정을 통해 얻는 성취감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가 재미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친구가 말하는, 선후배가 말하는, 부모님이 말하는, 사회가 말하는 분야가 아닌, 여러분들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분야를 때로는 깊이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연구 분야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교수님과의 상담을 통해 연구 트렌드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재정적인 지원이 충분히 제공될 수 있는지, 연구 후 장래의 취업 가능성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3. 대학원생의 핵심 미션은 무엇인가요?
대학원 과정은 문제를 해결하는 "체계적" 접근법과 연구 과정의 "체계적" 경험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a) 석사 과정 (미션 수행 능력):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새로운 기술을 적용시키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하는 연구의 전체 과정 (해석/실험/분석 + 글쓰기: 논문)을 익힙니다.
(b) 박사 과정 (문제 창출 능력): 새로운 문제를 창출하고, 기존에 없던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수행 합니다. 이를 위해 문제 정의와 연구 설계를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4. 새로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해낼 수 있나요?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대학원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새로운 문제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새롭다"라는 단어 그 자체에 함몰될 때가 많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또한 오래전 그러했습니다). 세상을 바꾸었던 뉴튼, 아인슈타인, 파인만 같은 역사적 석학들이 이루었던 것과 같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천재적인 발상만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접근이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고 발굴해낼 수 있는 방향이 될 수 있을까요?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에, 고려해볼 수 있는 실용적인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a) 기존 결과를 확장하는 것: 이미 수립된 방식이나 사람들이 생각해오던 방법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실험이나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새로운 증거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b) 인접하거나 다른 분야의 개념을 자기 분야에 적용하는 것: A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던 방법을 B 분야에 적용하거나 반대로 B 분야의 방법을 A 분야에 도입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른 분야의 기법을 자기 연구 분야에 융합시키는 것이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c) 구체적인 문제를 추상화하여 일반적인 기초 문제로 만드는 것: 구체적인 현상이나 문제 (예, 많은 실험/시뮬레이션 데이터, 기존 문헌에서 말하고 있는 공통되는 현상 등)에서 가설을 세우고, 이를 다양한 지표로 평가하여 일반화된 법칙이나 이론을 도출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법칙을 발견하게 할 수 있습니다.
(d) 완전히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것: 전통적인 접근법에서 벗어나 아예 새로운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하는 것입니다. 이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연구를 필요로 하며, 종종 큰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들은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은 독창적인 성과가 학문적으로 큰 가치를 지닌 연구로 이어질 수 있게 합니다.
5. 대학원 과정을 잘 이끌고 나아가기 위한 좋은 습관 같은게 있을까요?
대학원 과정에서 중요한 습관은 문헌 조사와 아이디어 메모(노트)라고 생각합니다. 최신 연구를 놓치지 않도록 꾸준히 문헌을 조사하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바로 메모하여 구체화해 나가는 훈련을 통해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연구를 진행해가는 동안 많은 결과의 나열보다는 설령 단 한개의 결과여도 그 결과에서 도출한 사실과 그 이유/근거/메커니즘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6. 결국 좋은 연구자를 체계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대학원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면, 이에 필요한 자질 같은게 있을까요?
대학원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능숙함과 잠재력이 모두 중요하지만, 잠재력이 더 중요한 자질입니다.
(a) 능숙함(Competence):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이는 주로 단기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추며, 이미 알고 있는 기술이나 방법을 사용하는 데 강점을 보입니다. 그러나 대학원 연구는 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능숙함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b) 잠재력(Capacity):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고력,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포함하며, 연구의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연구는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잠재력이 뛰어난 연구자가 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성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자칫 능숙함 (예, 높은 학점)이 대학원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대학원 과정의 성공의 열쇠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나갈 수 있는 능력"과 "꾸준함"입니다. 연구는 반복적인 실험이나 분석을 넘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스스로 발견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잠재력이 더욱 중요한 자질입니다.
7. 대학원 진학을 위한 결단
대학원 과정은 프로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 (적어도 여러분들이 선택한 분야에 대해서만큼은)입니다. 대학원 과정은 단순히 학부 과정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전문성을 키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준비가 부족하면 대학원 생활은 매우 힘들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비행기 이륙 준비와 같으며, 준비가 잘 되지 않으면 중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주위의 유혹과 사회적 압박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연구와 학문을 향한 프로다운 자세/태도/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구실에서 동료들과 교수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매우 소중히 생각하며,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쌓고, 전문성을 키워야 합니다.
8. 맺으며... 대학원은 선택의 문제
맞습니다. 대학원 진학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의 길을 확고히 다지고 선택한 분야에서 프로다운 자세로 연구에 임한다면 그 시간은 반드시 자신의 실력을 쌓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나에게 큰 힘과 영감을 준 실화 기반의 영화인 "October Sky"...
나는 이 영화를 정말 많이 보았다. 삶이 힘들 때마다, 나의 꿈이 그저 허상에 불과한건 아닐까 의심될 때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고 싶지 않을 때마다 말이다. (사실 예전에 썼던 글을 부끄럽지만 연구실 홈페이지에 정리해본다...)
1. 손재주 하나로 시작된 꿈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가 인류 최초로 우주 궤도에 진입하던 밤. 웨스트버지니아의 작은 탄광 마을 콜우드의 한 소년, 호머 히캄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으로 다짐한다.
"I'll learn everything there is to know about rockets."
그 장면은 단지 어린 소년이 우주에 대한 꿈을 품는 순간만은 아니었다. 그 다짐은, 그가 평생 쌓아올릴 삶의 태도를 결정짓는 첫 문장이었다.
처음에 호머는 자신이 잘하는 것으로 꿈을 이루고 싶었다. 로켓을 만들기 위한 손재주, 창의력, 친구들과의 협업 — 그 모든 것이 순수했고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첫 로켓은 처참하게 폭발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노즐이 제대로 용접되지 않았기 때문. 그는 용접공 아저씨인 바이코브스키 씨에게 도움을 청하고, 하나하나 직접 배워가며 다시 로켓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호머는 "내가 잘하는 것으로만" 이 꿈을 밀고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2. 진짜 시련은,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에서 온다
그러던 어느 날, 로켓 실험 중 인근 숲에 큰 화재가 발생한다 (발사한 로켓을 찾지 못했음). 경찰은 호머와 친구들이 만든 로켓이 불을 낸 것으로 판단하고 그들을 체포한다. 호머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시선은 싸늘해지고, 마을은 점점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호머는 무너져가는 신뢰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를 도와 탄광의 일을 성실히 해가던 어느날 밤, 그는 밤새 책상에 앉아, 이론서를 펼치고 계산을 시작한다. 낯설고 두려운 수학 공식, 물리 법칙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증명해낸다. 그 화재는 자신들의 로켓이 아니라, 근처 공항에서 발사된 조명탄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그 장면에서 호머는 로켓 과학자가 되기 위해선, 단지 손재주나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자신이 두려워하던 혹은 별로 좋아하지 않던 "수학"과 "이론"조차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았을것이라 생각한다.
3. 진짜 성장은, "잘하는 것"에서 시작해 "못하는 것"을 넘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감동적인 이유는 단순히 로켓을 날려서가 아니다. 호머가 처음엔 꿈을 위해 자신이 잘하는 것에만 기대려 했지만, 결국 그 꿈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이 못했던 것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끝까지 해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에게도 각자의 "스푸트니크의 밤"이 있다. 처음엔 익숙한것만으로도 충분할 거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꿈은, 때때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던 것을 지나가야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다. 우리가 지금 직면한 여러 일들이 막막하고, 때때로 실패로 끝나더라도, 그 과정 하나하나가 미래의 우리를 지키는 방법이 될 것임을 October Sky는 말해준다.
4. “나는 더 이상 광산에 내려가지 않을 거예요. 나는 우주에 가고 싶어요.”
호머는 영화 막바지에 아버지에게 말한다.
"I'm never going down there again. I wanna go into space."
그는 결국 로켓을 하늘 높이 쏘아올리고, 전국 과학 경진대회에서 우승하며, 미국 NASA의 로켓 과학자가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해준다.
"꿈은 단지 타고난 재능 위에 쌓이지 않는다. 꿈은,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것까지 품었을 때 비로소 진짜가 된다."